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갑자기 계획에 없던 일이 생겨 아주 많이 밀렸습니다. 댓글도 소화하기 어렵고~ㅠ 부라부랴 따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알래스카의 북동 해안에는—이누피아트족의 이누피아크어로—나알라기아그비크, 즉 ‘들으러 가는 곳’이라 불리는 장소가 있다. 이누피아트 샤먼이 동물들의 목소리와 자기 조상들의 목소리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들으러 주기적으로 찾는 곳이다. 샤먼은 이 목소리들을 모아 자기네 종족을 이끌 때 건네줄 이야기, 그들의 삶에 방향을 제시하고 그들을 해악으로부터 지켜주는 이야기를 엮어낸다
호라이즌 4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당시 알래스카에 살고 있던 작곡가 존 루서 애덤스는 이러한 샤먼의 행위와 거기 담긴 거대한 은유에서 영감을 받아 페어뱅크스에 있는 알래스카대학교 북부 박물관의 한 방에 〈들으러 가는 곳〉이라는 설치물을 만들었다. 이 방에서는 여러 스피커에서 엄밀하게 조절된 전자음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이 소리는 지구의 역동 자체가 만들어낸 것이다.
호라이즌 4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김애란 작가님의 <바깥은 여름>에 "침묵의 미래"라는 단편이 있는데 소멸해가는 소수언어를 의인화했던 아주 창의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부분을 읽다보니 작가님이 "들으러가는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갑자기 연상작용이 일어났어요 ㅎ
존에게서 받은 자극으로 나도 어디를 가든 그곳의 환경에서 나오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려 노력했고, 그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장소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곳의 계절, 온도, 습도, 바람의 세기, 하루 중 시간대와 함께 변화하는 독특한 소리의 패턴과 배열이 있다고 믿는다.
호라이즌 4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렇게 오감을 이용해서 시간, 장소 뿐 아니라 지구와 온몸으로 교감하는 분들.. 너무 멋지네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곳을 방문한 배리 로페즈의 경험담도 좋았지만요. 그가 느낀 감상을 섬세하게 풀어내고, 자신만의 사유로 엮어내는 문장들이 특히 더 좋은 것 같아요(영감을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기록하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지명들은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곳들이 많아 버퍼링이 여러 번 걸리고 있습니다(허허허). 문장이 버벅버벅? 읽히는 느낌이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2월 14일 금요일에는 3장 '푸에르토아요라'의 갈라파고스 제도 이야기의 두 번째 부분을 읽습니다. 오늘 읽을 분량은 한국어판 종이 책 기준 426쪽까지입니다. (비야밀 외곽의 감옥 유적에 가겠다는 저자를 가이드가 만류하는 부분까지!) 말씀드린 대로 주말까지 3장을 마무리하는 일정입니다. 자기 호흡대로 천천히 저자와 함께 갈라파고스 제도의 이곳저곳을 누벼 보세요. 이번 장은 꼭 가이드와 함께 투어하는 느낌이죠?
오늘(2월 14일) 읽을 부분에서 등장하는 저자가 "흥분해서 너무 힘차게 탄성을 내지르다가 스노클이 빠져 질식할 뻔한" 파란눈자리돔. the blue-eyed damselfish.
저도 이거 보고 찾아보고 정말 예뻐서 깜놀..^^ 이런 아름다움을 보면 뇌혈관 질환 때문에 고산도 못 가지만 해저 깊은 곳처럼 압력이 달라지는 곳에 가지 말라는 경고 때문에 스쿠바를 못하는 게 정말 아쉬워져요. 수영은 자신 있는데.. ㅜㅜ
어머 저는 찾다가 못찾았는데~ 너므 이쁘네요 물속에서 만나면 환상적일거 같아요
그... 제가 제주도에서 자리물회를 맛있게 먹었는데... 음... 아... 이거 참... 어떡하죠...
설마.. 이렇게 이쁜 열대 물고기였을까요? ㅜㅜ 아마 제주도나 인근 아시아 바다의 자리돔 중 흔한 회색 물고기 아닐까하네요.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28875&cid=46678&categoryId=46678
미모의 물고기였는지 흔한 외모의 소유자였는지 아무튼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다녀간 식당이라고, 문 대통령 앉았던 테이블에 표시까지 되어 있더라고요. ^^
아 너무 이쁘네요. 제가 찾아본 물고기는 이 아이에게서 빛을 뺀 사진이어서 실망했었어요. 같이 읽는 즐거움입니다. ㅎㅎ
애초에 에콰도르 국민들을 갈라파고스로 불러들인 동기 중 하나는 에콰도르 본토에 널리 퍼져 있는, ‘에콰도르의 변경’으로 가면 누구나 ‘관광’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주로 큰돈을 버는 이들은 갈라파고스의 투어 보트 운영권을 누구에게 내줄지 결정하는, 수도 키토에 있는 정치가들과 사업 파트너들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토착' 종과 '외래' 종을 구분하려는 시도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핀치와 거북 등 갈라파고스를 상징하는 생물들의 조상 역시 다른 곳에서 '이주해온' 생물들인데, 시궁쥐와 돼지 등 나중에 뱃사람들을 따라 들어온 생물들만 '침입자' 취급을 받고 있다는 관점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곳에 속하는 생물과 몰살해야 하는 생물을 구분하는 건 정치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사람들이 갈라파고스를 버리고 떠나야 한다고 주장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고, 야생화된 돼지들과 염소들을 그대로 수용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중간 지대는 그 누구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런 순간을 맞닥뜨리면 마음이 평정을 회복한 뒤로도 심장은 오래도록 평소의 리듬을 되찾지 못한다. 빛과 그림자, 물속 형태들을 이루는 선들이 서로 맞아 들어가면서 하나의 일관된 이미지가 완성되는 순간.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다시 보트로 돌아가, 우리가 물속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히 이야기하자 바다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던 사람들은 후회로 괴로워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 어떻게 괴로워하지 않겠는가? Back on the boat, how could we relate the details of what had happened without distressing those who'd chosen not to go?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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