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력서

D-29
나는 신보다는 책을 신으로 모신다. 그래서 나는 매일 신인 책에 절을 감사합니다, 외치며 절을 책에 한다.
일, 사랑, 취미 인간은 이 세 가지를 갖고 살아가는 것 같다. 일해야 산다. 먹고 살기 위해 노동(Labour)을 하고 그에 따른 대가로 받은 돈으로 삶을 이어 나간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생계와 관련된 민생, 즉 먹사니즘이다. 그리고 사랑(좋아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자기만의 이상향)을 한다. 그것에 감사하며 예를 갖춰 소원을 빌기도 한다. 자기 마음속의 유토피아니즘, 피안(彼岸), 즉 이상(Utopia)을 마음에 간직하고 현실의 고달픔을 달랜다. 이성을 향한 이룰 수 없는 슬픈 사랑도 있고, 신에 대한 절대복종, 하여간 현실엔 없는 실현 불가능한 것을 우러르며 현실의 고뇌를 그것으로 상쇄(相殺)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은 의무적으로 하는 거라 너무 팍팍하다. 사랑, 이상은 거의 이루기가 실은 불가능해 피부에 안 닿아 직접적으로 위안이 되지 못한다. 그 간극을 메꾸는 게 취미, 자기 취향(Preference)을 즐기는 것이다. 게임이나 낚시, 독서, 여행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그러면서 피부에 얼른 와닿는, 이 취미와 놀이의 향유(享有)가 이 노동(현실의 고통)과 사랑(이상적 낙원)의 간극을 메꾸면서(사이에 존재하면서) 인간은 생활을 꾸려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라는 말은 실존이 있는데 그것을 희석시키지 말라는 말 같다. 계엄은 계엄인데 다른 것을 끌여들여 엄연한 계엄을 그렇지 아닌 것으로 언더록으로 물타기 하지 말란 말이다. 그냥 양주의 진가는 물타기 없이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게 진짜, 계엄이란 말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은 인간 실존이 있는데 그걸 희석시키지 말라는 말 같다. 계엄은 계엄인데 다른 것을 끌어들여 엄연한 계엄을 그렇지 않은 것으로, 양주를 언더락으로 물타기 하지 말란 말이다. 양주의 진가는 물타기 없이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게 진짜, 계엄이란 말이다. 인간 사회가 복잡한 것 같아도 잘 통찰해서 보면 그 가닥을 흐르는 건 몇 가지 안 되는 것 같다.
공문서는 한 번 결정되면 고치기가 그렇게 어렵다.
자기 글에 대한 변명은 그 글과는 분위가가 많이 다를 수 있다.
부역장으로 나가라고 했으면 그 말을 한 사람과 듣는 사람은 같은 뜻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듣는 사람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인간은 역시 자기 위주다. 자기 애들이 초등학생이면 초등학생에게 일어난 일에 그렇게 관심이 많고 자기 일처럼 생각한다. 애들이 대학생이면 대학생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 작품이 사람들에게 외면받아도 그 작품이 자기가 추구하는 것과 일치하면 그것을 사람들에게 소개한다.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도 자기와 안 맞으면 소개 안 한다.
젊을수록 정신적인 사랑을 더 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육체적인 사랑을 더 치는 것 같다.
작가는 지금의 최대 관심사를 글로 옮긴다. 늙으면 종족 보존 본능 때문인지 노작가들이 여자와 육체적 관계를 한없이 하는 것을 글로 대개 그린다. 그러다가 복상사를 당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물로 뛰어들어 둘 다 수장되기도 한다. 아마도 성욕은 떨어지지만 그것이 최대 관심거리라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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