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혼자 읽기

D-29
그건 정말 괴로웠습니다. 밖에 나갔다가 아버지가 아이를 목말 태우는 것을 보거나 하면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젊은 부부의 대화를 듣거나 하면 고개를 돌리고 싶어집니다.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러나 다른 사람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스스로 타일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태연해졌습니다. 다른 아버지가 아이를 달래는 것을 봐도 마음이 쓰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우에다로 관을 옮길 때도 텔레비전 방송국 사람과 카메라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정은 조금도 생각해주지 않았어요. 정말 제멋대로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만 내버려두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혼모쿠로 돌아오자 사람들이 모두 저를 알아보고 길을 걸어가면 뒤에서 수군대며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저기 저 사람, 그 사린사건으로 남편을 잃었어’라고요. 그것이 마음을 아프게 찔렀습니다. 등으로 그런 느낌이 전해져오는 겁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이사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제가 처음으로 검찰청에 사건에 관한 개요를 들으러 갔을 때, 남편을 도와준 사람과 데리고 온 사람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지하철 직원도 증언했습니다. “남편이 죽을 때의 상태를 알고 싶습니까?”라고 검사가 묻기에 “물론입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니…… 그이가 그렇게 괴로워하며 죽었단 말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상대에게도 똑같은 고통을 주고 싶었습니다. ‘왜 이렇게 질질 끌며 죽이지 않는지’, 늘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극형에 처하길 바랍니다. 재판을 보면 정말 화가 치밉니다. 남편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살해되었을까요. 남편과 저와 아이의 미래를 망친 이 억울함을 어디에다 하소연하면 좋을지……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솔직히 아사하라는 제 손으로 죽이고 싶습니다. 만일 가능하다면 조금씩 천천히 죽이고 싶습니다. 히비야 선의 실행범인 하야시도 아직 잡히지 않았죠. 전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희생자가 거기에서 얼마나 괴로워하며 죽었는지, 매스컴은 조금도 보도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실은 조금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마쓰모토 사린사건 때는 약간 보도되었지만, 지하철 사린사건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그러지 않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픽 쓰러져 그대로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신문기사도 이거나 저거나 모두 마찬가지죠. 저도 검찰청에 가서 검사가 읽는 조서를 통해서야 비로소 남편이 굉장히 괴로워하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죽었는지. 얼마나 허망한 마음으로 죽어갔는지를……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때 지하철 안에 있던 사람들은 거기서 무엇을 보고, 어떤 행동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가?’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 관한 상세한 것까지, 심장의 고동에서 숨결의 리듬까지 구체적으로 극명하게 알고 싶었다. 지극히 평범한 시민(그것은 나일 수도 있었고 당신일 수도 있었다)이 도쿄의 지하에서 이런 생각지도 않은 기묘한 사건에 갑자기 휘말려들었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많든 적든 ‘정의’ ‘제정신’ ‘정상’이라는 커다란 승합마차에 올라탔다. 그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상대성과 절대성이 한없이 근접하기 때문이다. 즉 아사하라 쇼코나 옴진리교 신자에 비하면, 또는 그들의 행위에 비하면 이 세상의 대다수 사람들은 분명한 ‘정의’이고 ‘제정신’이고 ‘정상’이라는 것이다. 이만큼 알기 쉬운 콘센서스(Consensus, 의견 일치)는 없다. 매스미디어는 하나같이 그 흐름을 타고 그 기세를 점점 가속시켰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한 가지만은 명확하다. 약간 기묘한 ‘거북스러움과 께름칙함’이 남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개를 갸웃한다. 