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서평단&북클럽 모집

D-29
책꿈님 안녕하세요.^^ 이 질문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답변을 받는대로 전달하겠습니다. 벌써부터 답변이 기다려지네요. ㅎㅎ
책꿈님의 질문에 대한 번역가의 답변입니다. ^^ 번역가의 답변 📌 제게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해즐릿의 묘비문입니다. 아마도 제가 그런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가님께 질문입니다. 번역할 때 말투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소설같은 장르에서 인물 관계에서 반말이나 존댓말이요. 우리나라 조직은 수직관계에 따른 존댓말이 뚜렷하다보니 대부분 상사가 아랫사람...(이 표현마저도 굉장히 위계적이네요)에게 하대를 하는 방식으로 많이 번역되는데, 막상 원작을 읽어보면 특별한 반말 존댓말의 뉘앙스가 없게 느껴지는 경우도 꽤 있더라고요. 물론 저의 영어가 그 미묘한 뉘앙스를 캐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요.
JJF님, 안녕하세요.^^ 질문을 번역가에게 전달했습니다. 아주 좋은 질문이어서 번역가가 어떻게 답변하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답변을 받는대로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음악이라도 노상 귀에 밀려들면 우리는 그 소리에 무감각해질 것이다. 귀에 거슬리는 소음도 시간이 흐르면서 들리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처음에는 무슨 말이지 했는데 이 구절을 읽고 헉했어요ㅋㅋ 생각해보니까 시각으로만 접한 정보들은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았어요...! 평소에 아무리 좋은 노래를 들어도 결국에는 한 귀로 흘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ㅋㅋㅋ
밍묭님 말씀이 맞습니다. ^^ 이 맥락에서 해즐릿은 존 펀의 『의식론』을 인용합니다. "시각의 장점들을 열거하기는 했지만, 사람은 아마도 어린 시절이나 그 후에 경험했던 인상 깊은 맛이나 냄새를 잊기 전에 얼굴을 먼저 잊고, 어른이 되어 보는 다른 많은 물체들 또한 먼저 잊을 것이다." (69쪽)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비유하지요. 밍묭님과 @모임 에 참여하는 우리 인생이 그러한 '망각'과 '기억'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하면 무척 신비롭습니다. 한편 해즐릿은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마지막 부분에서 셰익스피어의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다』를 인용합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명문입니다. "인생이라는 직물에는 좋고 나쁜 실이 섞여 있다. 미덕은 결점의 채찍질이 없으면 교만해 질 것이며, 죄는 미덕이 보살피지 않으면 절망할 것이다." (77쪽)
한편 편견과 악의는 언제나 결점을 실체보다 크게 과장한다. 우리가 실제로 아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아주 평범하다. 우리는 무지만으로도 그 사람들을 괴물이나 유령으로 만든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74,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발췌하신 이 부분은 해즐릿의 직접적인 경험에서 나온, 즉 삶과 글이 일치하는 문장들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해즐릿은 평생 왕정과 보수주의를 비판하고 국민 주권의 공화국을 열망한 급진적 이상주의자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해즐릿 사후 40년 뒤에 묘비가 파손되었고, 버지니아 울프는 해즐릿의 위상을 복원시키고자 애를 썼습니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서문을 쓴 울프는 요즘 말로 '웃픈' 일화를 소개합니다. "해즐릿은 악의적 박해의 대상이었다. 일례로 <블랙우드 매거진>의 비평가들은 해즐릿의 얼굴이 설화석고처럼 희었는데도 그를 '여드름 투성이 해즐릿'으로 칭했다. 이런 식의 거짓말들이 활자화되었고..." 해즐릿이 활약한 시대에서 주목할 만한 점 가운데 하나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바대로의 언론 매체가 왕성하게 생겨났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이 언론 매체가 자유와 혁명의 신조를 옹호하는 해즐릿을 음해하고 비방하고 공격하는 데 더없이 좋은 총알이 되었습니다. 울프의 에세이로 해즐릿이 다시 빛을 보게 되었으나, 당대 최고의 작가가 언론의 조직적인 중상모략과 인신공격에서 사후에라도 헤어 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케 합니다.
