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시간적 기준만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라, 광장공포증처럼 공간적 차원과 관련된 ‘장애들’도 존재한다. 이런 종류의 ‘장애’를 갖고 있으면 생존 가능한 미래를 구상할 기회가 제약될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혹 어쩌면 그런 기회가 더 열릴 거라 생각해볼 수도 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렇다면 의문 하나가 퍼뜩 떠오른다. 인간이 건설한 환경과 문화적 환경은, 예컨대 조울증과 광장공포증 같은 시간적, 공간적 ‘장애’에, 그리고 하나같이 감정이입의 결여를 특징으로 하는 자폐장애, 자기애적 성격장애, 사이코패스 같은 정신적 상태에, 그리고 이타성과 공격성 같은 인간의 특징적 행동이 계속 존재하는 현실에 어느 정도의 선택압을 가할까?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좀 더 생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관점, 또는 깨우친 관점이지만 분명 현실적이기도 한 관점은, 인간은 자신을 잠재적으로 전능한 존재로 보기보다는 결함 있는 존재로 볼 때 더 잘 살 수 있으며, 다른 모든 동물과 다름없이 인간 역시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하나의 동물이라는 관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이 관점이 결국에는 더 나은 정치로, 세계적으로 더 공정한 사회적 경제적 체제의 발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호모 사피엔스가, 다시 말해 문화적으로 진보한 인간이 예외적인 존재인 것은 사실이다
호라이즌 5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100년 뒤 인류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은 이제 지구온난화와 에볼라 같은 바이러스들로 인한 생태계 교란, 합성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유전자 변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전체 인구 중 문화적 환경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그것도 약물의 도움 없이 대처할 수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가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호라이즌 56%,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난세에 영웅이 등장한다는 인기 있는 개념은 불후의 문학적 장치이기는 하나, 어려운 곤경에 처한 집단이라면 영웅이 나서서 말할 때를 기다리기보다 대화와 의식이라는 예의 바르고 정중한 사회 변화의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호라이즌 5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제는 시대에 뒤처지고 위험해 보이는 관념들—예컨대 국민국가가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관념, 거대 자본주의는 불가피하다는 생각, 한 가지 종교적 관점의 일방적 권위, 모든 신비를 하나의 의미로, 하나의 성문화로, 하나의 운명으로 몰아넣으려는 충동—이 대화를 이끌게 두어서는 안 된다.
호라이즌 58%,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지역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있는 지역이기도 한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고인류학자들은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을 떠날 때 이 해협을 건넜을 거라고 본다. 이 해협은 비탄의 해협이나 눈물의 해협 또는 슬픔의 해협으로 번역된다.
호라이즌 58%,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아, 제가 얼마나 무식한지 깨닫게되네요. 부끄럽지만 저는 대지구대라는 것을 처음 들어봤어요. ㅠ
https://maps.app.goo.gl/5SyF2jSE5PRaBHiv6 올두바이 뮤지엄을 지도에서 찾았는데, 뮤지엄내부 사진도 볼수 있네요. 생생한 느낌/
나는 이 사람들에게서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지나가는 무한한 공간의 형태에 대한 정확하고 예민한 감각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담고 있는 시간의 틀이 마치 크기가 다른 사발들이 차례로 조금 더 큰 사발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층층이 포개진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그러니까 하루 중의 특정 시간이 음력 또는 양력에서 특정한 날 속에 담겨 있고, 다시 이 모든 것이 한 문화적 시대 안에 자리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있다. 내가 그들과 동행하는 걸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나와는 달리 어느 순간이든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딘지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그들 중 가장 뛰어난 이들은 거의 초자연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늘 태연자약하다. 다면적이고 광활한 미지의 장소에서도 그들은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안다.
호라이즌 59%,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문장들이 너무 좋네요. "다면적이고 광활한 미지의 장소에서도 그들은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한다."
이걸 읽으면서 아무리 gps와 정확한 지도, 현대문명의 이기가 있어도 나는 이런 광활한 미지의 장소에서는 꼼짝없는 뱀 먹이겠구나.. 안 그래도 집 근처에서도 방향치인데;;; 전 이런 사람들 곁에 찰싹 붙어다녀야겠습니다;;;
저도 이 문장이 인상 깊었어요. 저는 제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이 언제인지 잘 까먹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유별난 사람이거든요. 자칼캠프 부분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다른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을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저도 그런 신경학적 특징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더 그런 감각이 발달한 사람들에 대해서 느끼는 경이로움 같은 게 있어요. 나침반이 없으면 동서남북도 구별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런 시간감과 공간감이 정말이지 놀라운 능력이라 때론 그런 사람들이 초인처럼 느껴집니다.
미샤 랜도는 예일대학교 대학원 재학 시절에, 고인류학자들이 인간의 기원에 관해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방식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 논문에서 그는 고인류학자들이 “화석이나 이론적 원리가 아니라 기저에 깔린 공통의 서사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글을 쓴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사용해서 하는 그들의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화석들 자체가 아니라 이 “심층적 서사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 랜도의 생각이었다.
