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소설] 2월 『폴란드인』 함께 읽어요

D-29
그것을 이해하려면 당신은 침묵하고 들어야 해요. 음악이 말을 하게 하세요. 그러면 이해하실 겁니다.
폴란드인 40쪽,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바르셀로나에서의 저녁 연주회. 쇼팽 전문 연주자 피아니스트 남자와 연주회를 관리하는 이사회 임원인여자의 만남. 남자가 여자에게 반한 순간이 언제였을까? 바로 이 질문 때문이었을까? "잠시 쇼팽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당신 생각에는 쇼팽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뭔가요? 그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폴란드인이 그녀를 서늘하게 쳐다본다. "그가 왜 중요하냐고요? 우리에게 우리 자신에 관해서 얘기 해주기 때문이죠. 우리의 욕망에 관해서요." p40
화제로 지정된 대화
2장 (47~80쪽)
비톨트는 베아트리스가 자기 마음에 평화를 준다며 자신의 운명이라고 하네요. 베아트리스는 비톨트를 거부하면서도 그에게 강하게 끌리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듯하고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79쪽. 대체 무슨 일이 생긴걸까?), 빨리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싶네요. 그리고 31번 글에서 책의 제목인 ‘pole’이 본문에 언급되는데 각주를 읽어봐도 쉽사리 와닿지 않네요.. 책을 읽어나갈수록 알게되는 것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여러번 읽어봅니다.
저는 폴란드인을 ‘pole’이라고도 말한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알았는데요. 비톨트를 진극에 대비해 가짜 극인 자기장이 가리키는 자극으로 표현한 게 자석과 같은 끌림을 느끼는 상태를 나타낸게 아닐까 싶었네요. 폴란드인=자극=Pole 이런 유머 섞인 표현들이 재밌었어요.
아핫. 그렇군요~ 쉽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해요~ 책을 읽을수록 베아트리스는 폴에게 더더욱 강하게 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말(생각)과 행동이 참 다른 베아트리스입니다. 진실은 아무래도 후자로 보이지만요.
그들은 걸음을 옮긴다. 강물이 부드럽게 흐르고, 산들바람이 불고, 그들 앞에 오솔길이 펼쳐져 있다. 우연이지만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닌 사소한 것들. 조금씩 그녀의 기분이 가벼워진다.
폴란드인 57쪽,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정말로 그녀는 헤로나에서 뭘 하고 있었을까? 이름의 철자도 제대로 쓸 수 없는 남자의 부름에 응하다니, 벌써 그것은 일탈처럼 보인다.
폴란드인 p. 63,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그녀는 폴란드인과 함께 브라질에서 일일을 보내는 것이 어떠할지 너무나 잘 상상할 수 있다. 특히 그녀는 그들이 함께 자는 것이 어떠할지 상상할 수 있다. 그녀는 절정에 이르는 척해야 할 것이고, 그는 그녀를 믿는 척해야 할 것이다.
폴란드인 p. 80,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비톨트 씨, 나는 당신의 삶의 수수께끼에 대한 답이 아니에요, 당신의 수수께끼도 다른 사람의 수수께끼도 아니라고요! 그녀는 바로 이렇게 그에게 얘기했어야 한다. 나는 그냥 나예요!
폴란드인 p.69,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사실, 처음 읽을 때, 2장까지만 해도 좀 뭐랄까, 왜 이렇게 껄떡대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요, 머뭇거리고 엇나가는 생각들, 그보다 더 닿지 않는 의미들을 곱씹다보니 정말 희미한 선율이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알듯말듯한 멜로디들.
책 자체가 연극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 문장 쫌 맘에 들었습니다.
그녀는 그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예기치 않게 깊은 목소리다. 검은 흐름, 액체 같은.
폴란드인 53,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그러나 그는 질투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그는 즐거워한다. 다른 남자가 오직 그에게만 속한 것. 그가 너무 쉽게 소유하는 것을 원하니 즐거운 거다.
폴란드인 64,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비톨트는 몇 차례에 걸쳐 베아트리스에게 고백을 하고 여행을 제안합니다. 저는 베아트리스가 비톨트의 고백과 제안을 거부하는 이유가 조금(?) 흥미롭웠습니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나 도덕적 측면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외도를 할 만큼 열정이 없다는 그녀의 말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그녀는 남편의 외도에도 별 감흥이 없습니다. 그저 남편의 애인들과 엮이지 않도록 조심할 뿐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올 갱년기, 더는 어려워질 임신 등 육체적인 측면에서의 여성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는 세상만사가 따분하고 한편으로는 회의적인 감정으로 대하는 듯 느껴집니다. 재미있는 점은 베아트리스는 비톨트를 따라 브라질에 갈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도(심지어 혐오감을 느끼면서) 그와 함께 브라질에 가면 일주일 동안 무엇을 하며 지내게 될지 상상합니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의도로 비톨트가 자신에게 얼토당토 않은 고백을 한 건지 계속 궁금해 하는데요, 이 부분에서 생각이 상당히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폴란드인과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라고, 단지 그를 안쓰럽게 여길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예측하지 못했던 '비톨트'라는 사건이 어떤 관점에서든 그녀에게 자극이 된 건 분명해 보입니다.
"다시 만날 거야?" 그녀의 남편이 말한다. "아니." 그녀가 말한다. 그리고는 덧붙인다. "이건 섹스의 문제가 아니야." "당연히 섹스의 문제지. 그렇지 않다면 그가 당신을 브라질에 초대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옆에 피아노 악보를 넘기라고?"
폴란드인 p64,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섹스에 대한 남녀의 차이를 볼 수도 있지만 정말 오래된 부부 사이의 대화란 생각도 드네요. 어찌보면 남 얘기하듯 하기도 하고. 아님 남사친 여사친이 오랜만에 만나 최근 알게된 이성에 대해 상담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의 우상인 쇼팽은 자신을 돌보는 여자에게 의존했던 병약한 남자였다. 어쩌면 바로 그것이 폴란드인이 진짜로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쇠잔해가는 말년에 그를 돌봐줄 간호사 말이다.
폴란드인 76,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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