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D-29
100쪽, [그녀는 메모리얼의 CEO인 르네 구에게 이 문제를 이미 지적했으며, CEO는 또다시 댈러스에 있는 테닛의 상사들과 이 문제를 이야기한 바 있었다. 즉 그는 재난 시 대피 가능성이 있다고만 그들에게 보고했다.] 보고가 이런식으로 축소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답답하네요. 실무자와 경영자가 특정 현안에 관해 온도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기도 하고요.
107쪽, [메모리얼은 이제 처음으로 진짜 재난을 직면하고 있었다. 여러 해에 걸친 재난대비태세위원 회의와, 병원의 재난 대비 계획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러 면에서 이 병원은 임기응변을 발휘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전쟁과 관련 유명한 말 중에 'No plan survives first contact with the enemy'가 있습니다. 이 상황에는 enemy를 Katrina로 바꿔도 꽤 어울릴 것 같네요.
“누구나 계획은 있다, 한 방 맞을 때까지는”이라는 명언이 생각나네요! ^^
그러게요! 타이슨의 주먹은 상대의 모든 계획을 무력화시킬겁니다.
저도 핵주먹이든 핵이빨이든 상대의 모든 계획을 무력화시킬 한 방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한 방 내지 한 칼 갖고 사는 사람은 마음이 얼마나 든든할까요. 필살기 없는 삶이여.
197쪽, [그런데 이 상황은 딸이 보기에 전혀 다르게 생각되었다. "저희 어머니를 그냥 여기 버려두고 가달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그녀가 피터라이얼스에게 말했다. "제가 어머니를 DNR 요청 환자로 만들었을 때는, 그게 '구조하지 말라'는 뜻인 걸 몰랐다고요."] DNR이 죽음의 낙인이 되어버렸네요. 무섭습니다. DNR을 요청했던 환자의 가족들은 얼마나 절망스러울지 모르겠습니다.
208쪽, [재난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때문에 사람들의 시야도 좁아져서, 마치 이들은 다른 사람의 경험은 믿지 않고 오로지 자기 경험만 믿는 듯했다. 거듭해서 윈은 다른 사람들도 메모리얼 내부에서 벌어진 상황의 중대성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는 징후를 목격했다.] / 200페이지 가량 읽었지만,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과 재해 한 가운데 있던 사람들의 경험에는 좁혀질 수 없는 차이가 있겠죠. 저는 어떤 집단이 겪은 커다란 참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 저 자신이 가진 공감의 한계를 실감하고는 합니다. 2014년의 사건을 떠올려 볼 때면 의무와 책망이 미묘하게 섞인 감정이 떠올라요. 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서 어떤 선생의 입으로 사건을 알게 되었는데, 2주가 지나서야 피해의 규모를 알 수 있었거든요. 그 일에서 유리되어 있다가 접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2014년에 뉴스를 잘 안 봤어요. 그리고 그 사건을 입에 잘 올리지도 않았고. 어떤 사람들이 슬픔을 드러내는 방식은 때로 기괴했고 때로 부끄러웠고 때로는 불쾌했습니다. 격렬한 감정 상태 그 자체를 즐기는 것 아닌가, 자신의 감수성을 뽐내고 싶어 하는 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지요. 이런 이야기도 얼마 전까지는 삼갔는데, 얼마 전에 한 지인이 이와 비슷한 말을 조심스럽게 하는 걸 보고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안도했더랬습니다.
550쪽, [부도나 랜드리와 함께 있을 때면 그린은 마치 장례식에 참석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순간에는 나지막이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다음 순간에는 누군가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렇게 물었다. “왜 하필 나지?”]
비극을 함께 겪은 이들이 이후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551쪽, [이곳은 수술실의 에어컨도 종종 고장 났고, 때로는 머리에 쓰는 사냥용 플래시에 의존해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포는 자기네 의과대학에서 굳이 해외로 의사들을 파견하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 들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이곳 루이지애나 주야말로 “우리가 가려는 그 어디보다 더 제3세계 같았기” 때문이다.]
미국 진짜 이상한 나라인 거 같아요. 그 이상함과, 미국이 세계의 규범이 되는 초강대국이라는 사실이 관련성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우연인지 궁금합니다.
552~556쪽, 저는 심정적으로 애너 포 박사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만 이제 이야기는 기괴하게 돌아갑니다. 저처럼 포 박사를 응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예비 피고들이 여론전에서 승세를 잡게 되었고, 포 박사는 사람들 앞에서 사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포 박사는 자신이 하는 말들에 거짓이 섞여 있음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여론전에서 이기고 싶어서 선을 넘는 걸까요, 그냥 부주의한 걸까요, 아니면 기억이 왜곡된 걸까요. 혹은 애초에 공과 사의 구분이 희미한 얄팍한 인물이었던 걸까요.
포 박사에게서도 거리를 두는 묘사를 보며 저자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포 박사의 행동을 납득가능하게, 하지만 합리화하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묘사했습니다. 포 박사에 감정 이입해왔던 독자로서는 참으로 모순된 기분이 들게 되네요.
논픽션 이렇게 써야죠. ‘약자를 편든다’는 자세가 너무 강해서 이런 기본을 못 지키는 한국 르포르타주 단행본 몇 권 읽었습니다. 그걸 뉴 저널리즘이라고 부르면 또 할 말이 없긴 한데, 제가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570쪽, [시먼스의 고소장은 일종의 떠보기에 불과했으며, 외관상 법적 주장이었지만, 실제로는 주 검찰총장 포티를 인신공격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 인신공격은 참으로 효과적으로 힘을 발휘합니다. 변호사의 이런 전략을 제3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변호사가 법정 밖에서 그런 술수를 부리는 것도 의뢰인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므로 직업윤리에 맞는 건가요? 변호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의뢰인의 처지라면 물론 저런 변호사를 원할 텐데요.
584~587쪽, 존 틸 박사의 경험은 정말 몇 겹의 아이러니인지 모르겠습니다. 의사인데 말기 대장암을 발견할 때까지 자기 몸 상태를 몰랐고, 호흡기내과 전공의인데 호흡기 문제를 겪는 바람에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신세가 되었으며, 메모리얼 병원에서 안락사에 가담했는데 본인도 같은 처지에 빠져 의료진의 손에 운명이 맡겨졌으며, 정작 본인은 살아났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언제나 소설보다 현실이 더 기이하군요.
592쪽, 제가 병원의 현재 이름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악스너 뱁티스트 메디컬 센터’라고 적었는데 한국어 발음이 ‘악스너’가 아니라 ‘오크즈너’라고 해야 하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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