'이 그림은 어떤 비전처럼 나를 꼼짝 못 하게 사로잡았다. 그림의 왼쪽 끝에는 짙은 갈색 옷 위에 황색 조끼를 입은 남자 한 명이 흰 말에 올라타 있다. 그는 등자에 발을 걸친 채 몸을 쭉 빼서 뒤를 돌아보고, 말은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그는 여행을 떠나는 길이다. 그림의 오른쪽에는 큰 집이 있는데, 말 탄 사람의 집일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집 위로 솟은 가는 기둥에서는 기도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고, 집 앞에는 두 여자가 서서 말 탄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중 한 사람은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있다. 둘은 아마 그의 아내와 딸인 것 같다. 그 외 나머지는 모두 공간이다. 말 탄 사람과 두 여자 사이의 헐벗은 땅, 웅장하게 높이 솟은 푸른 장벽 같은 히말라야, 눈이 하얗게 쌓인 들쭉날쭉한 산 정상 아래 수직으로 펼쳐진 배경. 이는 떠남에 관한 그림인 만큼 공간에 관한 그림이기도 하며, 내가 본 모든 그림 가운데 작별이 한 사람의 기억을 어떻게 촉발하는지를 이만큼 통렬하게 이야기하는 작품은 없을 것이다. 말 탄 사람은 몸을 돌려 두 여자와 집을 바라본다. 기다리고 있는 말은 말 탄 이의 목적지를 향해 서 있다. 그림의 가운데 부분은 부정확하게, 거의 추상적으로 표현되었다. 세리그래프로 표현된 겹겹의 산기슭들은 저 머나먼 산 정상에서 끝나는 이 풍경의 심도가 얼마나 엄청나게 깊은지 짐작하게 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dobedo

새벽서가
저도 여행하는 곳에서 작은 물건을 가져와 보관했었는데, 코로나가 시작되었던 해부터 조금씩 집을 비워내고 있어요. 여전히 취미용품, 수집품으로 가득한 집이지만 앞으로 2-30년은 꾸준히 비워내면서 내가 떠났을 때 남은 가족에게 처치곤란한 것들을 남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해 시작한건데, 이번 장을 읽으면서 작가가 수집한 물건들과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읽으니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고래잡이의 역사가 남겨진 그리트비켄, 아르헨티나 앞바다에 있는 영국의 해외영토때문에 불거졌던 말비나스 전쟁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습니다.



새벽서가
한 해 한 해 지나며 세월이 흘렀지만, 내가 작업실에 들어가거나 나오면서 그 옆을 지날 때 이 물건들은 나에게 여전히 통렬한 매력을 발휘하고, 침묵으로도 풍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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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서가
“ 자기 가족에게 먹을 것을 제공한다는 것은, 그 먹을 것이 물범 고기든 자루에 든 곡식이든 아보카도 과육이든, 죽음이 생명을 공급하는 방식에 관한 불편한 질문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일이다. 여기서 행동한다는 것은 자신이 범하는 죄를 직시하는 일, 자신의 일족이 계속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른 생명을 빼앗기를 선택하는 일이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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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서가
Real de a ocho - 팔 레알짜리 은화입니다.
‘누에스트라세뇨라데라푸라이림피아콘셉시온‘ 은 띄어쓰기 제대로 해주셨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Nuestra Señora de la Pura y Limpia Concepción 누에스트라 쎄뇨라 데 라 푸라 이 림피아 콘셉시온. 피나르델리오 역시 피나르 델 리오로 표기해줬으면 좋았겠다 싶네요. Pinar del Río.


새벽서가
“ The horrors—ethnic cleansing, industrial rapine, political corruption, racist lynching, extrajudicial execution—once identified and then denounced, always return, wearing different clothes but with the same obsessive face of indifference. We denounce those who order it, we condemn the people who carry out the policies, calling them inhumane. But the behavior is fully human. We are the darkness, as we are, too, the light. ”
『호라이즌』 킨들 62/689,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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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서가
“ 그 끔찍한 일들—인종 청소, 산업적 약탈, 정치적 부패, 인종차별자들의 무법적 제재, 법의 테두리 밖에서 행해지는 처형—은 일단 밝혀지면 비난을 받지만, 그래 봐야 언제나 다시 일어난다고. 옷은 바꿔 입었을지 몰라도 병적인 냉담함의 표정은 그대로라고. 우리는 그런 일을 명령한 자들을 규탄하고 그 정책을 수행한 자들을 비난하며 그들을 비인간적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인간다운 행동이다.
우리가 그 어둠이다. 우리가 빛이기도 하듯이.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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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솔
“ 나는 아무 의심 없던 그 순진한 남자아이를, 세상을 알고 싶고 자기 눈으로 볼 수 있는 곳보다 더 멀리 헤엄쳐 나가고 싶은 욕망에 다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그 아이를 되돌아본다. 그 아이가 바로 그렇게, 자기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언제나 무언가를 찾으려 하며 인생을 살아가게 되리라는 걸 나는 안다. 그렇게 끊임없이 의미를 찾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르는 소명이라는 것을 아이가 이해하기까지는 여러 해가 지나야 할 것이다. 혼돈을 마주할 때 때로 우리는 자신이 열심히 찾고 있는 것이 일관성이라고, 우리가 살면서 한 모든 경험의 조각들을 의미 있는 전체로 짜 맞춰주고 계속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러줄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일관성을 찾는다면 우리를 따라다니는 불안 중 일부에서나마 벗어날 거라 기대하면서.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4a685a3c94534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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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솔
정말 호흡이 길긴 하네요. 헥헥...
세상을 자기 눈으로 볼 수 있는 곳보다 더 멀리 헤엄쳐 나가고 싶은 욕망이라는 표현이 좋네요.
저는 제가 보는 곳 밖으로는 안나가고 싶어하는 유형의 인간인지라..
뭔가 제목 호라이즌도 저 문장에서 생각이 났어요.
결국 인생이라는것이 알 수 없는것을 쫒으며 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벽서가
말씀처럼 문장들이 길죠? 그런데, 이제 익숙해지는건지 그런 긴 호흡의 문장들이 좋게 느껴지네요. 누군가 옆에서 조곤조곤 길지만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를 해주는 느낌이 들어요.

