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 3월〕 이듬해 봄

D-29
특히 나의 글을 주제로 삼아서는 결코 말하고 싶지 않다. 이상하게도 그건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59 (3월 20일의 노트, 무제), 신이인 지음
운이 나쁘다면 취향과 지식을 자랑하는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버리고 만다. 그러면 망한 것이다. 나는 근황을 묻고, 근황을 말한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59 (3월 20일의 노트, 무제), 신이인 지음
친구랑 나누기 좋은 대화, 알맞은 주제는 무엇일까? 저도 이 고민을 대학 졸업하고 뒤늦게 해봤던 것 같아요. 그나마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그러니까 평가 당할까봐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한테만 조용히 물어본 적 있어요. 너는 나랑 얘기하는 거 재밌느냐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 별 걸 다 묻는다고 나무라는 듯한 표정만 기억나고 무슨 대답을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대신 그런 생각하지 않고 생각나는 그대로 대화를 나눠도 괜찮은 사이가 우리 사이라는 확신을 얻었던건 확실해요. 친구는 그런 사이 같아요. 내 안에 들어이쓴게 납이어도 금이어도 꺼내서 보여줄 수 있는 사이. 내 속에 있던 납덩이가 그 애들의 가슴 속에 들어가 무게를 얹으면 어떡하지 걱정할 수는 있지만, 그 걱정에도 불구하고 나눌 수 있는 사이가 친구라는 걸 시인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서로에게 신세 지지 않고 살아가는 친구 사이는 세상에 없잖아요.
친구로 지내고 싶은 이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60 (3월 20일의 노트, 무제), 신이인 지음
이런 행동을 ‘뚝딱거리다‘라고들 하잖아요, 사람들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본능에 입력 된 최대한의 예의를 출력하는 상태를 묘사하는 말 치고는 꽤 귀엽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노트에 담긴 ‘뚝딱거림‘은 단어에 담긴 고장난 로봇 같은 어색한 움직임 보다는, 안에 무거운 것을 담고 움직이는 육중한 답답함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긴하지만요. ‘덜컹거림‘이 조금 더 알맞은 표현일 것 같아요. 적정량보다 더 많은 화물을 싣고 그걸 칭칭 도여매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소형 트럭 같기도하고... 험한 길을 오밤중에 헤드라이트에 의존해서 달리는 자동차 같단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아무 일 없는 말간 얼굴로 끝까지 돌아다닐 수 있는 무시무시한 납덩어리가 아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60 (3월 20일의 노트, 무제), 신이인 지음
3월20일(노트) '무제'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좋은 친구로 오래 지내고 싶으니까 속 얘기를하지 말아야겠군' 이라고 잠시라도 생각했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속 얘기를 하다가 좋지못한 일을 만나게 된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네요 '입을 다물겠다고 결정했다'라는 말이 나오기전 무슨 일이 있었던것일까요? 말로 나의 생각을 전하는것에대한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됩니다. 자꾸 말을 삼키던 어느날들이 떠오르기도하구요^^ ~~~~~~~오늘도 이동하면서, 책을 보는 날이었네요
그들은 잘 닦은 리놀륨 바닥 위에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우우, 우우 소리를 지르며 춤을 췄다. 사람들은 경찰에 신고를 했다. 재미있는데, 그냥 두죠, 경찰이 말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65 (3월 21일의 시, 봄비), 신이인 지음
이런 행복한 마음으로는 몇날 며칠을 빌어도 소용없어. 우리는 거짓된 소원을 빌고 있는 거다. 깨달은 그들은 곧 기우제를 그만두고 집으로 내려갔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65 (3월 21일의 시, 봄비), 신이인 지음
비가 점점 더 거세어져서 마침내 물의 색깔이 맑아지기 시작했을 때 에이, 이제 재미없다, 누군가 말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66 (3월 21일의 시, 봄비), 신이인 지음
천방지축 놀던 우리가 언젠가부터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배우들처럼 그럴듯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나름의 명찰을 달고 있구나. 그런 감상이 먼저 나오는 시였어요. ‘행복한 마음으로는 몇날 며칠을 빌어도 소용 없‘다는 부분은, 이렇게 천방지축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건 적절한 정도로 절박하지 않은 것 같다고, 그러니까 절박하지 않은 우리는 뭔가 잘못 된걸거라고 이야기하는 갓 대학 졸업한 젊은 사람들 같았고요. 남들은 ‘번아웃‘이 올 정도로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왜 이렇게 춤추고 노래하고 있을까?하는 서늘한 깨달음 같은게 오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게 깨달음인지 아니면 흔히들 말하는 FOMO인지는 당장에 구분할 수 없지만요. 보통은 FOMO=깨달음=현타로 인식하고 재빨리 맘에 드는 명찰, 아니면 잡기 쉬운 명찰을 손에 쥐는 것 같아요. 시 끝은 어떻게 읽히셨나요? 저는 그렇게 명찰을 달고 나름 만족스럽고 뿌듯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아직 옥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자기 줏대를 지키는 사람들의 불행을 안타까워하는 척-재밋거리로 지켜보다가 이제 더 볼 게 남아있지 않자 싫증을 내고 흩어지는 것 같았어요. 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돈도 벌어서 찰랑거리는 머리랑 좋은 옷을 살 수 있는 역할극에 끼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사람들의 불행이 봄비를 타고 씻겨져 내려오길래 구경 좀 하려고했더니 이제 끝나버려서 아쉬운 뉘앙스 같아서요. 실은 옥상에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기우제를 지내서 비가 내린건데, 쩍쩍 마른 땅 위에서 그럴 듯한 겉치장을 하고 사는 사람들은 기우제를 지내던 과거는 없던 것 처럼, 옥상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옥상과 봄비의 관계도 잊은 것 같아요. 옥상이 없이는 봄비도 없고, 누군가 그 위에서 춤추지 않는 한 비도 내리지 않는데. 내심 비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젠 비가 내리면 겉치장이 추레해져서 싫어지는... 그런 마음도 뭔가 이해 돼요.
