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 3월〕 이듬해 봄

D-29
행복은 안간힘을 써서 붙잡아야하지만 상처에서 새어나온 비극은 영원히 흉터처럼 남아있을 수 밖에 있으니 더 편한 관계로 읽힐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쉽게 우울함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로 우울에 익숙해지는 현상을 꼽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런 비슷한 뉘앙스일까 싶어요. 슬픔에 젖어 과거를 회상하는 편이 아무래도 새로운 행복을 찾아 미지의 미래를 여행하는 것보단 편할테니까요.
흉터, 흔적 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것들을 저는 그리 좋아하지않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화가가 한 인터뷰 속 글이 생각이나네요 그날그날의 감정에 충실하길원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흔적이 남는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흔적, 상처, 흉터가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것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하게되네요
막연하게 ‘부적이 도대체 무슨 용도더라?‘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감상을 남기기 전에 인터넷 검색 부터 했어요. 제가 알고 있던 액운을 맞고 행운을 부르는 용도 말고도, 온갖 좋은 것들, 그러니까 재물운이나 사랑을 부르는 용도로도 쓰이더라고요. 액운을 내보내고 행운을 불러들이는 양 방향 문 같은 도구인가봐요. 책이나 영화, 드라마 같은 매체에서나 부적을 봤지 직접 부적을 본 적은 거의 없어서 새삼스레 부적의 의미를 되새겨봤어요. 오늘의 시도 더 잘 이해될까 싶기도 했구요.
두 번째로 도마뱀 꼬리가 액운을 막는 상징으로 쓰이나, 싶어서 비슷한 키워드로 몇 번 더 검색을 해봤어요. 실생활에서 도마뱀 꼬리 그 자체를 액맞이 용도로 쓰이는 문화나 그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의외로 온라인 게임 속에서 ‘체력 회복‘ 혹은 그 외 비슷한 효능을 주는 아이템으로 많이 등장하더라고요. 아마 도마뱀이 부분(꼬리)를 내어주고 전체(목숨)을 건지는 특징 때문에 서양권에서 도마뱀을 재생(regrowth)혹은 부활 같은 상징으로 통해서인 것 같아요. 도마뱀 꼬리 그 자체보다는 도마뱀에게 부여 된 이미지 같은거죠. 중요한 건 죽은 꼬리가 아니라 살아남은 도마뱀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져서 오늘 시가 조금 더 서글프게 읽히는 것 같아요.
시에서 나는, 나와의 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대가 끊어낸 상대의 부분을 손에 쥐고 살고 있는거잖아요. 볼 때마다 다시 볼 수 없는 그 사람이 떠오르는 비극적인 과거의 상처면서, 동시에 나에게는 그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상징이란 점에서 더더욱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점이 참 서글프고 공감 가는 부분이었어요. 물건은 보잘 것 없는데, 그걸 준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거나 그 물건에 담긴 의미가 좋아서 버리지도 못하고 창고 구석에 박아두는 것들이 있잖아요. 창고나 서랍장에 처박아둔 물건들이 몇몇 생각나기도 했어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위협을 느꼈다는 사실도, 그래서 자신의 몸을 잘라내는 어려움을 감수했다는것도 좀 슬프게 다가와요 그런 관계안에서 도마뱀같은 처지에 놓인 그 누군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저는 하금님이 얘기하신 버리지못한 물건들을 몇해전 거의 다 버렸었네요 좀아쉽기도 했지만, 다시 생각나지는 않네요ㅎㅎㅎ
하금님 글을 읽으니, 저도 예전에 들었던 도마뱀이야기가 생각이나네요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꼬리를 자르는것이고, 그것을 자절이라고 한다는것.. 가재나 거미고 비슷한 자절행동을 한다네요 게임아이템에서도 등장한다니 재미있네요ㅎㅎㅎ
저도 부적을 직접 본적이없네요.. 좋은일이 있기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만들어낸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물건? 종이 정도로 생각해왔던것 같아요
오늘은 생일 선물로 받은 상품권을 사용할 겸, 스타벅스에 왔어요. 스타벅스는 이런 교환권이나 기프티콘이 있어야 오게 되는 것 같아요ㅎㅎ 오늘은 다들 어디서 책을 읽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특히 나의 글을 주제로 삼아서는 결코 말하고 싶지 않다. 이상하게도 그건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59 (3월 20일의 노트, 무제), 신이인 지음
운이 나쁘다면 취향과 지식을 자랑하는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버리고 만다. 그러면 망한 것이다. 나는 근황을 묻고, 근황을 말한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59 (3월 20일의 노트, 무제), 신이인 지음
친구랑 나누기 좋은 대화, 알맞은 주제는 무엇일까? 저도 이 고민을 대학 졸업하고 뒤늦게 해봤던 것 같아요. 그나마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그러니까 평가 당할까봐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한테만 조용히 물어본 적 있어요. 너는 나랑 얘기하는 거 재밌느냐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 별 걸 다 묻는다고 나무라는 듯한 표정만 기억나고 무슨 대답을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대신 그런 생각하지 않고 생각나는 그대로 대화를 나눠도 괜찮은 사이가 우리 사이라는 확신을 얻었던건 확실해요. 친구는 그런 사이 같아요. 내 안에 들어이쓴게 납이어도 금이어도 꺼내서 보여줄 수 있는 사이. 내 속에 있던 납덩이가 그 애들의 가슴 속에 들어가 무게를 얹으면 어떡하지 걱정할 수는 있지만, 그 걱정에도 불구하고 나눌 수 있는 사이가 친구라는 걸 시인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서로에게 신세 지지 않고 살아가는 친구 사이는 세상에 없잖아요.