해즐릿의 뼈때림이란... 여전하시네요. "우리가 삶에 애착하는 이유는 삶 자체나 행복과 관련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살아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즐거움이 종결되기 때문이 아니라 희망이 종결되기 때문에 삶이 끝나는 것을 두려워한다."(p.84)그래도 혹여 읽는 이들이 딴전 부릴까 싶었는지.. "돈을 잃은 노름꾼일수록 더 필사적으로 노름에 매달리는 이치와 같다."(p.84)라고 하네요. 오늘 뉴스로 들리는 사건들이 참 황망합니다. 해즐릿의 이런 말들이 차라리 잘 맞아서 그랬거나 어쨌거나 아득바득 다들 용케 버티고 살았으면 합니다.
"뼈때림"이라고 말씀하시니 생각나는 독자분이 있습니다. "해즐릿의 문장은 내 뼈를 무슨 마림바 속주처럼 때림"이라고 해서 크게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크리스토프 지첸의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ix-QW-BShPY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PS. @모임 여러분들은 "뼈때리는" 해즐릿의 문장을 읽을 때 어떤 소리나 음악이 떠오르세요?
제겐 뭔가 쩌억 "쪼개는" 소리입니다. 용기 있게 펜을 휘둘러서 읽는 사람들의 편견을 가차없이 박살내는 소리가 아닐지요? ㅎ 굳이 중의법을 쓴다면, 그러고 나서 놀란 독자들 앞에서 슬몃 "쪼개는" 해즐릿의 미소가 보일 듯도 합니다. ㅎㅎ
안녕하세요.^^ 모임을 시작한 지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delispace님 말씀을 들어보니 "쪼개는"이라는 표현이 해즐릿한테 정말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글을 읽고 연상되는 소리나 이미지를 이야기하니 좋습니다. ㅎㅎ 어떤 독자는 해즐릿의 문장이 "칼칼하다"고 했는데 그 표현이 "쪼개는"처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Rhong 님과의 대화에서 나온 "의식의 흐름"은 번역가로부터 답변이 오는대로 공유하겠습니다.
번역가님 답변 또한 엄청 기대됩니다! 뒤늦은 질문인데도 잘 전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우리가 실제로 아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아주 평범하다. 우리는 무지만으로 그 사람들을 괴물이나 유령으로 만든다. 요컨대 우리는 소문이나 추측만으로 특정한 결점에 비현실적 관념을 씌우고,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의 특정 자질이나 행동을 두고 스스로를 약오르게 만든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p.74
우리는 하찮은 지금 여기에서 호흡하며 저 너머 욕망의 대상에게서 고상한 존재 양식을 빌리고, 흐릿한 시야에서 사라지는 풍경 속에, 어렴풋한 저 너머의 희미한 공간에 미지의 가치를 지닌 형상들을 채운다. 한편 막연한 기대감은 희망과 소원과 매혹적인 공포로 채색된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p.56,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사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고 스스로를 기만한다. 자신이 과거에 이러저러한 사람이었다고 상상하다가, 교묘한 잔꾀나 기묘한 망상으로 그간 상상하던 사람이 되고 싶고, 급기야는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p59,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안녕하세요, borasoop님. ^^ 발췌하신 부분이 제가 노란색 형광펜으로 표시한 부분과 같습니다. 이런 우연의 일치는 기분을 돋우고 내일의 추억을 만드는 법이죠. 해즐릿은 유년 시절의 기억 상자를 열어 여러 장면들을 나열합니다. 저는 그 가운데 "아침 햇살에 고개 숙인 잎을 보고 마음 아파했던 일도 생각난다"는 문장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문장인데도 제 뇌리를 건드리는 무엇인가가 있었어요. 가물거리고 아련한 그 무엇은 무엇일까, 이렇게 자문하면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를 읽었습니다. (아직까지 그 무엇은 찾지 못했습니다. ^^)
장소와 사물이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아 보이는 이유는 그것들을 비방하는 데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공간적으로 가까워지고 잘 알게 될수록 그 사람에게 이롭다. 그 사람에 대해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잘못 전해진 사실들을 걷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p.74,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윌리엄 해즐릿은 MPTI라면 T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을 보며 F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故신영복 선생님이 윗집 아이가 뛰는 소리가 아는 아이라면 덜 시끄럽게 들린다고 하신 말씀도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T인 저는 이 부분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도 멀리 떨어져 있어야 좋아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윌리엄 해즐릿이 어떤 의도로 썼는지 알겠지만요^^ 그리고 저는 아는 아이라면 더 충고할 것 같아요….하하하.
왕들은 인생의 머저리들이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p.91,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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