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빠가 천천히 휠체어를 밀어 시즈코 씨를 병실에서 라운지까지 데리고 나왔다. 몸집이 작은 여성이었다. 머리는 짧게 깎았다. 오빠를 많이 닮았다. 표정에서 감정은 읽어낼 수 없었지만 볼은 약간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혈색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눈 주위가 방금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보이지만 겉으로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다. 만일 코에 꽂힌 한 개의 플라스틱 튜브만 아니라면 아무도 그녀를 신체에 이상이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양쪽 눈꺼풀은 활짝 열려 있지 않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약하지만 강렬한 빛을 발하는 눈동자다. 처음으로 내가 느낀 것은 그 빛이었다. 처참한 상황에 처한 그녀가 거의 정상적인 사람으로 내 눈에 비친 것도 바로 그 눈빛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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