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채식 관련 책 12권 읽기 ⑧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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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현대사회가 강요하는 삶의 패턴과 타협했는지는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에도 잘 드러난다. 우리는 더 이상 영혼의 조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최적화란 의미에서 효율적으로, 또 스마트워치와 측정기를 통해 일일이 숫자와 그래픽으로 확인되는 형태로 스포츠 활동을 한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명백하게 피해를 적게 주는 스포츠로 요가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요가에 끌리지 않는다. 요가의 세계관이 의심스럽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그런 게 뭔지도 모른다. 다만 ‘나마스테’ 같은 인사를 주고받는 등의 어색한 행동들이 거슬리고, 자신과의 조화를 강조한다는 점이 불편할 따름이다. 이런 자기중심적인 면은 만사를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현대인과 잘 맞지만, 세상과 유리된 에고 중심주의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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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우 사냥은 잔인하다(현재형을 쓴 이유는 지금도 무정부주의적 형태로 영국 일부 농촌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우가 탈진할 때까지 말과 사냥꾼이 무려 10시간가량 그 뒤를 쫓는 것이 여우 사냥이다. 그럼에도 — 피비린내 나는 —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슈퍼마켓에서 대도시 주민들이 무심코 구입할 고기 신세가 되는 가축들보다 여우들이 훨씬 제 본성에 맞는 삶을 누리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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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승마에 대한 찬양은 좀 어리둥절하네요. 다른 챕터랑 톤이나 논리의 밀도가 달라서요. 쇤부르크 저자님이 승마를 정말 좋아하시나 봅니다.
10장은 더 괴상한데요. 아니, 이게 끝이여?
마지막 두 챕터는 승마와 녹색당 찬양으로 끝맺운 느낌이라 완독하고 뭔가 찝찝한데~~? 했어요. ㅎㅎ
환경운동을 비방하는 근거로 종종 일종의 새로운 민간종교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슬라보예 지젝은 녹색 사고를 “대중을 위한 아편, 즉 쇠퇴하는 종교를 대체하고 과거 종교가 지녔던 근원적인 기능을 떠안고 기후 연구자들과 동맹을 맺어 예언자 그레타라는 의심의 여지 없는 권위자를 세워놓은 아편”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어떤 형태로든 종교적인 것에 반감을 갖지 않는 나한테는 이런 비판도 별 효과가 없다. 더구나 근대 개인주의에 아부하면서 한술 더 떠 과학과 신앙이 제휴한 토대 위에 서 있는 신흥종교라는 최신 현상 앞에서 사람들이 존경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흥미로운 질문이 있다. 종교적 성격마저 띠는 생태학적 책임 의식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을까? 자연이 종교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이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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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K. 체스터턴에 따르면 무신론자란 없고 자신이 뭘 믿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아마도 — 계몽주의와 종교적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 종교적 감정은 우리의 타고난 본성이 아닐까?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에 참여하고 무언가 위대한 것을 믿고 싶은 것이야말로 우리 안에 깊숙이 뿌리박힌 욕구인 듯하다. 이 세계가 최악의 기후재난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믿음으로써 세속화된 현대사회는 의미와 내용을 약속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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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존재한다는 자체로 죄가 있다는 뿌리 깊은 감정은 서구 문명의 주요 원형적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아담은 어째서 하느님 앞에 몸을 숨겼을까?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카프카의 소설 《소송》의 주인공인 피고 요제프 K.는 어째서 자신이 고발당한 이유를 끝까지 듣지 못할까? 그는 무조건 유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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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를 유대-기독교의 변종으로 이해하면 생태주의의 유머를 모르는 성격과 신종 환경운동과 함께 새로이 깨어난 권위적이고 경건한 사고방식도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녹색 각성에 담긴 역설은, 그것이 원래 울트라 자유주의에 기원을 둔 급진적인 저항운동에서 출발했음에도 줄곧 전체주의적인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인내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존의 정치적 활동 방식은 녹색당과는 거리가 멀었다. 합의를 추구하는 정치적 일상은 환경주의자들의 사고방식에는 낯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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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정치인들은 흔히 권위적인 우익 포퓰리스트들과는 반대되는 타입으로 떠받들어지곤 한다. 하지만 스위스의 역사학자 루시앙 셰러 Lucien Scherrer의 말처럼 “인류 구원의 열쇠를 안다고 확신하는 자는 반민주적 태도로 돌변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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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이제부터 제대로 기후 보호 정책을 펼치고자 한다면 경제와 사회 전반은 물론 우리 일상의 혁명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생태학적 의제들이 갑자기 유권자들에게 큰 비용을 청구한다면, 그 무수한 변화를 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낼 수 있을까? 세계의 구원이라는 더 큰 선을 위해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얼마나 포기할 수 있을까? ‘비상시’ 얼마나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해야 할까? 또 비상 상황이 언제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누구일까? 1960년대 독일 대학생들은 비상사태법에 반대하며 길거리로 나섰는데, 지금이야말로 비상사태가 필요한 때이다. 여기서 고려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비상 상황이 심각해질수록 개인의 자유권 침해도 커진다. 둘째, “비상시에는 법이 따로 없다”는 명언대로 시민의 인권을 박탈하고자 일부러 비상사태를 선포한 독재 정부도 있었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싸우는 자들은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으며, 공포가 퍼지면 누구나 쉽게 밟혀 죽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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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녹색당을 찍는 도시 엘리트층은 도덕적 이중잣대에 빠져 심리학에서 ‘셀프 라이선싱self-licensing’이라 하는 ‘도덕적 자기합리화’에 나선다. 녹색당에 표를 주고 유기농 마켓에서 공정무역 제품만 구매함으로써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로 스키 휴가를 떠나는 자기 행동을 정당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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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말리기 이런 건 잊어버리자! 헤어드라이어를 5분만 사용해도 60그램의 탄소가 배출된다.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사람은 남극에 온돌을 놓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수건으로도 얼마든지 머리를 말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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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링 때문에 드라이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놀랍게도 누구보다 진보적이고 건강과 자연을 챙기는 이들이 문신용 잉크에 포함된 독성물질은 간과하고 있다. 가령 검정 문신 잉크에는 검댕 외에도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PAH’가 들어 있다. 유기농 식품을 고집하면서 문신을 하는 것은 크리스탈 메스(합성마약의 일종–옮긴이)를 흡입하면서 강황 가루 스무디의 항산화 효과에 대해 열심히 떠들어대는 경우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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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몸에 문신 많은데... 근데 문신이 환경에 안 좋다는 건가요, 건강에 안 좋다는 건가요?
건강에 안좋다는 걸로 읽혀요. 장맥주님 문신 많으시다니 그것도 놀라워요. 주사 잘 맞고 고통을 잘 첨는 편이긴한데 문신은 겁나서 못하고 있는 1 인입니다!
주사보다 덜 아픕니다. 그냥 따끔따끔한 정도예요. ^^
다음에 한 번 고려해봐야겠어요. 늙어도 늘어나는 피부가 아닌 곳이 어디일지 곰곰이 생각해봐야할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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