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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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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가장 가난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하는, 낡은 코트 차림의 이 단순하고 걱정 없는 남자는 자기 땅을 순시하는 지주처럼 여유롭고 다정하게 동네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는 누구의 집에든 들어갈 수 있었고, 어떤 자리에든 앉을 수 있었으며, 오직 최소한의 것만 원했기에 그에게는 모든 것이 허락되었다. 나는 안톤이 가진 힘의 비밀을 곧바로 이해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했기에 모두가 그를 존경했다. <걱정 없이 사는 기술>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2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때때로 사소하고 어리석은 돈 걱정이 들 때면, 나는 당장 단 하루에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아 늘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 수 있는 이 남자를 떠올린다. 허름한 옷차림의 그를 여러 차례 보았다. 그는 늘 한결같이 쾌활하고 태평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이런 상호 신뢰의 비결을 배운다면, 경찰도 법원도 교도소도 돈도 필요 없을 거라고. <걱정 없이 사는 기술>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30,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그 중요한 순간에 그를 저버리고 만 것은 공감 부족이나 무관심, 못된 의도가 아니었다. 가장 필요할 때 올바른 말을 못 하게 막는 것은 많은 경우 용기 부족인 것 같다. 패배나 굴욕의 수치심으로 영혼을 다친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이 절대 쉽지 않음을 잘 알지만, 이때의 경험을 통해 나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첫 번째 충동에 주저 없이 순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공감의 말과 행위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만 참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건 오직 용기 뿐>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40~4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우리는 비록 돈에 실패앴지만, 삶의 용기와 기쁨을 잃지는 않았다. 오히려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삶의 오랜 가치(일, 사랑, 우정, 예술, 자연 등)가 더욱 중요해졌다. ... 돈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것들의 진수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의 가치를 보존하고 수호하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나에게 돈이란>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51~5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그날의 경험을 통해 나는 지울 수 없는 교훈을 배웠다. 우리의 진정한 안전은 가진 재산에 있지 않고, 우리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다. <나에게 돈이란>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53~54,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이 시대의 우리는 쏟아지는 이 모든 사건을 매일, 매시간 주의를 기울여 따라갈 여력과 참여의식을 충분히 가졌을까? 솔직하게 자문해 본다면, 우리 중 누구도 이렇게 끊임없이 닥치는 높은 긴장에 대처할 여력이 없고, 우리는 그저 이따금 좌절과 절망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볼 뿐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시대의 대다수는 역사가 아니라 언제나 오직 자신의 삶을 산다. <센강의 낚시꾼>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62~6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세계의 극이 길어질수록 장면은 점점더 끔찍해지고, 사건이 자극적일수록 그것을 진심으로 연민하는 능력이 더욱 줄어든다. 전쟁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은 마음을 파괴하고, 시대가 우리에게 연민을 더 많이 요구할수록, 우리의 지친 영혼이 느낄 수 있는 연민은 더 줄어든다. ... 우리의 심장은 너무 작아서 일정량 이상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한다.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런 '역사적 시대'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고, 우리의 마음이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에서 잠시 떠나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는다면, 이는 그것을 감당할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선한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센강의 낚시꾼>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66~67,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우리가 때때로 시대에 무관심해 보인다면, 그것은 자기 피조물의 고통에 무관심한 자연의 잘못이다. 그리고 무너져 가는 세계의 폐허를 계속 노려보는 대신 더 나은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명령에 순종하게 된다. <센강의 낚시꾼>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71~7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삶의 최종 방향을 제시한 결정적 계기는 실제로 무엇이었을까? 종종 (아마도 거의 항상) 그것은 소소한 사건이고, 너무 사소해서 나중에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누군가와의 만남 또는 책에서 읽은 일화나 대화에서 들은 한마디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발견한 자신의 취향과 재능이다. <영원한 교훈>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76~77,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위대한 사람들은 거의 항상 매우 친절하다. 그리고 과하게 나서지 않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관대하다. ...자기 일에 전념하는 사람은 언제나 큰 욕심 없이 소박하게 산다. <영원한 교훈>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8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그렇게 시작된 작업은 30분, 한 시간, 한 시간 반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그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거기 있다는 사실조차 완전히 잊었고, 나는 그런 모습에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자기가 초대한 손님이 뒤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고, 낮인지 밤인지조차 몰랐으며, 시간도 장소도 잊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작품과 그 너머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그가 성취하고자 했던 더 높고 더 진실한 형태만 응시했다. ... 시간과 공간과 세상을 그토록 완벽하게 잊을 수 있다니, 젊은 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큰 충격이었다. 그 한 시간에 나는 세상의 모든 예술과 성과의 궁극적 비밀을 확실히 이해했다. 그것은 바로 집중이었다. ... 그 한 시간에, 나는 지금까지 내게 없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완벽을 향한 의지로 모든 것을 잊는 열정! 크든 작든 자기 일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다른 마법은 없다. <영원한 교훈>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87~88,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그런 눈빛, 그런 기억력, 그런 비범한 감성, 그런 따뜻한 심장을 가진 그는 처음부터 예술가가 될 운명이었습니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위대한 작가가 된 것입니다. <알폰소 에르난데스 카타를 위한 추도사>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10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그러나 이 4000만 명의 형제들에게는 약자의 마지막 무기인 희망과 기도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수천의 가정, 수백만의 마음에서 이런 간절한 비밀 기도가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영원한 정의가 그들의 침묵의 외침을 듣게 되리라 뜨겁게 확신할 수 없다면, 삶은 내게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거대한 침묵>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12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나는 오늘날 우리 각자가 정신적 자유의 필수성과 신성함을 그 어느 때보다 새롭고 절절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 우리는 삶의 가장 신성한 가치를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체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밝은 대낮에 별을 보지 못하듯, 삶의 신성한 가치가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을 망각하고, 삶이 평온할 때는 삶의 가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이 어두운 시절에>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13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슈테판 츠바이크는 취하는 것보다 더 많이 내어주고,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평생 노력했다. 덕분에 그의 동시대 사람뿐 아니라 우리와 미래 세대 역시 인식의 폭을 확장하고 강화할 수 있었다. <후기>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157,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자극의 규모가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 인간의 이해력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게 되어 우리는 본능적으로 과도한 충격을 회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후기>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p.160,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우리는 밝은 대낮에 별을 보지 못하듯, 삶의 신성한 가치가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을 망각하고, 삶이 평온할 때는 삶의 가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이 한구절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힘들긴 하지만 먹고 살만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내외적 혼란을 마주하자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과거를 돌아보면 항상 그랬다. 절박한 순간이 되어서야 늘 소중함을 망각했던 시간을 자책하며 간절한 희망을 품었다. 난 왜 이런 어리석음을 반복하게 되는 것일까? 남들도 그렇게 사는걸까? 또 잊고 언젠가 자책할 수도 있겠지만, 몸과 마음이 이제 곧 바빠질 날들 속에서 지금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겠다. 굳이 어둡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2월 3일 완독.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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