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자녀분이 중요한 전공을 하네요. 미국에 있을때 제 친구가 forest engineering??? 뭐 이런거 박사했었는데, 제가 너무 무식해서 그게 뭐하는거냐고 물어보니 나무 유전자 조합? 이런거 한다고 간단히 이야기해주었던 기억이 있어요. Dendrology and Herbaceous Plant 제목부터 진입장벽이 느껴지네요 ㅎ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오구오구

새벽서가
이나무 저나무, 이풀 저풀 이름이 뭔지 그런거 배우는 과목인데, 재밌다더라구요~ ^^

오구오구
“ 내 경험상 이렇게 해변에 있을 때든 바다 한가운데 있을 때든, 바닷물을 꼼꼼히 살펴보는—이따금 보이는 새나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고래를 관찰하고, 수면에서 노니는 빛의 움직임을 바라보는—시간은 다른 어디서도 쉽게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종류의 시간, 광활하고 균질적인 공간의 부피를 가득 채우는 시간을 인식하게 한다. 그런 날에는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이런 집중적 관찰이 오히려 일상적 경험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
『호라이즌』 1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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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이 상황들을 바라보는 그 다른 방식이란 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분명히 말할 수 없다. 햇빛을 받는 대양이라는 거대한 돔 같은 공간이, 거의 아무런 물체도 내보이지 않아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또 다른 감각을 제공하는 이 공간이, 어떻게 흔해 빠진 인간의 결함을 덜 영구적이고 덜 위협적인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이 광경을 보고 있을 때면 나는 늘 우리에게 무언가 묘책이 남아 있을 거라고 느낀다.
”
『호라이즌』 1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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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아무런 물체도 내보이지 않아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또 다른 감각을 제공하는 공간" 이라는 표현이 멋지네요.
제가 이전에도 표현한 적이 있는것 같은데, 저는 깊은 산속에 들어갔을때 받는 단절의 느낌이 너무 좋아요. 세상과 격리되는 느낌이요.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는 느낌과 제가 정상에 앉아서 바람맞으며 커피마시며 하늘과 땅의 경계를 바라보는 느낌, 그리고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느낌이, 저자가 이야기한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또다른 감각이라는 표현과 뭔가 비슷한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서가
저는 비슷한 이유로 절에 가는걸 좋아해요. 천주교신자지만 산사에 앉아 시간이 흘러가는 걸 보고 몸으로 느낄때 제속에 차오르는 마음이 좋더라구요.

dobedo
저도 산사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내소사였던가 눈 온 뒤에 갔더니 눈 녹은 물이 처마에서 듣는 소리와 풍경이 묘하게 그윽해서 마냥 머물고 싶더라고요.

새벽서가
상상이 되는 풍경이네요. ^^*

siouxsie
와~저와 정반대시군요. 전 단절의 느낌이 싫어서 얼른 도시로 돌아가고 싶거든요. 이 책 정말 명상하는 것처럼 좋으실 것 같아요 ^^

dobedo
전 이 부분 읽으면서 물멍, 불멍, 바람멍, 햇빛멍(?) 같은 걸 상상했거든요.
저는 차멍을 좋아하는데... 이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지붕 아래에서 할 수 있거든요. 좋아하는 다구들을 꺼내고, 물을 끓이고, 다구를 데우고, 차를 우리고, 차를 따르고, 차를 마시고 이런 동작들을 의식처럼 행하다 보면(행다..라고 합니다) 그 순간의 감각과 동작에 좀 더 집중하게 되고 잡념이 사라지고 평온해지거든요. 물맛의 변화라는 섬세한 현상에 집중하다 보면 불안이나 걱정 같은 강렬한 감정들은 잠잠해지더라고요. 오롯이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느낌...이 @오구오구 님이 말씀하시는 '세상과 격리되는 느낌'과도 비슷한 느낌일까요?

Nana
세바스티앙 살가두라는 분 처음 알게되었는데 훌륭하신 분이네요.
다큐멘터리 한 번 봐야겠어요. 빔 밴더스가 만들었네요!

장맥주
“ 자신이 속한 지역을 깊고 상세하게 인식하는 토착민의 예리함과, 잘 가꿔가기만 한다면 그를 에워싼 세계를 온전하게 유지하게 해주는 수많은 관계들, 여기에 이 모든 각 지역적 세계들이 모여 이뤄내는 전체적 구조에 대한 통찰적 인식이 더해진다면, 인류가 택할 수 있는 더 많은 선택지가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
『호라이즌』 342/168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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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 나는 그 장소들에 처음 갔을 때는 놓친 게 많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두 번째로 간다면 어떤 것을 받아들이든 간에, 전체적인 경험에서 전과는 다른 영향을 받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는 다른 장소들에서 밤을 보낼 것이고, 날씨도 다를 것이며, 그 사이 내가 읽은 책들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첫 여행 이후 얻은 깨달음들과 내가 살면서 한 실패들도 분명 예전의 인식을 바꿔놓을 터였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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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아마도 나는 “[건드리지 않은] 땅의 치유력”이라는 관념, 그 땅이 헝클어진 마음 또는 산만해진 마음을 차분한 초월의 상태로 데려갈 수 있다는, 사람들 이 좋아하는 관념을 믿는 모양이다. 그것은 적절한 상황에서 특별한 장관을 보여주는 장소에 있으면 자기 에고의 감옥에서 풀려나 경이롭고 치유적이며 깨달음을 주는 자기 바깥의 존재, 즉 타자의 본성을 새롭게 인지하는 과정에 접어든다는 생각이다. ”
『호라이즌』 350/168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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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edo
저는 귀여움과 경이로움을 못 느끼는 사람과 깊이 소통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종종 해서 그런 이들을 '나랑 안 맞는 사람' 카테고리 에 넣어버렸는데... 그게 아마 '적절한 상황에서 특별한 장관을 보여주는 장소에 있으면 자기 에고의 감옥에서 풀려'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못할) 사람들이 가지는 경직성(에고의 감옥) 같은 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문장을 읽으면서 다시 했어요.

