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독서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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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있게 하는가?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삶의 의미를 온전히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인간관계나 도덕적 가치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98,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삶의 의미가 있기나 할까? 요즘 자주하는 생각. 설령 삶의 의미가 없더라도 이렇게 하루하루 보낸들 무슨 상관일까. 일하고, 먹고, 자고, 이야기 하고, 뉴스와 드라마를 보고, 책을 보며 그저그런 생각을 끄적이고..건조하지만 가끔 잔잔한 즐거움도 있는 지금이 그냥 나의 삶 자체이지 않나.
나는 내 정신과 양손의 기술만 훈련해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을 비롯한 다른 기관들도 훈련이 필요했다. 감정적, 과학적, 정신적 문제가 가득한 숲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활로를 개척하는 저 박식가들의 대열에 나도 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나를 도취시켰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187,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우리는 사람의 생사가 걸린 일을 책임져야 하는 힘겨운 멍에를 졌다. 우리 환자의 삶과 정체성은 우리 손에 달렸을지 몰라도, 늘 승리하는 건 죽음이다. 설혹 당신이 완벽하더라도 세상은 그렇지 않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282,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283,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나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기 전에 먼저 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정체성, 가치관, 무엇이 그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지, 또 얼마나 망가져야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246,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나는 결정적 순간에 환자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그저 그 순간에 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많은 고통을 목격했고, 더 나쁘게도 그런 고통에 익숙해졌다. 핏속에서 익사할 듯 어우적거리면서도 그런 생활에 적응하고, 그 와중에 떠다니는 법, 수영하는 법을 배우며, 심지어는 같은 파도에 휘말리고 같은 뗏목에 매달린 간호사들이나 의사들과 유대관계를 맺으며 삶을 즐기기까지 한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208,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그 순간에 서 있을 뿐이었기 때문에 더 깊은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의사는 모든 환자와 함께 할 수는 없다. 함께 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 극한의 수련 과정에서 저렇게 나마 즐길 수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의 죽음과 아주 가까이 대면하면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동시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나는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알지 못했다.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통렬하게 자각한다. 그 문제는 사실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317,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우리는 과연 생존 곡선을 '패배', '비관적', '현실적', '희망적', '망상' 등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을까? 숫자는 그저 숫자가 아니던가? 우리는 모든 환자의 생존 확률이 평균 이상이라는 '희망'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동계 자료와 나의 관계는 내가 환자가 되자마자 달라져버렸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322,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그러나 일반적으로 환자가 원하는 건 의사가 숨기는 과학 지식이 아니라, 각자 스스로 찾아야 하는 실존적 진정성이다. 통계를 지나치게 파고드는 건 소금물로 갈증을 해결하려는 것과 같다.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뇌에 빠지는 일은 생존 가능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324,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몇 년 전, 나는 다윈과 니체가 한 가지 사실에 동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을 규정짓는 특징은 생존을 향한 분투라는 것이다. 삶을 이와 다르게 설명하는 건 줄무늬 없는 호랑이를 그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수년을 죽음과 함께 보낸 후 나는 편안한 죽음이 반드시 최고의 죽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아기를 갖기로 한 결정을 양가에 알리고, 가족의 축복을 받았다. 우리는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344,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직접 체험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문학 작품이나 학술적인 연구에서 멀어지긴 했지만, 내 경험을 언어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밍웨이 역시 비슷한 형태의 저술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풍부한 경험을 하고 충분히 사색한 뒤 글을 쓰는 것 말이다. 내게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글들이 필요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354,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여느 때처럼 나는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고, 아침을 먹은 다음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에 대한 응답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오래전 학부 시절 배웠던 사뮈엘 베케트의 구절이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나는 침대에서 나와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는 그 구절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I can't go on. I'll go on)."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p.355,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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