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독서

D-29
매일 독서
허무의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철학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탄생 설화가 지중해세계에서의 '철학'이라는 담론을 오랫동안 특징지어왔기 때문이다. 허무하다는 것은 참된 것, 영원한 것, 필연적인 것, 보편적인 것이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달리 말해, 우리가 삶에서 기댈 수 있는 것, 의지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 우리의 삶을 근거 지어주는 것, 그런 것(들)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느낌, 이런 직관, 이런 분위기에서 사유가 탄생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세계철학사 1 - 지중해세계의 철학 p.45, 이정우 지음
만일 밀레토스학파가 '질료'라는 것을 논했다면, 그때의 질료란 물질, 생명, 정신을 모두 포괄하는 무엇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밀레토스학파가 질료 중심의 사유를 했다는 것은 이미 사유의 역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준까지 진행되었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 성립하는 이야기이다. 철학의 모든 개념들은 그 개념들이 성립한 시대, 지역, 철학자, 텍스트를 신중하게 고려해서 이해해야 한다.
세계철학사 1 - 지중해세계의 철학 p.58, 이정우 지음
이렇게 자연철학의 등장, 아르케 탐구라는 행위의 등장에는 현상을 넘어 실재를, 다자를 넘어 일자를, 시간과 변화를 넘어 영원한 것을, 결국 동일성을 찾으려는 시도가 함축되어 있다. 이 세 가지 존재론적 함의 외에도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인식론적 함의가 있다. 아르케를 찾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나타난(for us)" 존재들이 아니라 "그 자체에 있어서의(in itself)" 사물들을 찾는 것이다. ... 이것은 곧 감성에 대한 이성의 우위를 선언하는 것이다.
세계철학사 1 - 지중해세계의 철학 p.62, 이정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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