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난세에 영웅이 등장한다는 인기 있는 개념은 불후의 문학적 장치이기는 하나, 어려운 곤경에 처한 집단이라면 영웅이 나서서 말할 때를 기다리기보다 대화와 의식이라는 예의 바르고 정중한 사회 변화의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호라이즌 5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제는 시대에 뒤처지고 위험해 보이는 관념들—예컨대 국민국가가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관념, 거대 자본주의는 불가피하다는 생각, 한 가지 종교적 관점의 일방적 권위, 모든 신비를 하나의 의미로, 하나의 성문화로, 하나의 운명으로 몰아넣으려는 충동—이 대화를 이끌게 두어서는 안 된다.
호라이즌 58%,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지역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있는 지역이기도 한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고인류학자들은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을 떠날 때 이 해협을 건넜을 거라고 본다. 이 해협은 비탄의 해협이나 눈물의 해협 또는 슬픔의 해협으로 번역된다.
호라이즌 58%,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아, 제가 얼마나 무식한지 깨닫게되네요. 부끄럽지만 저는 대지구대라는 것을 처음 들어봤어요. ㅠ
https://maps.app.goo.gl/5SyF2jSE5PRaBHiv6 올두바이 뮤지엄을 지도에서 찾았는데, 뮤지엄내부 사진도 볼수 있네요. 생생한 느낌/
나는 이 사람들에게서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지나가는 무한한 공간의 형태에 대한 정확하고 예민한 감각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담고 있는 시간의 틀이 마치 크기가 다른 사발들이 차례로 조금 더 큰 사발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층층이 포개진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그러니까 하루 중의 특정 시간이 음력 또는 양력에서 특정한 날 속에 담겨 있고, 다시 이 모든 것이 한 문화적 시대 안에 자리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있다. 내가 그들과 동행하는 걸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나와는 달리 어느 순간이든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딘지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그들 중 가장 뛰어난 이들은 거의 초자연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늘 태연자약하다. 다면적이고 광활한 미지의 장소에서도 그들은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안다.
호라이즌 59%,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문장들이 너무 좋네요. "다면적이고 광활한 미지의 장소에서도 그들은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한다."
이걸 읽으면서 아무리 gps와 정확한 지도, 현대문명의 이기가 있어도 나는 이런 광활한 미지의 장소에서는 꼼짝없는 뱀 먹이겠구나.. 안 그래도 집 근처에서도 방향치인데;;; 전 이런 사람들 곁에 찰싹 붙어다녀야겠습니다;;;
저도 이 문장이 인상 깊었어요. 저는 제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이 언제인지 잘 까먹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유별난 사람이거든요. 자칼캠프 부분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다른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을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저도 그런 신경학적 특징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더 그런 감각이 발달한 사람들에 대해서 느끼는 경이로움 같은 게 있어요. 나침반이 없으면 동서남북도 구별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런 시간감과 공간감이 정말이지 놀라운 능력이라 때론 그런 사람들이 초인처럼 느껴집니다.
미샤 랜도는 예일대학교 대학원 재학 시절에, 고인류학자들이 인간의 기원에 관해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방식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 논문에서 그는 고인류학자들이 “화석이나 이론적 원리가 아니라 기저에 깔린 공통의 서사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글을 쓴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사용해서 하는 그들의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화석들 자체가 아니라 이 “심층적 서사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 랜도의 생각이었다.
호라이즌 6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저도 랜도의 주장에 공감하는데요, 고인류학의 모호성을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어하니 연구비나 자신의 다양한 목적을 위해 서사구조를 만드는거 같은데, 과학자들이 서사를 만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거 같아요. 저도 항상 궁금했던 부분인데, 랜도가 이런 주장을 하며 리처드 및 다른 학자들과 갈등이 있었나봐요
과학적 사실은 흔히 해석치와 실험치를 비교하여 검증하고 무엇보다 재현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인류 기원에 대한 연구는 화석에만 의지하는건가? 하는 의구심이 옛날부터 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저만 한 건 아니었군요. 이 대목 읽으면서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나이 들면서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함부로 단정짓지 말자이기에 화석 발굴을 통해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는분들의 세계도 존중하게 되더이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속 한편으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등 고대 인류의 흔적을 화석으로 찾아 계보를 수립하는 것이 타당하냐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조금 있습니다.
안그래도 이거 찾아보고 싶었는데 절판되고 별로 리뷰나 언급이 없더라구요;; 그 당시에는 좀 논란이 된 것 같았는데 묵살된 건지;;
저도 랜도의 주장에 공감했어요. 당시의 고인류학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을지 고인류학에 문외한인 저는 모르지만, 랜도가 '이렇게 이야기를 사용해서 하는 그들의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화석들 자체가 아니라 이 “심층적 서사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로페즈의 글을 읽으면서 짐작되는 바가 있거든요. 저는 안다고 말하려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아니면 믿음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텔링(서사)에 기반한 학문은 그것이 무엇이든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앎'보다는 '안다고 착각'하기 좋은 그럴듯한 설명에 기댄다고 생각하고요. 엄밀한 과학의 눈으로 보면 인문학은 결국 스토리텔링에 지나지 않을 텐데, 랜도는 그런 과학자의 입장에서 당시의 고인류학을 비판한 게 아닐까 싶네요. 세월이 많이 흘렀고 과학적 수단들도 늘었으니 현재의 고인류학은 당시와는 많이 다른 모습일 거 같고요. 사람들은 세상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돌아가서 예측가능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서사일수록 외려 현실과는 괴리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현생 호모 사피엔스가 스토리텔링에 약하다는 건 뇌과학도 밝혀냈지만, 조금만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면 알아차릴 수 있는 패턴이고, 또 누구나 빠질 수 있는 함정이기도 하죠. 저는 그래서 과학은 믿지만 과학자는 믿지 않습니다.
내가 메리 리키를 존경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는 고인류학이 극소수의 여성만을 받아들였던 시대에 고인류학자로 성공했으며,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연구자였던 시절 아프리카의 암면 미술을 선구적으로 연구했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을, 자기 중심적이며 명사 대접 받는 일에 익숙하고 자기를 우러러보는 여자들과의 관계에서 그리 신중하지도 않았던 남편 루이스의 그늘에서 일하며 이뤄냈다. 메리는 인간의 결함에 대한 냉철한 관찰자였고 인간의 미덕을 덥석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호라이즌 6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좀 더 생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관점, 또는 깨우친 관점이지만 분명 현실적이기도 한 관점은, 인간은 자신을 잠재적으로 전능한 존재로 보기보다는 결함 있는 존재로 볼 때 더 잘 살 수 있으며, 다른 모든 동물과 다름없이 인간 역시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하나의 동물이라는 관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이 관점이 결국에는 더 나은 정치로, 세계적으로 더 공정한 사회적 경제적 체제의 발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카모야는 내게 올두바이에서 일원으로 선발된 것이 기뻤고, 처음에는 미심쩍어했어도 계속 그 일을 해왔던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고인류학이 그에게 아주 좋은 인생을 선사했다고.
호라이즌 6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짧은 문장들에서 카모야의 삶에 대한 태도가 느껴지네요. 아주 좋은 인생..... 아주 좋은 인생.
https://www.youtube.com/watch?v=uSJN2qcmcUQ&t=3s 투르카나에 대해 Kbs에서 만든 다큐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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