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D-29
컨트럴 타워가 잘 작동하려면 기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해보고, 이것이 우익 논리로 빠지는 함정 아닐까, 고민도 해보게 되더라고요.
524쪽, [최후 변론에서 TV 속의 변호사 앨런 쇼어는 카트리나 직후의 뉴올리언스야말로 그 순간만큼은 미국의 일부가 결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곳에서는 전혀 다른 규범이 적용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무시무시한 한 주 동안, 어디에서도 미합중국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그 의사만이, 환자들이 편안하게 떠나도록 도와줌으로써, 자신의 ‘타고난 인간성’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무척 앨런 쇼어스러운 변론 같습니다. 혹시 《보스턴 리걸》 보신 분 계십니까? 저는 한 시즌인가 보고 말았는데, 재미있게 보기는 했는데 왜 그 다음 시즌을 안 봤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몇몇 장면을 클립으로 봤던 것 같아요. 주인공이 배심원들이랑 판사를 상대로 변론을 맛깔나게 하더라고요. 그런 장면들이 그 드라마의 백미인 것 같습니다만.
처음에는 주인공 앨런 쇼어가 되게 매력적이었는데 몇 회 보다 보니 좀 재수가 없어서 그만 보게 되었던 거 같아요. 말을 너무 잘해요. ^^
애플 TV플러스에서 『재난, 그 이후』를 드라마로 만드는데 그 예고편이 며칠 전에 올라왔네요. 베라 파미가 배우가 애너 포 박사 역을 맡았는데, 실제 인물과 닮기도 했고, 지적이면서도 타인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마스크라 무척 적절한 캐스팅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xKAyoQQE5c
와우 이거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한 타이밍인데요? 처음 나오는 흑인 의사는 킹인가 싶기도 하고요.. 일단 드라마 나오면 시청해야겠어요.
532쪽, [질병을 앓거나 부상당한 일부 환자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선택지 자체가 아예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들은 직접 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자기 소원을 알릴 수도 없었다.] 이런 생각은 못해봤네요.
저희 부모님이 키우시는,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개가 많이 고통스러워하고 회복 가능성이 없을 때 저는 슬퍼하면서도 망설이지 않고 안락사를 택할 생각입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그럴 것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 안 그러냐. 그건 이유를 모르겠어요. ‘사람이니까’라는 말 외에 아직 딱히 논리가 없네요.
저는 제가 그런 상황이 오면 보내달라고, 나는 연명치료를 거부하겠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어쩌다가 그런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머니가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어떻게든 연명시킬거라고 하신게 생각나네요. 죽고 싶어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살아야 하는게 조금 무서웠는데요(?) 또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괜히 섭섭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막상 쓰고 나니까 논리적 일관성이 없네요. 인간이 그렇습니다. 결론이 이상합니다만.
'인간이 그렇습니다' 곱하기 2입니다. 저는 아내랑 둘 다 연명의료의향서를 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그 의향서에 적은 상황에 빠지면 의사 선생님에게 무릎 꿇고 최선을 다해서 살려 달라고 빌고, 기적을 바라며 기도할 거 같아요. 그런데 제가 그 상황에 빠지면 빨리 떠나고 싶네요.
122쪽부터 계속, 이전까지도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장면이 나왔지만 이국종 교수님 이야기가 나와서일까, 헬기를 이용한 대피 과정이 눈에 들어오네요. 안락사가 등장한다는 걸 알고 읽으니, 그 전까지의 모든 노력이 더 부각되는 듯 하네요.
128~129쪽, 이보다 좀 더 일찍 있었던 회의에서 메모리얼의 의사들은 가장 많이 아픈 환자들이라든지, 기계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는 환자들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규약에 예외를 설정했다. 이들은 DNR을 요청한 환자 모두를 대피 우선순위에서 맨 나중에 두기로 결정했다. ~ DNR 요청은 심박이나 호흡이 멈춘 환자를 소생시키지 말란 의미였다. DNR요청은 사망 선택 유언과는 달랐는데, 루이지애나 주 법률에 따르면 "말기 및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환자는 "생명 유지 절차"를 보류하거나 제거하라고 사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100쪽, [그녀는 메모리얼의 CEO인 르네 구에게 이 문제를 이미 지적했으며, CEO는 또다시 댈러스에 있는 테닛의 상사들과 이 문제를 이야기한 바 있었다. 즉 그는 재난 시 대피 가능성이 있다고만 그들에게 보고했다.] 보고가 이런식으로 축소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답답하네요. 실무자와 경영자가 특정 현안에 관해 온도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기도 하고요.
107쪽, [메모리얼은 이제 처음으로 진짜 재난을 직면하고 있었다. 여러 해에 걸친 재난대비태세위원 회의와, 병원의 재난 대비 계획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러 면에서 이 병원은 임기응변을 발휘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전쟁과 관련 유명한 말 중에 'No plan survives first contact with the enemy'가 있습니다. 이 상황에는 enemy를 Katrina로 바꿔도 꽤 어울릴 것 같네요.
“누구나 계획은 있다, 한 방 맞을 때까지는”이라는 명언이 생각나네요! ^^
그러게요! 타이슨의 주먹은 상대의 모든 계획을 무력화시킬겁니다.
저도 핵주먹이든 핵이빨이든 상대의 모든 계획을 무력화시킬 한 방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한 방 내지 한 칼 갖고 사는 사람은 마음이 얼마나 든든할까요. 필살기 없는 삶이여.
197쪽, [그런데 이 상황은 딸이 보기에 전혀 다르게 생각되었다. "저희 어머니를 그냥 여기 버려두고 가달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그녀가 피터라이얼스에게 말했다. "제가 어머니를 DNR 요청 환자로 만들었을 때는, 그게 '구조하지 말라'는 뜻인 걸 몰랐다고요."] DNR이 죽음의 낙인이 되어버렸네요. 무섭습니다. DNR을 요청했던 환자의 가족들은 얼마나 절망스러울지 모르겠습니다.
208쪽, [재난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때문에 사람들의 시야도 좁아져서, 마치 이들은 다른 사람의 경험은 믿지 않고 오로지 자기 경험만 믿는 듯했다. 거듭해서 윈은 다른 사람들도 메모리얼 내부에서 벌어진 상황의 중대성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는 징후를 목격했다.] / 200페이지 가량 읽었지만,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과 재해 한 가운데 있던 사람들의 경험에는 좁혀질 수 없는 차이가 있겠죠. 저는 어떤 집단이 겪은 커다란 참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 저 자신이 가진 공감의 한계를 실감하고는 합니다. 2014년의 사건을 떠올려 볼 때면 의무와 책망이 미묘하게 섞인 감정이 떠올라요. 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서 어떤 선생의 입으로 사건을 알게 되었는데, 2주가 지나서야 피해의 규모를 알 수 있었거든요. 그 일에서 유리되어 있다가 접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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