장맥주
“ 나는 내 나라 미국의 불안정성이 부분적으로는 청소년이 갖는 이상―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이상―과 어떤 대가를 치르든 자기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집착을 지지한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을 소수만 하는 건 아닐 것이다. ”
『호라이즌』 356/168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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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절제하지 않는 삶은 결국에는 본인에게도 주변의 사회적 물리적 세계에도 파괴적이다. 연금 생활자의 운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남의 연금을 사취해 물질적 부를 축적하는 헤지 펀드 매니저는 여럿의 삶을 망친다. 그는 일종의 자살 폭탄 테러범이다. ”
『호라이즌』 356/168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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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벽
갑자기 추리소설과 다른 읽어야 할 책에 빠져… 호라이즌을 늦게 시작했더니, 역시나 제가 하이라이트한 문장들은 다 수집되어 있네요^^ 그리고 예상한 대로… 넘쳐나는 댓글, 따라 읽기도 버겁습니다… 핫핫 다들 책 읽고 댓글 읽고 댓글 달고… 현생 살면서 언제 그걸 다 하시나요? 저는 지금 반백수 상태인데도 버거운데 말이죠 허허 존경합니다 여러분…
위에 페소아 이야기가 있네요. 저는 ‘불안의 서’는 안 읽었고 페소아는 시집 딱 하나 읽었는데, 넘 좋게 읽었어요.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시집 제목부터 넘 좋지 않나요? 시집인데 술술 읽히고 말이죠~~ 슬그머니 추천하고 또 책 읽으러 갑니다. 전 아직 ’들어가며’ 읽는 중이라서요~~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민음사 세계시인선 24권. 수많은 이름으로 썼던 천재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대표 시선집. 세계 문학계에서 이제 페소아의 이름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페소아는 무엇보다도 시인이며, 국내 처음 제대로 작가의 대표 시들을 원전 번역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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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앗 저도 하루 빠졌더니 이미 하이라이트한 문장들이 ..^^;; 나름 편해서 좋다는;; 다들 비슷한 데서 밑줄 쳤군요.
근데 많은 분들이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미국과 한국의 분리수거로 논점이 넘어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장맥주 @dobedo 님 등이 말했듯이 약간 페소아의 '불안의 서'나 도덕경이나 Heraclitus의 글에서 나올 듯한 안개나 구름 같은 생각의 파편들 속에 흘려보내듯이 자유연상에 맡기는 듯한 것도 좋지만.. 제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T의 성향이 불쑥불쑥 반기를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보다도 더 타이트한 유럽의 여러가지 규제가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따라가기 힘든 점 등 그리고 이것이 제3세계의 경제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 및 대책이 미흡한 점,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에서 지역화로 reshoring (국내 복귀)하는 움직임 등 여러가지 논점이 있는데 단순히 백인과 계몽시대의 관점에서 벗어나 더 전통적이고 다양한 문화의 접점에서 지역적인 지혜와 관점으로 바라보자는 취지는 알겠지만.. 아직은 제 취향(?)에 비해 좀 여러가지 희망사항을 뭉뚱그려서 멋있게 쓰긴 했지만 아직 그런 지워지고 무시당해온 지혜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yg 님이 썼던 '세계화에 반대한다'에 대한 평처럼 저도 약간 비뚤어진 생각을 했습니다. Flight shame(ship shame?)에 굳이 몰 필요는 없지만 이런 많은 여행 또한 탄소 발자취를 늘리는 것인데 nature writing을 하는 작가가 이렇게 많은 곳을 여행하고 다니고 계속 떠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히는 것도 아이러니한 인간의 본능인가 하네요. 인간이 알바트로스나 바다 소금쟁이처럼 무해하게 먼 하늘과 바다를 여행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dobedo
불안의 서는 안 읽어봤는데 제목에서부터 어떤 책일지 느낌이 오긴 해요. 아마 다른 분들이 그런 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작가의 충만한 자의식이 힘들다는 얘기를 하시는 거라면, 저는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그렇게까지 힘든 책은 아니고요. 근데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끌어안으며 느끼는 작가의 연민과 고통이 어떤 권력과 세력에 대한 분노와 성토로 단순하게 치환되고 끝난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낭만적 인 낙관으로 귀결되거나 하면 허탈할 것 같아요. 뭐 아직 책의 초반이니까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고요. @borumis 님이 염려하신 부분과 바람에는 저도 큰 틀에서 동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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