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혼자 읽기

D-29
솔직히 아사하라는 제 손으로 죽이고 싶습니다. 만일 가능하다면 조금씩 천천히 죽이고 싶습니다. 히비야 선의 실행범인 하야시도 아직 잡히지 않았죠. 전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희생자가 거기에서 얼마나 괴로워하며 죽었는지, 매스컴은 조금도 보도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실은 조금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마쓰모토 사린사건 때는 약간 보도되었지만, 지하철 사린사건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그러지 않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픽 쓰러져 그대로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신문기사도 이거나 저거나 모두 마찬가지죠. 저도 검찰청에 가서 검사가 읽는 조서를 통해서야 비로소 남편이 굉장히 괴로워하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죽었는지. 얼마나 허망한 마음으로 죽어갔는지를……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때 지하철 안에 있던 사람들은 거기서 무엇을 보고, 어떤 행동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가?’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 관한 상세한 것까지, 심장의 고동에서 숨결의 리듬까지 구체적으로 극명하게 알고 싶었다. 지극히 평범한 시민(그것은 나일 수도 있었고 당신일 수도 있었다)이 도쿄의 지하에서 이런 생각지도 않은 기묘한 사건에 갑자기 휘말려들었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많든 적든 ‘정의’ ‘제정신’ ‘정상’이라는 커다란 승합마차에 올라탔다. 그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상대성과 절대성이 한없이 근접하기 때문이다. 즉 아사하라 쇼코나 옴진리교 신자에 비하면, 또는 그들의 행위에 비하면 이 세상의 대다수 사람들은 분명한 ‘정의’이고 ‘제정신’이고 ‘정상’이라는 것이다. 이만큼 알기 쉬운 콘센서스(Consensus, 의견 일치)는 없다. 매스미디어는 하나같이 그 흐름을 타고 그 기세를 점점 가속시켰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한 가지만은 명확하다. 약간 기묘한 ‘거북스러움과 께름칙함’이 남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개를 갸웃한다. 도대체 그것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리고 우리의 대부분은 그 ‘거북스러움과 께름칙함’을 잊기 위해 그 사건 자체를 과거라는 궤짝 속에 쓸어넣어버리려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사건 그 자체의 의미를 ‘재판’이라는 고정된 시스템 속에서 그럴듯하게 문장화해 제도 차원에서 처리해버리려는 것 같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다시 말해 ‘옴진리교’와 ‘지하철 사린사건’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준 커다란 충격은 아직도 유효하게 분석되지 않았고, 그 의미와 교훈은 아직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을 끝내는 지금 나는 그런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광적인 집단이 일으킨 예외적이며 무의미한 범죄 아닌가’ 하며 사건을 간단히 정리해버리는 게 아닐까. 극단적인 말일지 모르지만 이 사건은 결국 네 컷 만화 같은 ‘웃음거리’로서, 기묘한 범죄 가십으로서, 또는 세대별로 수렴된 ‘도시전설’의 형태로만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우리가 이 불행한 사건을 통해 진실로 무언가를 배우려고 한다면, 거기서 일어난 일을 다시 한번 다른 각도에서 다른 방식으로 철저히 분석하고 조사해야 할 때를 맞은 것이 아닐까. ‘옴진리교는 악이다’라고 말하는 건 쉽다. 또한 ‘악과 정상은 다르다’라는 것도 논리적으로는 간단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논리로 정면에서 파헤쳐본들 그것으로 ‘승합마차적 콘센서스’의 주술을 풀기에는 역부족이 아닐까.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사건을 보도하는 매스컴의 기본 자세는 ‘피해자=무구한 존재=정의’라는 ‘이쪽’과, ‘가해자=더럽혀진 존재=악’이라는 ‘저쪽’을 대립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쪽’의 포지션을 전제조건으로 고정시켜두고 그것을 이른바 지렛대의 받침점으로 삼아 ‘저쪽’의 행위와 논리의 왜곡을 철저하게 세분화하고 분석해가는 것이었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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