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D-29
616쪽부터 나오는 허리케인 샌디와 뉴욕 벨뷰 병원의 사연. 미국이 커서 이런 일이 또 벌어지는 건가요, 미국 보건의료시스템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가요.
623~624쪽, 포 박사가 재난 상황에서 봉사하는 의료 근로자를 보호하는 기준과 지침, 법안을 만드는 이야기. 감동을 받아야할지, 으스스함을 느껴야 할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습니까?
636쪽, [아니면, 가장 좋은 원칙은 비상 아닌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원칙일까? 즉 ‘먼저 온 사람을 먼저 치료한다’는 방식이거나, 특정한 시점에 몸이 아픈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제비뽑기 방식일까?]
한국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엇비슷한 질문을 맞닥뜨렸다고 봅니다. 다행히 치명적인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고, 한국인에게는 늘 한국식 해법이 있죠. ‘동원할 수 있는 민관군을 동원한 뒤 사회적 압박을 주고 갈아 넣는다. 그리고 결과를 놓고 기적이라고 부른다.’
641쪽, 저자의 답이 신중한 민주주의라면 조금 맥이 빠지는데요.
644쪽, [‘내가 여기에 괴물을 하나 길러낸 것 같아.’ 버클이 내게 직접 한 말이다. 그의 우려에서 핵심은, 이 지침들이 종종 딱딱하며, 위기 상황의 가혹한 국면들 전체를 통틀어 적용되기 위해 고안된 표준이 단 하나뿐이라는 점이었다. 배급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배급은 인구에 해를 끼칠 수 있었다.]
653쪽, 원서는 표지에 물에 젖은 종이의 효과를 냈다고 해서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봤습니다. 글자가 번진 것처럼 보이게 했군요. https://www.amazon.com/Five-Days-Memorial-Storm-Ravaged-Hospital/dp/0307718964
잘 읽었습니다. 감상을 뭐라 한 줄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묵직합니다. 본문의 마지막 두 문단을 이용해서 적자면 끔찍한 압력을 받을 때 제가 어떻게 행동할지 저도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그러니 끔찍한 압력 속에서 행한 일을 두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고 싶은지,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생각해보겠습니다. 그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기르고 싶고요.
569쪽, [아직까지 포의 사건이 배심이나 재판관의 판결을 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포가 자기 행동을 공개적으로 설명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메모리얼에서의 추정살인에 대해 의료계가 조직적으로 내놓은 주된 답변이란, 자기들끼리 결속하고 서로를 옹호하는 것뿐이었다.]
“살아있는 환자를 아무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멀더릭의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살아있는 환자는 어떻게든 모두 대피시킨다는건지, 대피가 불가피한 중환자들은 다 죽이고(…) 떠나서 결국 살아있는 환자는 남겨두지 않는다는 건지 중의적으로 해석되네요. 책을 읽다보면 계속 후자에 더 방점이 찍힌 지시 같아서 기분이 께름칙합니다.
605쪽, [이제 이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란, 결국 재난 당시에는 의사의 결정이 곧 법이라는 것뿐인 셈이었다. 만약 의사가 모르핀과 버스드를 과도하게 투여하는 것조차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의사의 사명이라는 것이었다. (...) "이것이야말로 빌어먹을 놈의 선례이고, 아주 위험하고도 나쁜 선례이다."]
611쪽, [그가 생각하기에, 포와 다른 사람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은 한마디로 요약이 가능할 듯했다. "물론 이건 우리가 평소에 하던 일이 아니지만, 어쨌거나 오늘은 그 일을 할 거고, 그런 다음에 그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았떤 것처럼 시치미를 뗄 거예요." 킹은 차마 이런 입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포가 계속 의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허락되었다는 것도 차마 믿을 수 없었다.]
1부를 다 읽고 나니 내내 행간에서 느껴지던 답답함의 정체를 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노력이 가져오는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는 재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계속 패배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잠깐 시골에 내려와서 조모님 일을 돕는 중인데, 맑아진 강 밑바닥을 보면서 책 안의 상황을 떠올리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도 정말이지 눅눅한 무력감 속에서 읽었습니다. 마침 주변 공기도 아주 눅눅했고... 어떤 역경보다 더 무서운 역경이 그런 패배감, 무력감인 것 같아요. 집단적으로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상황이랄까요. 정말 뛰어난 리더십은 이런 환경에서도 사람들에게 통제감을 줄 수 있을까, 질서 있는 퇴각, 전략적 후퇴라는 기분을 어떻게 줄 수 있을까 고민도 해봤습니다.
314쪽, [홍수 지역 주변의 다른 보건 시설에서도 끔찍한 이야기들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세인트 버나드 패리시에서 무너진 제방 근처에 있던 단층짜리 세인트리타스에서는 무려 30명 이상의 환자가 익사한 것이 분명했다. 폭풍 직전에 시설 대피와 관련해 재촉을 받았던 운영자 부부도 종적을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병원과 요양원에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대형 재난에서 발생한 총 사망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책에서 가장 등골이 서늘한 문단이었습니다.
333쪽, [라이더 요원은 라이프케어의 사망환자 23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했고, 존슨은 ㄱ드ㅡㄹ이 언제 죽었는지, 또는 만지막으로 살아 있는 것을 본 장소가 (1층, 2층, 또는 7출 가운데) 어디였는지 말해줄 수 있었다.]
아마 이 책의 묘사도 저자의 의도에 따라 편집된 진실이겠지요. 한데 메모리얼 병원 의료진이 극한 상황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 자체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 것 같습니다. 책은 그런 선택에 대해서는 모호한 평가를 내리지만, 있었던 사실 자체를 독자에게 숨긴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더 명백하게 ‘그 자가 살인자다’라고 이야기했어야 했을까요?
셰리 핑크는 2부 줄곧 포가 잘못이 있다는 뉘앙스로 씁니다. 딱부러지지않게 써서 좀 답답함까지 느꼈습니다. 저는 포가 잘못이 있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저자가 일종의 대안으로 환자, 가족까지 포함시키는 민주주의 결정시스템을 얘기하거나, 어찌어찌 의사의 기지로 결국 산 환자를 얘기하는데는 고개가 갸웃했습니다. 민주주의 시스템은 재난상황에서 작동하기 힘들고, 예외적으로 유능한 의사의 경우는 결국 운이라고 보거든요.
시종 의아했던건 카트리나가 세긴 했어도 그 지역이 허리케인이 늘 지나가는 지역인데, 그럼 각종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당연히 있었어야 하지않냐는 겁니다. 최악의 상황까지도 염두한 대비 시스템이요. 미국이 후진국도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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