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채식 관련 책 12권 읽기 ⑧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

D-29
태국의 와치랄롱꼰 국왕은 반려견인 미니어처 푸들 ‘푸푸’를 끔찍하게 사랑한 나머지 녀석을 공군 대장에 임명했다. 푸푸는 2015년 17살의 고령으로 사망할 때까지 고용인이 딸린 궁전을 소유하고 국고에서 나오는 보수까지 챙겼다. 훗날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정부 문서에 따르면, 특별히 맞춘 제복을 입고 니스칠을 한 검은색 강아지용 신발을 신은 푸푸가 국가 공식 만찬에 나타난 사실을 미국 대사 랠프 L. 보이스 Ralph L. Boyce가 보고하기도 했다. 녀석은 만찬 중 멋대로 왕실 식탁 위를 뛰어다니며 귀빈들의 유리잔을 핥고 음식까지 마음대로 먹어 치웠다고 한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제가 예전에 동물로 태어난다면 패리스 힐튼의 강아지로 태어나는 게 꿈인 시절도 있었어요.
ㅎㅎㅎㅎ
독일에서는 개 한 마리당 연평균 2.5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개가 소비하는 육류만 따져봐도 여기서 연간 2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다른 반려동물은 훨씬 검소한 생활을 하는데, 햄스터나 카나리아의 배출량은 연간 0.1톤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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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버려지는 개도 많은데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하긴 반려견 한마리 키워서 무지개다리 건너기까지 거짓말 좀 보태 수천 썼을 겁니다. 지금은 키우지 않고있습니다만 유기견들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요. 그나마 막내 조카가 관련된 일을해서 대견해 하고 있습니다. ㅠ
기후 문제 측면에서 보자면 분명 개보다는 고양이가 지구에 덜 해롭다. 개에 비해 도시 생활에 훨씬 잘 적응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도시에서 닥스훈트보다 덩치 큰 개를 키운다는 것은 트레일러가 달린 트랙터를 끌고 번화한 뮌헨의 슈바빙 지역이나 함부르크의 쇼핑가 그로세 블라이헨을 달리는 것만큼이나 부조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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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장의 근거가 궁금한데... 고양이가 덩치가 적으니 사료 생산이나 운반에 탄소가 덜 든다는 논리인 걸까요?
관광여행을 향한 비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때 묻지 않은 것을 찾아 나선 뒤 정작 짓밟고 다니는 여행객들을 비웃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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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휴식과 무관하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돌았다. 해리어트 쾰러에 따르면 일상의 자아를 벗어던지고 싶은 바람이 우리를 먼 곳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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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쇼핑이 목적인 것 같기도 해요. 여행사이트에서 쇼핑목록을 한 가득 내놓는 걸 보면 더요. 쇼핑. 탐 나기는 해요. 실용적이지는 않아도. 특히 일본 여행.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은 키링과 액세서리들만 보면 정신을 못차리거든요.
탄소 배출을 최대한 막고 싶은가? 그럼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가만히 있으면 된다. 움직임을 피하고, 조깅이나 비슷한 스포츠도 아예 하지 않는다. 또 원칙적으로 계단을 이용하지 말고 엘리베이터를 타자. 건강을 위해 걸어 올라갈 때 4배나 더 많이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역설적이지만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택할 때마다, 걷는 대신 전동 킥보드를 탈 때마다 기후 보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셈이 된다. 적게 움직일수록 탄소 중립적인 삶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기후 보호의 관점에서 이상적인 삶은 최대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최대한 얕게 숨을 쉬고, 묽고 미지근한 채소 수프로 하루 한 끼만 먹고 나머지 시간은 온종일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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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현대사회가 강요하는 삶의 패턴과 타협했는지는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에도 잘 드러난다. 우리는 더 이상 영혼의 조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최적화란 의미에서 효율적으로, 또 스마트워치와 측정기를 통해 일일이 숫자와 그래픽으로 확인되는 형태로 스포츠 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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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하게 피해를 적게 주는 스포츠로 요가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요가에 끌리지 않는다. 요가의 세계관이 의심스럽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그런 게 뭔지도 모른다. 다만 ‘나마스테’ 같은 인사를 주고받는 등의 어색한 행동들이 거슬리고, 자신과의 조화를 강조한다는 점이 불편할 따름이다. 이런 자기중심적인 면은 만사를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현대인과 잘 맞지만, 세상과 유리된 에고 중심주의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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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우 사냥은 잔인하다(현재형을 쓴 이유는 지금도 무정부주의적 형태로 영국 일부 농촌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우가 탈진할 때까지 말과 사냥꾼이 무려 10시간가량 그 뒤를 쫓는 것이 여우 사냥이다. 그럼에도 — 피비린내 나는 —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슈퍼마켓에서 대도시 주민들이 무심코 구입할 고기 신세가 되는 가축들보다 여우들이 훨씬 제 본성에 맞는 삶을 누리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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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승마에 대한 찬양은 좀 어리둥절하네요. 다른 챕터랑 톤이나 논리의 밀도가 달라서요. 쇤부르크 저자님이 승마를 정말 좋아하시나 봅니다.
10장은 더 괴상한데요. 아니, 이게 끝이여?
마지막 두 챕터는 승마와 녹색당 찬양으로 끝맺운 느낌이라 완독하고 뭔가 찝찝한데~~? 했어요. ㅎㅎ
환경운동을 비방하는 근거로 종종 일종의 새로운 민간종교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슬라보예 지젝은 녹색 사고를 “대중을 위한 아편, 즉 쇠퇴하는 종교를 대체하고 과거 종교가 지녔던 근원적인 기능을 떠안고 기후 연구자들과 동맹을 맺어 예언자 그레타라는 의심의 여지 없는 권위자를 세워놓은 아편”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어떤 형태로든 종교적인 것에 반감을 갖지 않는 나한테는 이런 비판도 별 효과가 없다. 더구나 근대 개인주의에 아부하면서 한술 더 떠 과학과 신앙이 제휴한 토대 위에 서 있는 신흥종교라는 최신 현상 앞에서 사람들이 존경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흥미로운 질문이 있다. 종교적 성격마저 띠는 생태학적 책임 의식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을까? 자연이 종교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이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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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K. 체스터턴에 따르면 무신론자란 없고 자신이 뭘 믿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아마도 — 계몽주의와 종교적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 종교적 감정은 우리의 타고난 본성이 아닐까?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에 참여하고 무언가 위대한 것을 믿고 싶은 것이야말로 우리 안에 깊숙이 뿌리박힌 욕구인 듯하다. 이 세계가 최악의 기후재난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믿음으로써 세속화된 현대사회는 의미와 내용을 약속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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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존재한다는 자체로 죄가 있다는 뿌리 깊은 감정은 서구 문명의 주요 원형적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아담은 어째서 하느님 앞에 몸을 숨겼을까?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카프카의 소설 《소송》의 주인공인 피고 요제프 K.는 어째서 자신이 고발당한 이유를 끝까지 듣지 못할까? 그는 무조건 유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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