호라이즌 6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저도 랜도의 주장에 공감하는데요, 고인류학의 모호성을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어하니 연구비나 자신의 다양한 목적을 위해 서사구조를 만드는거 같은데, 과학자들이 서사를 만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거 같아요. 저도 항상 궁금했던 부분인데, 랜도가 이런 주장을 하며 리처드 및 다른 학자들과 갈등이 있었나봐요
과학적 사실은 흔히 해석치와 실험치를 비교하여 검증하고 무엇보다 재현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인류 기원에 대한 연구는 화석에만 의지하는건가? 하는 의구심이 옛날부터 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저만 한 건 아니었군요. 이 대목 읽으면서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나이 들면서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함부로 단정짓지 말자이기에 화석 발굴을 통해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는분들의 세계도 존중하게 되더이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속 한편으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등 고대 인류의 흔적을 화석으로 찾아 계보를 수립하는 것이 타당하냐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조금 있습니다.
안그래도 이거 찾아보고 싶었는데 절판되고 별로 리뷰나 언급이 없더라구요;; 그 당시에는 좀 논란이 된 것 같았는데 묵살된 건지;;
저도 랜도의 주장에 공감했어요. 당시의 고인류학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을지 고인류학에 문외한인 저는 모르지만, 랜도가 '이렇게 이야기를 사용해서 하는 그들의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화석들 자체가 아니라 이 “심층적 서사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로페즈의 글을 읽으면서 짐작되는 바가 있거든요. 저는 안다고 말하려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아니면 믿음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텔링(서사)에 기반한 학문은 그것이 무엇이든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앎'보다는 '안다고 착각'하기 좋은 그럴듯한 설명에 기댄다고 생각하고요. 엄밀한 과학의 눈으로 보면 인문학은 결국 스토리텔링에 지나지 않을 텐데, 랜도는 그런 과학자의 입장에서 당시의 고인류학을 비판한 게 아닐까 싶네요. 세월이 많이 흘렀고 과학적 수단들도 늘었으니 현재의 고인류학은 당시와는 많이 다른 모습일 거 같고요. 사람들은 세상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돌아가서 예측가능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서사일수록 외려 현실과는 괴리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현생 호모 사피엔스가 스토리텔링에 약하다는 건 뇌과학도 밝혀냈지만, 조금만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면 알아차릴 수 있는 패턴이고, 또 누구나 빠질 수 있는 함정이기도 하죠. 저는 그래서 과학은 믿지만 과학자는 믿지 않습니다.
내가 메리 리키를 존경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는 고인류학이 극소수의 여성만을 받아들였던 시대에 고인류학자로 성공했으며,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연구자였던 시절 아프리카의 암면 미술을 선구적으로 연구했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을, 자기 중심적이며 명사 대접 받는 일에 익숙하고 자기를 우러러보는 여자들과의 관계에서 그리 신중하지도 않았던 남편 루이스의 그늘에서 일하며 이뤄냈다. 메리는 인간의 결함에 대한 냉철한 관찰자였고 인간의 미덕을 덥석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호라이즌 6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도서 증정] 정재승, 김경일 추천 도서『집단 망상』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비공개 PDF 제공] 미출간 신간 <슈퍼 아웃풋 공부법> 먼저 읽고 이야기 나눠요! [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도서증정] [발행편집인과 함께 읽기]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도서 증정] 논픽션 <두려움이란 말 따위>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동아시아)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코스모스> 꼭 읽게 해 드리겠습니다!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내 맘대로 골라보는《최고의 책》
[그믐밤] 42. 당신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은 무엇인가요? [그믐밤] 17.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북티크
🎨책과 함께 떠나는 미술관 여행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그믐 앤솔러지 클럽에서 읽고 있습니다
[그믐앤솔러지클럽] 3. [책증정] 일곱 빛깔로 길어올린 일곱 가지 이야기, 『한강』[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
책을 들어요! 👂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Nina의 해외에서 혼자 읽기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위화의 [인생]강석경 작가의 [툰드라]한 강 작가의 소설집 [여수의 사랑]
⏰ 그믐 라이브 채팅 : 최구실 작가와 함께한 시간 ~
103살 차이를 극복하는 연상연하 로맨스🫧 『남의 타임슬립』같이 읽어요💓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1일 오프라인 북토크 예정!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AI 에 관한 다양한 시선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결과물과 가치중립성의 이면[도서 증정]《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AI 메이커스> 편집자와 함께 읽기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 기념[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AI 이후의 세계 함께 읽기 모임
독자에게 “위로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희영
[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이희영 장편소설 『BU 케어 보험』 함께 읽어요![선착순 마감 완료] 이희영 작가와 함께 신간 장편소설 《테스터》 읽기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만나는 철학자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도서 증정] 순수이성비판 길잡이 <괘씸한 철학 번역>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증정]《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저자&편집자와 읽어요!
<피프티 피플> 인물 탐구
피프티피플-이기윤피프티피플-권혜정피프티피플-송수정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