도대체 그것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리고 우리의 대부분은 그 ‘거북스러움과 께름칙함’을 잊기 위해 그 사건 자체를 과거라는 궤짝 속에 쓸어넣어버리려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사건 그 자체의 의미를 ‘재판’이라는 고정된 시스템 속에서 그럴듯하게 문장화해 제도 차원에서 처리해버리려는 것 같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다시 말해 ‘옴진리교’와 ‘지하철 사린사건’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준 커다란 충격은 아직도 유효하게 분석되지 않았고, 그 의미와 교훈은 아직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을 끝내는 지금 나는 그런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광적인 집단이 일으킨 예외적이며 무의미한 범죄 아닌가’ 하며 사건을 간단히 정리해버리는 게 아닐까. 극단적인 말일지 모르지만 이 사건은 결국 네 컷 만화 같은 ‘웃음거리’로서, 기묘한 범죄 가십으로서, 또는 세대별로 수렴된 ‘도시전설’의 형태로만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우리가 이 불행한 사건을 통해 진실로 무언가를 배우려고 한다면, 거기서 일어난 일을 다시 한번 다른 각도에서 다른 방식으로 철저히 분석하고 조사해야 할 때를 맞은 것이 아닐까. ‘옴진리교는 악이다’라고 말하는 건 쉽다. 또한 ‘악과 정상은 다르다’라는 것도 논리적으로는 간단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논리로 정면에서 파헤쳐본들 그것으로 ‘승합마차적 콘센서스’의 주술을 풀기에는 역부족이 아닐까.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사건을 보도하는 매스컴의 기본 자세는 ‘피해자=무구한 존재=정의’라는 ‘이쪽’과, ‘가해자=더럽혀진 존재=악’이라는 ‘저쪽’을 대립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쪽’의 포지션을 전제조건으로 고정시켜두고 그것을 이른바 지렛대의 받침점으로 삼아 ‘저쪽’의 행위와 논리의 왜곡을 철저하게 세분화하고 분석해가는 것이었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혼자 읽는 미식가들
그렉 이건 <잠과 영혼> 하드SF의 정수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마음의 그림자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의 양자역학적 의식 연구
since 1966년, 좋은 책을 만듭니다
[문예출판사/책 증정]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 불복종』 마케터와 함께 읽기[문예세계문학선X그믐XSAM] #02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함께 읽기[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문예출판사 / 도서 증정] 뮤리얼 스파크 <운전석의 여자> 함께 읽기[문예출판사] 에리히 프롬 신간 <희망의 혁명> 함께 읽기
웰다잉 오디세이 2분기의 여정
[웰다잉 오디세이 2026] 6.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4.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 그림책 좋아하세요?
벽돌책 사이, 그림책 한 칸 (부제: 내가 아는 29가지 기쁨의 이름들)[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우리 아버지는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책방지기의 인생책> 좋은 날의 책방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부처님의 말씀 따라
나의 불교, 남의 불교[책 증정] <이대로 살아도 좋아>를 박산호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당신과 함께 이 저녁, 이 밤, 이 시대
[엘리/책 증정] 장강명 극찬 "벌써 올해의 소설" <휴먼, 어디에 있나요?> 함께 읽기[엘리/책증정] 2024 젊은사자상 수상작 <해방자들> 함께 읽어요![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SF 함께 읽기] 두 번째 시간 - 숨(테드 창)
메롱이님의 나 혼자 본 외국 작품
직장상사 길들이기웨폰만달로리안 시즌3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2 성난 사람들 시즌2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미국 문학의 고전
모비 딕모비 딕 상·하 <모비 딕> 함께 읽기 모임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입말에 딱 붙는 한국 희곡 낭독해요!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하이틴에게 필요한 건 우정? 사랑?
[책증정-선착순 10명] 청선고로 모여라!『열여덟의 페이스오프』작가와 함께 읽기[청소년 문학 함께 읽기] 『스파클』, 최현진, 창비, 2025[문학세계사 독서모임] 염기원 작가와 함께 읽는 『여고생 챔프 아서왕』[북다] 《위도와 경도》 함윤이 작가와 함께하는 라이브 채팅! (4/9)[북다/라이브 채팅] 《정원에 대하여(달달북다08)》 백온유 작가와 함께하는 라이브 채팅!
위기의 시대에 다시 소환되는 이름
[세창출판사/ 도서 증정] 편집자와 함께 읽는 한나 아렌트가 필요 없는 사회 [문예출판사 / 인증 미션] 한나 아렌트 정치 에세이 <난간 없이 사유하기>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