오늘은 땅콩버터 쿠키와 함께 책을 읽고 있어요. 8시에 영화를 한 편 예매해서, 그 전까지 독서 모임 책들을 열심히 읽을 계획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보셨을지,?궁금하네요 영화 본 이야기..또 들려주셔요^^
3월 21일 (시) '봄비' 비가 점점 많이 오면 홈통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검은색에서 맑은색으로 바뀐다는 표현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대구를 이루 듯 글의 앞 뒤에 배치된것도요~~ 남자,여자,부모,자식이라는 역할을 정해 가지게되고, 가진것이 많이 생기게 되면서 내리는 비에 엉망진창이 되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됩니다. 소유할 수 있는게 많아지면 가져다 주는 즐거움과 이로움이 많은건 확실한데요~ 가진것의 종류와 양이 많아질수록 그것들을 관리해야하는 어려움들도 함께 찾아오는것 같아요. 정말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제가 가진것들을 보면 그것도 가진것이라고~~말할지도 모르겠지만요ㅎㅎ
저는 오늘 아끼며 매일 찻자리를 함께해주던 티팟을 잃었어요 가족의 실수로 깨져버렸거든요ㅠㅠ 겉으로 솟아나는 화가아닌 속으로 스며드는 아쉬움에 침울안 아침을 지나 오후를 맞이했어요. 알고는 있었는데 그곳에있는지 몰랐던 양말 매장을 우연한 길에 만났어요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양말을 사들고 마음을 살피며 오늘의 글을 읽어가다보니 괜찮아진 마음을 맞이하게 되었답니다. 무언가를 잃어버렸지만 무언가를 얻은 그런날이었네요 몇일전 읽었던 도마뱀~ 도마뱀 꼬리..이야기도 생각나는 날이었고요
동네에 존재는 알고 있지만 위치는 모르던 가게를 마주쳤을 때의 즐거움은 정말, 뭐라고 해야하지, 혼자 작은 여행을 떠났을 때만 만날 수있는 설렘과 성취감 같아요. 양말 가게라니 왠지 어감부터 귀엽네요! 요새는 질 좋은 양말만 취급하는 브랜드도 새롭게 많이 생기는 추세인가봐요. 사람들의 취향이 점점 더 세심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사진에 담긴 양말도 도톰해서 신으면 푹신하고 기분 좋을 것 같아요 ㅎㅎ
맞아요..설마하고 들어갔는데 내가 알고있던 그곳이 맞더라구요 그것도 다른 매장 제품을 기다리느라 눈을 돌린거였거든요. 저는 몸에닿는 옷이나 양말의 느낌이 점점 중요해지더라고요 발목을 조이지않는 느낌도 중요하고요 양말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만든 좋은 제품을 모아두셨더라고요 설명도 자세히 해주시고, 샘플 양말들은 발을 씻고 신어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어요 저는 이번엔 새로운 린넨소재의 양말을 구입해보았는데요 도톰한 느낌이지만 시원함이 느껴져서 신기했어요^^ 우연한 만남의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오늘이 세계 시의 날이었는데요 알고계셨나요?~^^ 세계 시의 날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제30차 총회 회기중 제3차 전체회의에서(1999년 10월 26일) 정해졌고 시적 표현을 통해 언어적 다양성을 지원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언어를 들을 기회를 늘림과 동시에 시인을 기리고 시 낭송의 구전 전통을 되살리고자 만들어졌다고 해요 시의 읽기,쓰기와 가르침을 촉진하고자 정해진 날이기도 하답니다.
아빠의 귓속은 상당히 재미없었다. 처음 봤을 때 나도 모르게, 이런 귓속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면 따분하겠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71 (3월 22일의 에세이, 구인 공고) , 신이인 지음
원래는 친한 사람에게 슬쩍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 공고를 생각했으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이런 글까지 써버렸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p.177-178 (3월 22일의 에세이, 구인 공고) , 신이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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