새벽서가
“ 인간 세계의 운명을 인간 이외 존재들의 세계와 분리하려 애쓰며 나아가던 우리는 바로 그 위협들 앞에서 별안간 멈춰 서게 되고, 비로소 생물학적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바로 자연은 우리 없이도 잘 지내리라는 현실을.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제 인간의 안락과 이득을 위해 자연 세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 어떻게 협력해야 언젠가 자연 세계 안에서 우리가 지배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적합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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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서가
“ 어떤 문화에 속한 이든 지혜로운 사람들이라 해도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한 형이상학적 가정을 철두철미하게 이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다른 민족들을 이끄는 설화들이 펼쳐질 때 꼼꼼히 귀 기울이는 일도, 또는 그 이야기들 속에서 축자적 의미와 비유적 의미를, 사실과 은유를 제대로 분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어느 문화 안에서 살고 있든 우리만 옳다고 고집한다면, 따라서 우리가 보통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그래서 그에 관해 논의할 마음도 없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 것도 들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고수한다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다. 인간의 다양성을 계속 두려워한다면,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 바로 우리 스스로 자신의 치명적 숙적이 될 가능성만 더욱 커질 뿐이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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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서가
“ 사람들이 각자 떨쳐내려 기도하거나 소망하거나 노력하는 외로움의 무거운 짐은 사랑하지 못한 결과다. 사랑의 실패는 사람들이 각자 털어내려고 기도하거나 희망하거나 노력하는 인간의 무거운 외로움을 보여줄 뿐이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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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저자가 페르난데스베이 아래쪽에 서 있다는 콜럼버스 기념비로 헤어쳐가며 세상의 모든 불의한 것들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권정생 선생님이 떠올랐어요. 마지막까지 이땅의 고통받는 어린아이들은 어떡하냐고 걱정하셨던 모습...

오구오구
“ 나는 아무 의심 없던 그 순진한 남자아이를, 세상을 알고 싶고 자기 눈으로 볼 수 있는 곳보다 더 멀리 헤엄쳐 나가고 싶은 욕망에 다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그 아이를 되돌아본다. 그 아이가 바로 그렇게, 자기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언제나 무언가를 찾으려 하며 인생을 살아가게 되리라는 걸 나는 안다. 그렇게 끊임없이 의미를 찾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르는 소명이라는 것을 아이가 이해하기까지는 여러 해가 지나야 할 것이다. 혼돈을 마주할 때 때로 우리는 자신이 열심히 찾고 있는 것이 일관성이라고, 우리가 살면서 한 모든 경험의 조각들을 의미 있는 전체로 짜 맞춰주고 계속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러줄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일관성을 찾는다면 우리를 따라다니는 불안 중 일부에서나마 벗어날 거라 기대하면서.
”
『호라이즌』 5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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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이렇게 조금씩 다른 모습들은 내게 당시 중국 진나라 진시황의 궁궐 근위대의 경직된 사회 조직 안에서도 관용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또 아마 그렇게 오래전의 중국인들은 질서를 확립하려는 모든 성공적 시도에는 다양성이 필수적 요소임을 알았으리라는 것도.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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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이 물건들은 나에게 여전히 통렬한 매력을 발휘하고, 침묵으로도 풍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생명의 다양성, 태곳적 지구의 돌로 된 살갗, 인간 행동의 치명적 폭력성, 점점 더 무용한 것이 되어가는 현대의 전쟁.
이 물건들에 눈길을 주는 것은 내가 이런 것들을 곧잘 잊어버린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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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a
“ 이 탄피들은 나에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라는 정서에 관해, 이렇게 외딴 곳에 있는 황량하고 사실상 아무도 점유하지 않는 땅을 식민지화하려는 현대국가의 집요함에 관해, 인류가 정치적 신념을 강력하게 고수하고 폭력적으로 행사하는 일에 보이는 열성에 관해 도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호라이즌』 P.7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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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자기 가족에게 먹을 것을 제공한다는 것은, 그 먹을 것이 물범 고기든 자루에 든 곡식이든 아보카도 과육이든, 죽음이 생명을 공급하는 방식에 관한 불편한 질문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일이다. 여기서 행동한다는 것은 자신이 범하는 죄를 직시하는 일, 자신의 일족이 계속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른 생명을 빼앗기를 선택하는 일이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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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우리는 그런 일을 명령한 자들을 규탄하고 그 정책을 수행한 자들을 비난하며 그들을 비인간적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인간다운 행동이다.
우리가 그 어둠이다. 우리가 빛이기도 하듯이.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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