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혼자 읽기

D-29
《언더그라운드》 문장 수집하며 혼자 읽기
편지는 지하철 사린사건 때문에 남편이 직장을 잃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회사로 가는 도중에 운 나쁘게도 사린사건에 휘말려들었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며칠 후에 퇴원했지만 불행하게도 후유증 때문에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처음에는 회사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사나 동료들이 싫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런 차가운 회사 분위기를 견디다 못해 거의 쫓겨나다시피 직장을 그만두었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불행히도 사린사건의 순수한 ‘피해자’가 사건 그 자체에 의한 피해에 그치지 않고 왜 그렇게도 가혹한 ‘2차 피해’(다시 말해 우리 주위의 어디에도 있을 수 있는 일상사회가 생산하는 폭력)까지 받아야 하는가? 과연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그 가련한 젊은 샐러리맨이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던 이중의 심각한 폭력에 대해,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이건 이상한 세계에서 온 것’ ‘저건 정상적인 세계에서 온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들 당사자에게 그것이 무슨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그들에게는 그 두 종류의 폭력을 여기와 저기로 구별하여 생각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보이는 겉모습이야 다를지언정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둘은 같은 지하의 뿌리에서 뻗어나온 동질적인 것 같아 보인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이 인터뷰는 1996년 1월 초부터 같은 해 12월 말에 걸쳐 정확히 일 년 동안 이루어졌다.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들을 직접 만나 약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녹음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케이스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네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한 적도 있었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테이프는 그대로 전문가에게로 넘겨졌고, 문장으로 바뀌었다. 명백히 취재의 목적에 위배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발언을 그냥 그대로 활자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당연히 경우에 따라서는 무척 길어질 수도 있다. 또한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화제가 여기저기로 옮겨가고 옆길로 새다가 문득 사라져버리거나 문장이 첨가되기도 하고 불쑥 빠졌다가는 갑자기 부활하기도 한다. 그 내용을 취사선택하고 전후를 바꾸고 중복된 부분을 잘라내고 문장을 붙이기도 하고 자르기도 하면서 어느 정도 읽기 쉽게 정리하여 적당한 길이의 원고로 구성해냈다. 녹음한 것을 그대로 문장으로 바꾸면 세세한 뉘앙스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때로 녹음테이프를 들으면서 세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단지 사정이 있어서 녹음테이프의 내용을 그대로 원고로 바꾼 경우도 세 번 있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이러한 원고작업은 인터뷰 당시의 개인적인 ‘인상’이나 ‘기억’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이야기를 세세하게 녹음한다 해도, 또는 몇 번이나 테이프를 반복해서 듣는다 해도 현장 분위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대화의 핵심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그러면 증언 자체의 힘이 사라져버린다. 그 때문에 듣는 동안은 되도록이면 상대방에게 의식을 집중하며 이야기 하나하나를 그대로 흡수하려는 자세를 견지하려고 노력했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딱 한 번 녹음을 거절당한 경우가 있다. 사전에 전화로 ‘녹음하겠습니다’라고 먼저 양해를 구해두었으나 막상 녹음을 하려 하자 상대는 ‘아니, 그런 말은 한 적 없어요’ 하고 거절했다. 어쩔 수 없이 숫자나 지명 등을 메모하면서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들은 다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책상에 앉아 원고를 작성했다. 간단한 메모와 기억만으로 그때의 대화를 재현한 셈인데, ‘사람의 기억이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 순간이었다. 물론 매일 취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예사로운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애써 그렇게 작성한 원고도 당사자가 게재를 거부하는 바람에, 결국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사건 발생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주요 멤버들이 체포되자 옴진리교에 대한 공포심도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나는 남에게 이야기할 정도로 증상이 심하지 않다’라는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취재를 거부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인할 길이 없다.) 또는 당사자는 자진해서 말을 하려 했지만, 가족들이 ‘더는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제지하는 바람에 인터뷰를 하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직업별로 보면, 공무원이나 금융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증언은 거의 들을 수가 없었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나중에 생각해보니 ‘증언자 일반 공모’를 피한 것은 또다른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비교적 간단한 수단을 배제함으로써 필자와 조사원과 편집자의 결속이 강해졌고 어떤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우리의 힘으로 해냈다’라는 뿌듯한 감동이 있었다. 긴밀한 팀워크가 이 책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덧붙여 한 사람 한 사람의 증언자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도 한층 강해졌음을 밝혀둔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인터뷰한 내용이 원고로 정리되면 증언자에게 보내 일일이 체크했다. 원고를 보낼 때 “우리의 입장은 되도록이면 실명으로 발표하는 것입니다. 만일 실명이 싫으시다면 가명을 사용하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선택해주십시오”라는 편지를 동봉했다. 그 결과 약 40퍼센트 정도의 증언자가 가명을 희망했다. 본문에서는 쓸데없는 억측을 피하기 위해 어느 것이 가명이고 어느 것이 실명인지 일일이 밝히지 않았다. ‘가명’이라는 말이 불필요한 호기심을 자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또한 원고화된 인터뷰를 체크할 때 ‘활자화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변경하거나 삭제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대부분의 증언자가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변경 또는 삭제를 희망했다. 필자는 증언자의 지시대로 지정된 부분을 변경하거나 삭제했다. 수정한 부분에는 증언자의 인격이나 생활상이 리얼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서 필자의 입장에서는 무척 아쉬웠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지시대로 따랐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경우에는 이쪽에서 대안을 제시하여 허락을 받았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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