친구로 지내고 싶은 이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60 (3월 20일의 노트, 무제), 신이인 지음
이런 행동을 ‘뚝딱거리다‘라고들 하잖아요, 사람들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본능에 입력 된 최대한의 예의를 출력하는 상태를 묘사하는 말 치고는 꽤 귀엽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노트에 담긴 ‘뚝딱거림‘은 단어에 담긴 고장난 로봇 같은 어색한 움직임 보다는, 안에 무거운 것을 담고 움직이는 육중한 답답함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긴하지만요. ‘덜컹거림‘이 조금 더 알맞은 표현일 것 같아요. 적정량보다 더 많은 화물을 싣고 그걸 칭칭 도여매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소형 트럭 같기도하고... 험한 길을 오밤중에 헤드라이트에 의존해서 달리는 자동차 같단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아무 일 없는 말간 얼굴로 끝까지 돌아다닐 수 있는 무시무시한 납덩어리가 아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60 (3월 20일의 노트, 무제), 신이인 지음
3월20일(노트) '무제'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좋은 친구로 오래 지내고 싶으니까 속 얘기를하지 말아야겠군' 이라고 잠시라도 생각했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속 얘기를 하다가 좋지못한 일을 만나게 된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네요 '입을 다물겠다고 결정했다'라는 말이 나오기전 무슨 일이 있었던것일까요? 말로 나의 생각을 전하는것에대한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됩니다. 자꾸 말을 삼키던 어느날들이 떠오르기도하구요^^ ~~~~~~~오늘도 이동하면서, 책을 보는 날이었네요
그들은 잘 닦은 리놀륨 바닥 위에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우우, 우우 소리를 지르며 춤을 췄다. 사람들은 경찰에 신고를 했다. 재미있는데, 그냥 두죠, 경찰이 말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65 (3월 21일의 시, 봄비), 신이인 지음
이런 행복한 마음으로는 몇날 며칠을 빌어도 소용없어. 우리는 거짓된 소원을 빌고 있는 거다. 깨달은 그들은 곧 기우제를 그만두고 집으로 내려갔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65 (3월 21일의 시, 봄비), 신이인 지음
비가 점점 더 거세어져서 마침내 물의 색깔이 맑아지기 시작했을 때 에이, 이제 재미없다, 누군가 말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66 (3월 21일의 시, 봄비), 신이인 지음
천방지축 놀던 우리가 언젠가부터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배우들처럼 그럴듯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나름의 명찰을 달고 있구나. 그런 감상이 먼저 나오는 시였어요. ‘행복한 마음으로는 몇날 며칠을 빌어도 소용 없‘다는 부분은, 이렇게 천방지축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건 적절한 정도로 절박하지 않은 것 같다고, 그러니까 절박하지 않은 우리는 뭔가 잘못 된걸거라고 이야기하는 갓 대학 졸업한 젊은 사람들 같았고요. 남들은 ‘번아웃‘이 올 정도로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왜 이렇게 춤추고 노래하고 있을까?하는 서늘한 깨달음 같은게 오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게 깨달음인지 아니면 흔히들 말하는 FOMO인지는 당장에 구분할 수 없지만요. 보통은 FOMO=깨달음=현타로 인식하고 재빨리 맘에 드는 명찰, 아니면 잡기 쉬운 명찰을 손에 쥐는 것 같아요. 시 끝은 어떻게 읽히셨나요? 저는 그렇게 명찰을 달고 나름 만족스럽고 뿌듯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아직 옥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자기 줏대를 지키는 사람들의 불행을 안타까워하는 척-재밋거리로 지켜보다가 이제 더 볼 게 남아있지 않자 싫증을 내고 흩어지는 것 같았어요. 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돈도 벌어서 찰랑거리는 머리랑 좋은 옷을 살 수 있는 역할극에 끼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사람들의 불행이 봄비를 타고 씻겨져 내려오길래 구경 좀 하려고했더니 이제 끝나버려서 아쉬운 뉘앙스 같아서요. 실은 옥상에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기우제를 지내서 비가 내린건데, 쩍쩍 마른 땅 위에서 그럴 듯한 겉치장을 하고 사는 사람들은 기우제를 지내던 과거는 없던 것 처럼, 옥상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옥상과 봄비의 관계도 잊은 것 같아요. 옥상이 없이는 봄비도 없고, 누군가 그 위에서 춤추지 않는 한 비도 내리지 않는데. 내심 비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젠 비가 내리면 겉치장이 추레해져서 싫어지는... 그런 마음도 뭔가 이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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