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자신을 주목하지 않는다는 게 확실해졌을 때, 비로소 야마다는 진심 어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단 한 번도 다른 이를 위해, 혹은 다른 이에게서 무언가를 바란 적이 없었고, 이는 그가 일생을 통틀어 느껴온 은밀한 만족감의 원천이었다. 그는 자신이 완전한 자립을 이룬 존재라 생각했다. 심지어 차갑고 흰 손을 가진 조용하고 우아한 귀부인이었던 자신의 어머니에게서조차 그 어떤 온기와 애정도 갈구하지 않았으며, 여자가 줄 수 있는 사랑을 그리워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후쿠다의 미개한 폭력성 때문에 하마터면 체면에 흠집이 생길 수도 있었다는 순간의 가능성은 야마다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그의 화를 돋웠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타인의 운명에 결부되어 있다는 감각도 짜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가 남경수의 안전을 확신하지 못할수록, 이 불쾌한 연결의 감각은 계속 남아 있을 터였다. ”
『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프롤로그 - 사냥꾼 중에서,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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