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독서

D-29
중병에 걸리면 삶의 윤곽이 아주 분명해진다. 나는 내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건 전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은 그대로였지만 인생 계획을 짜는 능력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만 하면 앞으로 할 일은 명백해지다. 만약 석 달이 남았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1년이라면 책을 쓸 것이다. 10년이라면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삶으로 복귀할 것이다. 우리는 한 번에 하루씩 살 수 있을 뿐이라는 진리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하루를 가지고 난 대체 뭘 해야 할까?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382,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의사의 의무는 죽음을 늦추거나 환자에게 예전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너져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가슴에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이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392,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과학을 형이상학의 결정권자로 보면 세상에서 신뿐만 아니라 사랑, 증오, 의미도 함께 사라져버리고, 이런 의미가 모두 사라진 세상을 결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라 할 수 없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398,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선은 물자체이며, 사람은 절대로 물자체를 완벽하게 파악해 그 기준에 부합하며 살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예수가 전하려던 주된 메시지는 자비가 항상 정의를 이긴다는 것이라고 빋었다. 또한 원죄의 기본적인 메시지는 "늘 죄책감을 느끼라"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런 맥락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선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지만, 항상 거기에 맞춰 살지는 못한다." 결국 이것이 신약성경의 메시지이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402,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궁극적인 진리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되 거기에 닿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혹은 가능하다 해도 확실히 입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결국 우리 각자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405,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인류의 지식은 한 사람 안에 담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맺는 관계와 세상과 맺는 관계에서 생성되며,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궁극적인 진리는 이 모든 지식 위 어딘가에 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406,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모든 사람이 유한성에 굴복한다. 이런 과거 완료 상태에 도달한 건 나뿐만이 아니리라. 대부분의 야망은 성취되거나 버려졌다. 어느 쪽이든 그 야망은 과거의 것이다. 미래는 이제 인생의 목표를 향해 놓인 사다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지속되는 현재가 되어버렸다. 돈, 지위, <전도서>의 설교자가 설명한 그 모든 허영이 시시해 보인다. 바람을 좇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464,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우리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결혼 생활을 지키는 비결은 한 사람이 불치명에 걸리는 거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역으로 말하자면, 불치병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서로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서로에게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하며, 감사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505,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생과 사는 떼어내려고 해도 뗄 수 없으며, 그럼에도, 혹은 그 때문에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폴에게 벌어진 일을 비극적이었지만, 폴은 비극이 아니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520,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중반 정도 읽었을 때까지 별 감흥이 없었다. 삶을 너무나도 치열하게 살았던 한 인간의 회고록 정도로 느꼈을까. 글의 분위기가 특별하게 바뀐 것도 아니었는데,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뭔가 무거운 것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표현하기 힘들다. 저자에 대한 안타까움일 수도 아니면 사랑 가운데서 마지막을 맞이했다는 안도감일 수도 그도 아니라면 삶을 이토록 밀도있게 살아낼 수 있는 그 의지에 대한 부러움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그가 글을 쓰고자 한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지 않았을까 깊다. 여전히 나의 죽음에 대해서는 멀찍이 떨어져 있고 싶고 삶의 의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희미하게나마 작게 반짝이는 불빛을 하나 얻은 것 같은 느낌이다. 계획보다 빨리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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