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하게 보기

D-29
마광수는 글을 참 쉽게 써서 좋다.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쓰서 뭇 인간들한테 그렇게 공격당한 것 같다. 실은 이런 수모를 안 당하려면 뭔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게 , 자기만 알게 무슨 암호처럼 써야하는데 마광수는 문학론집조차 쉽게 써서 너무 마음에 든다. 그의 저서를 다 읽을 것 같다. 그의 죽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에게서 얻는 게 요즘 너무나 많다.
밑고끝도 없는 희망을 주는 게 아니라 세상을 한없이 의심하고 회의해야 그나마 좀 희망이 샹겨 살아갈 수 있다. 마광수 말이 맞다.
자기가 기리는 유명한 뜻을 한 인간이 아니라 초인으로 대접하는 인간들이 즐비한데 마광수는 그도 나같은 한 인간으로 솔직히 해석한다.
전쟁의 참화 속에 살면 마치 자신이 죽은 것처럼 전혀 안 움직인다고 한다. 그 자체를 받아들이기 싫은 것이다. 현실이 너무 싫어 자신은 잠자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차라리 꿈이라면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너무나 소원했던 게 안 이루어져-이를테면 시험에 낙방-그게 도저히 믿기지 않고 용납인 안 될 때 우리에게 꿈속에서라도 현실과 반대되는 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꿈에선 서울교통공사 시험에 최종 합격한 것이다. 그걸 너무나 바랬기 때문에 꿈속에서라도 소원을 이룬 것이다. 꿈에서 깨어났는데도 아직 한동안은 꿈을 이룬 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나 제대로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그 불행은 여지없이 나를 엄습한다. 그걸 맞기 너무 힘들어 몸부림친다. 그런 현실을 통과하기가 너무 싫고 괴롭다. 그럴 바엔 차라리 꿈에서 안 깨어나길 바라기도 한다. 가자지구에서 매일 이어지는 전쟁의 포화(砲火) 속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마치 자신이 죽은 것처럼 애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지금 꿈속이야.”라고 생각해 버린다는 것이다. 공포에 휩싸인 전쟁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은 것이다. 현실을 대면하기가 두려워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차라리 그래야 살아남는다고 한다. 현실을 외면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현실이 너무 싫어 자신은 잠자는 것처럼 전혀 안 움직인다고 한다. 가수면(假睡眠)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마 김하늘 어린이의 부모도 그런 걸 겪으며 그 상황을 반복해 맞닥뜨리는 게 몸서리쳐질 것이다. 설핏 잠이 든 듯하다 깰 적마다, “아, 그렇지. 이젠 하늘이는 이 세상에 없지.” “그러나, 하늘이가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매일 지옥도(地獄道)가 펼쳐진다. 누구나 겪지 않으면 남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이런 거라도 있어야 우린 좀 공감한다. 자기 자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초등학생만 보이고, 커서 군대 가면 군인들만 보이게 마련이다. 그때 어떤 사고가 발생하고 그 사고가 자기 자식과 같은 또래면 도저히 남 일 같지 않은 것이다.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린 하다못해 시험 탈락이라는, 자신의 어려웠을 때를 다시 상기하며 지금 불행에 처한 사람들의 심경(心境)에 조금이라도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
확실히 마광수는 현실을 허무주의에 더 비중을 둔다.
기조가 작품 전체에 다 나타나는 건 아니다 평소에 또 염세주의, 허무주의를 주로 주장한다고 그의 모든 작품이 그런 건 아니다. 그때그때의 심정에 따라 작품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의 감정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작품에선 희망을 노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가 지금 희망적이라면. 그러나 그의 기질이 허무주의라면 대부분의 작품이 그런 기조를 유지하는 것 또한 맞다.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을 마치 그 때의 사회 흐름과 연동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전쟁이나 사상을 폭로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랑으로 더 큰 재미를 독자들은 본다.
마광수의 모든 글은 이 문학론에 써 있는 것을 좀 더 자세히 써놓은 것에 불과한 것 같다.
그때그때 이는 감정을 좇아 사는 여자들도 있다.
작가의 지혜 글에서 작가는 성(性) 묘사만 나열하는 것에 욕을 먹으니까 심각한 사회문제를 겉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실은 성 문제만이 작가의 주된 관심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만 끝나면 작가와 작품은 하류(下流)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도 솔직히 독자들은 이 성 문제 때문에 이 글을 읽는다고 할 수 있다. 실은 자기도 하고 싶었던 탈선(脫線)에 대한 호기심이다. 그 작품을 통해 대리 배설하는 것이다. 그래 작가는 독자에게도 흥미를 주고 고상한 문학평론가들에게도 점수를 따는 양다리 걸치기 전략을 지혜롭게 편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사회는 그렇게 실은 고상하지 않아 뭔가 큰 기대를 하면 실패할 수도 있다. 저급(低級)과 고급(高級)을 혼합하는 것이다. 대개의 인간은 저급을 즐기면서도 고급으로 그걸 덮는다. 이런 심리가 인간 세상엔 만연하다.
똥을 시원하게 누면 위염이 인지된다.
솔직하게 쓰면 욕을 먹고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어딴 글쟁이들은 솔작하게 쓰다가 욕을 먹으니까 중간에 타협을 한다. 그러나 마광수는 안 그렇게 끝까지 솔직하게 썼다. 감옥도 갔다왔다. 이게 그의 진가다.
사람은 공동으로 추구하는 게 있다. 살인을 하면 안 된다는 누구나 주장한다. 그래서 그걸 전제로 해서 그렇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많은 사람이 따르겠지만 안 따르는 사람도 분명 있다. 다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따를 것으로 믿고 글을 쓰는 사람은 그렇다고 주장한다. 이게 인간 세상의 모습이다. 다수의 주장이라고 하며 자기 말의 근거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처음 의도를 벗어나야 작가의 처음 의도대로 작중 인물들을 그대로 일렬로 세우는 것보단 작중인물들이 살아서 움직이게 하는 게 더 나은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작가의 처음 의도는 이랬지만 작중인물들이 개성을 갖고 살아서 움직이게 하고, 그냥 그들의 말과 행동을 받아적는 게 작가의 할 일이라고 하고, 그건 곧 작가의 솔직한 독백이고 본능이라 더 훌륭한 작품이 되는 것이고 초자아(超自我)를 버리고 자아의 무의식 표출에 충실할 때 명작이 탄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건 또 그 작가만의 유일한(Unique) 작품이 될 공산이 크다.
마광수는 섹스면 섹스로 끝나야지 여기에 있어 보이려고 무슨 관념이나 사상을 넣으면 작품의 리얼리티와 개연성에 문제가 있어 작품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진단한다.
페미니즘은 즉 여자를 편하게 자기 마음대로 하게 두자는 것이다.
성 묘사로만 끝나면 안 되고 거기에 무슨 거창한 이론이 들어가야만 좋은 작품으로 여겨지고 그러면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다.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밝히는 게 낫지 그냥 교훈적으로 어떤 말을 끼워넣는 것은 양심상 할 수 없는 것 같다. 저절로 나오는 글을 써야지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말을 끼워넣는 건 뭔가 글을 쓸 때도 생기가 안 생긴다. 작가로서 부끄럽기까지 하다. 자기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것에서.
절대 고쳐지지 않는 타고난 기질 같은 걸 멀리할 게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여 그걸 활용하는 게 백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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