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D-29
570쪽, [시먼스의 고소장은 일종의 떠보기에 불과했으며, 외관상 법적 주장이었지만, 실제로는 주 검찰총장 포티를 인신공격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 인신공격은 참으로 효과적으로 힘을 발휘합니다. 변호사의 이런 전략을 제3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변호사가 법정 밖에서 그런 술수를 부리는 것도 의뢰인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므로 직업윤리에 맞는 건가요? 변호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의뢰인의 처지라면 물론 저런 변호사를 원할 텐데요.
584~587쪽, 존 틸 박사의 경험은 정말 몇 겹의 아이러니인지 모르겠습니다. 의사인데 말기 대장암을 발견할 때까지 자기 몸 상태를 몰랐고, 호흡기내과 전공의인데 호흡기 문제를 겪는 바람에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신세가 되었으며, 메모리얼 병원에서 안락사에 가담했는데 본인도 같은 처지에 빠져 의료진의 손에 운명이 맡겨졌으며, 정작 본인은 살아났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언제나 소설보다 현실이 더 기이하군요.
592쪽, 제가 병원의 현재 이름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악스너 뱁티스트 메디컬 센터’라고 적었는데 한국어 발음이 ‘악스너’가 아니라 ‘오크즈너’라고 해야 하나 보네요.
592~603쪽, 정의가 실현된 것일까요? 포 박사와 틸 박사를 심정적으로 지지하기는 했지만, 몹시 찜찜합니다. 앞부분에서는 제가 포나 틸 박사의 처지라면 어땠을까를 물으며 읽었지만 뒤로 갈수록 제가 법의학자나 배심원이었다면 어땠을까를 묻게 됩니다.
603~604쪽, [왜 우리는 삶의 모든 이정표를 축하하면서도, 유독 이것 하나만큼은 제외하는 걸까? 그린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삶의 시작을 보기 위해서는 모두가 참석하고 싶어 하지만, 출생과 사망의 비율은 정확히 1대 1이었다. 우리 모두는 작별을 고하는 법을 배워야만 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떠나가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에게 존엄을 부여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그녀는 이렇게 물어볼 것이었다. “만약 당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먼 여행을 떠나는 배에 몸을 싣는다면, 당신은 선착장에 나가서 작별 인사를 하지 않을 겁니까?”]
평소 같으면 저 문장들에 고개를 끄덕였을 텐데, 캐시 그린이라는 인물에 대한 묘사와 그의 주장을 읽고 나서 저 대목을 마주치니 몹시 섬뜩한 기분이 듭니다. 그런 배치 역시 노련한 솜씨일 듯합니다.
259쪽, [2층 로비의 냄새는 수전 멀더릭이 수요일에 이 지역을 지나다녔을 때보다 더 지독했다. 창문을 깼는데도 불구하고, 화장실 근처의 공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딱 고정되어 있었다. 오물 냄새가 진동했다.] 읽는 내내 얼마나 고역스러운 냄새가 병원을 휘감고 있을지 상상하게 되네요. 작가도 이 냄새에 대한 내용을 1부에서 지속적으로 언급(인터뷰이에게 들은 내용들을 포함해서)하는 것을 보면 병원에 있던 사람들은 참기 힘든 냄새로 정말 괴로웠을 것 같습니다.
260쪽, [멀더릭은 상대방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의사라는 사람이 자기 주위에 널려 있는 환자들보다 고양이 한 마리를 더 걱정할 수 있단 말인가? (...) 심지어 가장 상태가 위중한 환자가 누운 곳에서 모퉁이 하나 돌아선 곳에서 직원들이 자기네 애완동물을 애지중지 돌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멀더릭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멀더릭 마음이 제 마음과 같습니다.
제 마음도 찌찌뽕입니다.
355쪽, [응급실 경사로에 있다가, 병원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퇴짜를 맞는 모습을 목격하고, 결국 그 일로 인해 CEO와 말다툼까지 벌이고 나자,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젠장, 이놈들은 모두 총을 갖고 있잖아. 이놈들은 나를 이 물속에 던져 넣고 이렇게 말할 수도 있어. "자네는 더 이상 이 안에 들어올 수 없어." (...) 분명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를 쏘지는 않겠지만, 그들이 자기를 제거할 수도 있다고 킹은 확신했다.] 사고 방식이 충격적이네요.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에서 자라온 사람의(그것도 엘리트라고 볼 수 있는 의사) 생각이 이렇구나 하는 대목입니다. 물론 킹이 자라온 환경과 초유의 재난의 영향이 있겠지만서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생각해보니 할리우드의 많은 재난영화들을 보면, 주인공의 세계와 일상을 망가뜨리는 이벤트가 벌어진 이후에 주인공은 자신의 가족 이외 타인을 모두 적으로 돌려 놓더라고요. 환한 인사를 건네던 이웃을 여차하면 나에게 총부리를 들이밀 수 있는 적으로 간주하죠. 신기합니다.
604~605쪽, [미냐드가 생각하기에, 대배심의 결정은 포티 주 검찰총장이 그 여자들을 다룬 방식이 가혹했기 때문에, 그리고 언론의 설득하는 위력 때문에 나온 것에 불과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검찰총장의 조급함이 정의의 실현을 방해한 셈입니다. 포 박사 등이 여론전을 벌인 것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자신들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이고, 병원 밖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그들의 책임은 아니니까. 포티 검찰총장을 두 번 죽이는 말이겠군요.
