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쓴 「오토미의 정조」라고 있잖아?”
그 유명한 단편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 대답하지 않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메이지 원년인 1868년 5월 14일, 우에노 전투 전날이 배경이야. 아무도 없는 마을에 오토미라는 잡화점 하녀가 가게에 남겨진 삼색 고양이를 찾으러 돌아오는데, 이미 그곳엔 신공이라 불리는 남자 거지가 비를 피하려고 들어와 있어. 가게에는 오토미와 신공 둘뿐이야. 근데 묘한 감정을 느낀 신공이 갑자기 고양이에게 권총을 겨누며 오토미에게 말해. 고양이 목숨이 아깝다면 내 말대로 하라고. 당신, 혹시 안 읽었어?”
“네, 읽지 않았습니다.”
“뒤를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 좋으려나.”
여러모로 강인한 기와코 씨는 왠지 이럴 때는 소심해졌다.
“얘기해도 괜찮아요.”
“어쨌든 결국 오토미는 정조를 지켜내. 내일이면 세상이 바뀔 게 틀림없는 고요한 오후, 마을에는 남자와 여자, 고양이밖에 없어.”
나는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아무도 없는 마을을 상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남자, 창의대 무사였나요?”
“아니, 사실 관군이었어.”
“이긴 쪽이네.”
“그래. 한나절 만에 승패가 결정됐지. 근처에는 창의대 무사 시체가 그대로 나뒹굴었대. 데굴데굴, 데굴데굴.”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며칠 후 마을로 돌아온 상인과 스님이 시체들을 화장해준 모양인데, 사람 없는 간에이지조차 점점 흉흉한 곳이 돼버려서. 나중에 관군이 절 대부분을 불태워버렸대. 이곳은 공터로 변해 나라 땅이 됐지.”
“관군, 아니 메이지 정부의?”
“어. 이곳은 원래 그런 피를 모두 빨아들인 땅이야.”
“거기에 도쿄국립박물관이니 국립서양미술관이니 도쿄문화회관이 들어선 거군요. 아, 저 도서관도요.”
“뭐, 그 사이 여러 일이 있었지만 요약하자면 그렇지.”
기와코 씨는 요약하면 재미없잖아, 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
『꿈꾸는 도서관』 나카지마 교코 지음, 안은미 옮김, 고영란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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