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D-29
아이티 지진이나 인도네시아 쓰나미 재난 이후 구호현장에 관련한 기사를 읽으면 항상 나오는게 그 냄새에 대한 내용이었네요. 현장에서 미처 수습되지 못한 부패한 시신들에서 풍겨오는 시큼하고 비릿하고 지독한, 한번 맡으면 잊지 못하는 그런 냄새에 대한 내용이요. 그 냄새들이 몸에 달라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던 그런 강렬했던 묘사들이 기억납니다. 궁금하긴 한데 절대 맡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럴 일이 없었으면 하고요.
동아일보 입사 동기 기자가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 출장을 가서 르포 기사를 쓰고 왔어요. 그 형도 시신의 악취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는 대구 지하철 사고 때 취재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제 후각 경험은 특별한 게 없네요. 쪽방촌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현장 쪽의 냄새가 더 기억이 강하게 납니다.
프롤로그부터 7장까지 1부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관점에서 쭉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다 2부 8장에서부터 수사관의 시선으로 사건을 다시 보게 되는데, 이러한 관점 전환이 독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1부에서는 의사의 선택을 거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2부에서는 그게 도무지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악행으로 여겨지려고 하고... 메모리얼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노련한 저자가 잘 설계해서 선사하는 당혹감이겠지요.
사실은 하나지만, 진실은 여러 가지다.
348쪽, 사고 뒤 수사도 어째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게 되나 봅니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인데.
365쪽, [“우리는 이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서 인도적으로 가능한 일을 모두 했습니다. 정부는 우리가 자택에서, 거리에서, 병원에서 그냥 죽도록 완전히 내버렸습니다. 어쩌면 우리 가운데 상당수는 실수를 했을지도 모릅니다만, 그건 그 당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 전부터 품고 있던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요? 왜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 우리는 저절로 죽지 못하는 걸까요?
저는 인생은 고통 그 자체고 죽음이 안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안식이 인생의 끝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고통을 받아들이고 견딜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어느 순간 삶 자체가 고통이고 죽음이 안식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특히 밤에 그런 생각에 매혹되기도 하고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재난, 그 이후』의 의사들처럼 행동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드물게 ‘살아 있음’이 즐겁기도 해요. 요즘은 너무 살아 있는 거 같아서 힘들지만...
366쪽, [당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 재직 중이던 생명윤리학자 아서 캐플런은 미국의 배심원들이 죽음을 재촉한 의사를 감옥에 보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문화는 의사의 살인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면, 우리는 아주, 정말 아주 정상 참작이 가능한 상황에서 안락사에 대한 옹호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371쪽, [정부는 굳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범죄였다. 거기서 죽은 사람 대부분의 사망 원인은 바로 그것이었다. 수사관들은 병원의 의사들이 아니라 차라리 부시 대통령을 수사해야 했다. 폭풍 때 혼자 남아서 일한 사람들은 가만히 두어야만 했다. 이스벨이 보기에, ‘타이타닉’호의 침몰 상황에다가 전쟁 상황을 합친 것과 다름없었던 상황에서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이들의 고통을 덜어준 의사는 악당이 아니라 오히려 영웅으로 간주해야 했다.] 정말 맞는 말...
387쪽, [그는 사람들이 마지막에 가까워 고통에 시달릴 경우,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며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 (…) 일부 환자는 땀이 흥건했고, 또 일부 환자는 탈수로 인해 축 늘어져 있었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일부 환자로부터는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다 곧이어 침묵이 흘렀는데, 마치 요란한 개구리 울음소리 같은 이것이 바로 죽음의 박자였다. 틸은 이들이 안전한 곳까지의 여정을 버티고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결국에는 이 질문에 맞닥뜨리게 되는군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맞닥뜨릴 줄은 몰랐습니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저 환자들의 고통을 내버려두는 게 법적으로는 안전한 일일 텐데요.
388쪽, [이른바 ‘도덕적 명료성’은 실행보다는 개념으로서 유지하기가 더 쉬웠다. 진실의 순간이 왔을 때, 틸은 주저하고 말았다.]
‘도덕적 명료성은 실행보다는 개념으로서 유지하기가 더 쉽다’는 말. 정치적 올바름을 둘러싼 논쟁을 두고도 써먹기 좋은 문장이겠습니다.
388쪽, [틸은 모르핀을 몇 번 더 주사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100밀리그램은 되어 보였다. 틸은 캐런 윈과 함께 ‘성모송’을 외웠다. 그 남자는 계속 숨을 쉬었다. 환자의 순환계 기능이 너무나 저하되어 있어서, 약품이 체내로 잘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틸은 환자의 얼굴에 수건을 덮었다. 그가 기억하기에, 그 남자가 호흡을 멈추고 사망하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389쪽, [자기가 한 일이 옳다고는 생각했지만, 이게 정말로 옳은 일인가 하는 의문이 곧바로 틸의 마음속에서 뛰놀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렇게 해도 되나요?’ 만약 이 환자가 지금 벌어지는 일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만약 그가 어쨌거나 한 시간 안에 사망한다면, 그를 질식사시키는 일을 과연 잔인하다고 할 수 있을까?]
389쪽, [이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높아졌으며, 이들의 혈압과 혈당 수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의사와 간호사와 구급요원으로 이루어진 소수의 의료진은 무려 이틀 넘도록 잠을 한 숨도 못 자고 일했으며, 지친 나머지 서로를 향해 막말을 퍼붓고 있었다.]
390쪽, [목요일 밤 내내 신음과 비명과 죽음이 이어졌다. 시신을 다른 곳으로 옮길 시간 여유조차 없었다. 틸은 가만히 누워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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