이쯤에서 한국 검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네요. 한국 검찰도 조급함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조직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거대한 사정 정국이 오는 것 같지요.
606쪽, [보통 수줍어하는 성격은 아닌 생명윤리학자들조차, 이 사건에 관해서만큼은 각자의 견해를 드러내기를 꺼렸다. 이미 미국에서는 조력 자살과 안락사의 관습이 암암리에 존재하는 듯했기 때문에, 굳이 이제 와서 어느 누구도 그 사건을 정면으로 부각시키고 싶어 하지 않은 듯했다. 또 상당수의 윤리학자들은 메모리얼의 상황이 워낙 끔찍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서는 도덕적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캐플런은 전혀 다르게 느꼈다. “왜 거기서는 안 된단 말인가?” 그는 이렇게 묻곤 했다. 하지만 본인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결코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했다.]
왜 생명윤리학자들이 메모리얼 병원의 상황에 대해서 말하기를 꺼렸느냐. 사고실험과 실제 상황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윤리학자들은 첨예한 윤리적 쟁점을 다루는 것이 어렵다고 여기지만, 정말 무거운 것은 윤리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어 퓨 굿 맨》에서 잭 니콜슨의 대사를 좀 뒤틀어 말하자면, 윤리학자들이여, You can’t handle the reality.
현실에는 어떤 식으로 논의를 펼쳐도 깊이 상처 받을 수밖에 없는 살아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그 고통과 사연에 대해 논리는 별 답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공동체를 이끄는 자리에는 연륜이 꼭 필요하다고 여겨요.
다른 이야긴데요 《어 퓨 굿 맨》 정말 재밌게 봤었습니다. 작가가 참 시나리오를 잘 썼다고 해야하나요. 배우들이 말하는 대사 하나하나 집중하면서 재판과정을 지켜봤네요. (작중 이름은 다 까먹었습니다만) 특히 톰 크루즈가 잭 니콜슨을 감정적으로 자극시켜서 코드 레드를 명령했다고 대답을 이끌어내는 씬은 참 인상적이었어요. 말씀하신 잭의 명대사도 기가막히쥬. You can't handle the truth! 괜히 아는 영화 나와서 떠들어 봤습니다.
《어 퓨 굿 맨》 재미있었지요. 이게 애런 소킨 각본이지요? 《소셜 네트워크》와 《머니볼》도 좋아합니다. 《스티브 잡스》도 재미있게 봤고... 저는 《머니볼》에서 빌리 빈이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직 제안 거절하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종종 찾아봐요. 이 장면이 무척 감동적인데 왜 감동적인지 잘 설명을 못하겠어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저자와 함께 읽는『허즈번즈』- 결혼 후, 남편이 한 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한스미디어] 대중 사학자 신간 <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 함께읽기 ⭐도서 이벤트⭐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괴담 좋아하시는 분들 여기로!
[그믐앤솔러지클럽] 4. [책증정] 도시괴담을 좋아하신다면 『절대, 금지구역』으로 오세요 [책증정] 조선판 다크 판타지 어떤데👀『암행』 정명섭 작가가 풀어주는 조선 괴담[책증정]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함께 읽어요!!
🎵 책으로 듣는 음악
<모차르트 평전> 함께 읽으실래요? [김영사/책증정] 대화도 음악이 된다!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함께 읽어요[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그믐이 자신 있게 고른 이 시대의 고전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ifrain과 함께 천천히 읽는 과학책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도서증정][김세진 일러스트레이터+박숭현 과학자와 함께 읽는]<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그믐연뮤클럽] X [웰다잉 오디세이 2026]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계속계속 책읽기 by Kiara
2024.01.19. <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2024.01.17. <참 괜찮은 눈이 온다 _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2024.01.16.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김하율2024.01.14. <각자 도사 사회> 송병기2026.01.01. <아무튼, 데모> 정보라2026.01.02. <버드 캐칭>
박산호 작가의 인터뷰집
[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책 증정] <이대로 살아도 좋아>를 박산호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책방연희>북클럽도 많관부!
[책방연희 북클럽] 정보라, 최의택 작가와 함께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읽기정명섭 작가와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
함께 읽은 논어 vs 혼자 읽은 논어
[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논어》 혼자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희곡 함께 읽을 친구, 당근에선 못 찾았지만 그믐에는 있다!
플레이플레이땡땡땡
걸리버가 세상에 나온지 3백년이 되었습니다
[그믐밤] 44. <걸리버 여행기> 출간 300주년, 새로운 세상 상상하기 [마포독서가문] 서로서로 & 조은이책: <걸리버 여행기>로 20일간 여행을 떠나요!<서울국제도서전> 함께 기대하며 나누는 설렘, 그리고 책으로 가득 채울 특별한 시간!걸리버가 안내하는 날카로운 통찰에 대하여
<코스모스> 꼭 읽게 해 드리겠습니다!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김규식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1. <김규식과 그의 시대> (1)[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소설로 읽는 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심는 작은 씨앗
[루멘렉투라/도서 증정] 나의 첫, 브랜딩 레슨 - 내 브랜드를 만들어보아요.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