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서평단&북클럽 모집

D-29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윌리엄 해즐릿의 묘비문이 실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부분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그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아래 주註에서 알 수 있는데요, 파괴된 무덤이 2003년에야 복구되었다는 점, 이를 복구하기 위해 모금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노동당에서 해즐릿의 무덤을 복구하고 모금을 하는 데에 배경이 있을 것 같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걸까요?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번역가에게 질문을 전달했습니다. ^^ 각주를 말씀하시니 《가디언》과 해즐릿의 관계가 생각나 적어봅니다. 해즐릿의 무덤 복원 작업을 《가디언》이 주도했는데, 해즐릿 가문과 가디언 가문은 유니테리언 교파에 속했습니다. 해즐릿의 아버지는 유니테리언 목사였고, 맨체스터 가디언은 1821년에 유니테리언 예배당에서 《가디언》을 창간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에 반대하는 유니테리언은 현대 영국 문화의 기원 중 하나이고 사회 전반에 수많은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안녕하세요.^^ 호디에님의 질문에 대해 번역가의 긴 답변을 @모임 여러분에게도 소개합니다. 1830년에 사망한 ‘급진적’ 작가 해즐릿의 묘비가 40년 뒤인 1870년에 훼손되었다가, 2003년에 복원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번역가 답변 📌 복원된 해즐릿 무덤 비석은 2003년 4월 10일(해즐릿 생일)에 제막식을 가졌죠. 그 계기는 좀 복잡하다면 복잡할 수도 있습니다. 《가디언》에는 이언 메이스라는 저널리스트가 있습니다. 《가디언》 최초의 ‘옴부즈맨’이기도 했습니다(옴부즈맨 직은 신문사와 독자의 중간 위치에서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일종의 ‘감찰부서’입니다). 이 《가디언》에 철학자 A. C. 그레일링이 해즐릿에 관한 칼럼을 썼습니다. 해즐릿의 중요성과 위상에 비해 그의 무덤이 너무 초라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칼럼을 읽은 독자들이 200명 넘게 《가디언》에 편지를 보내 해즐릿의 무덤과 비석을 복구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알렸습니다. 마침 메이스는 두어 달 전 해즐릿에 관한 그레일링의 글을 읽은 바가 있어 직접 세인트 앤 교회 묘지에 있는 해즐릿의 무덤을 찾아가 봤지만 처음에는 찾지 못하고 두 번째 갔을 때 비로소 찾았습니다. 그런 뒤 메이스는 그레일링을 만나 묘비 복구를 하자고 제안했고, 곧바로 복구 사업회가 조직되었습니다. 그레일링을 통해 계관시인 앤드류 모션(이분은 저도 만나 이야기를 잠깐 나눈 적이 있어요), 톰 폴린, 던컨 우 등이 뭉쳤고, 팀 밀러라는 사람을 통해 노동당 당수였던 마이클 풋이 합류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풋은 초대 해즐릿 학회장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복구에 드는 비용(약 20000파운드)이 모아졌고 4월 10일에 관계자들과 시민 7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동적인 문구가 새겨진 비석의 제막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사족: 풋에 관하여 덧붙이자면 그의 아버지 아이작 풋은 현 자유민주당의 전신인 자유당의 당수였습니다. 자유당은 1906년부터 건강보험, 실업보험, 연금 등 영국 복지의 기틀을 닦은 진보당이었습니다. 아이작 풋은 청년이 된 아들 마이클이 ‘자유주의적 신념’을 버리고 사회주의자가 되기로 선언하자 해즐릿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아이작은 워즈워스와 버크를 영웅시했고, 그들의 변절을 혹독히 비판한 해즐릿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해즐릿은 아이작에게조차 너무 급진적이었죠.)
답변 잘 읽었습니다. 해즐릿의 무덤에 대한 언급은 그레일링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무덤 복구는 시민의 힘이 컸네요. 역시 시민의 힘! :)
"의심하는 자는 그의 글을 읽으라." 이 비석을 무덤 속 그에게 동조하는 사람의 가슴에 세우는 바이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p13 / 윌리엄 해즐릿 묘비 문구 중에서,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번역가 분께 하고 싶었던 질문은 위에 다 나와있는 것 같네요ㅎㅎ 저는 완독 후에 감상평 올리도록 할게요!
네, 좋습니다! ^^ 답변을 받는대로 공유하겠습니다. 감상평도 기대하겠습니다.
종교의 위안은 차치하고, 사후에도 영속할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인식은 죽음이라는 저 지독한 악이 주는 괴로움을 제거하는 유일한 위안일지 모른다. 이러한 인식은 죽음이 다가오는 데 따르는 초조와 공포를 감소시킨다. 그러면 죽음은 조금 더 기다렸다가 와야겠다는 유혹을 느낄 것이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24,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이 문장은 저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즐릿은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에서 영국 왕립 예술원 회원들의 평균 수명이 비회원들보다 길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대다수 미술가들이 죽음보다 가난을 더 두려워한다고 말합니다. 이 에세이는 미술가 뿐만 아니라 문필가, 음악가 등 예술가 전반에 적용해서 읽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대한민국 예술원'이 있습니다. 박경리 작가와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못 들어가는 곳이라는데 최근에는 어떤 지 모르겠습니다. ^^;
책 잘 받았습니다. 기대기대 중 입니다.
선경서재님 안녕하세요.^^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에 이어 이번 신간 모임에도 참여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애서가의 손에 있는 해즐릿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ㅎㅎ 즐거운 독서가 되기를 바라며 궁금하신 점을 남겨주시면 번역가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책 잘 받았습니다. 표지부터 정말 인상적입니다. 특이한 안경에 비춰지는 ‘O’와 ‘P’라는 글자 그리고 렌즈 너머의 세계가 왜곡된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나 신념 또는 그로 인해 생긴 편견을 통해 필터링된 방식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책의 내용도 궁금해집니다.
달빛개츠비님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맥락에서 해즐릿도 이 에세이에서 "그 착각은 풍부한 상상력을 요한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하고, 편견과 악의는 언제나 결점을 실체보다 크게 과장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무지만으로도 사람을 괴물이나 유령을 만들 수 있습니다. 즐거운 독서가 되기를 바라며, 번역가에게 궁금한 점은 질문을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아! 우리가 무덤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적은가! 당신은 얼굴만을 보존하고 나는 이름만을 보존할 뿐!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p.38,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이들은 극단적 사실성이 주는 단조로움을 덜기 위해 초자연주의 영역으로 외도하여 비몽사몽간을 헤매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발상은 구름이 빠르게 흐르는 하늘에 드문드문 푸른 부분과 반짝이는 별이 엿보이는 폭풍의 밤을 보는 것 같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p.45,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아직 얼마 읽지 못했지만 거의 모든 문장마다 진심어린 위트가 담겨있는듯 해서 독서가 즐겁네요. 읽는 내내 번역하시면서 목표로 삼는 어투(?)가 따로 있으신지 궁금했어요. 물론 책이 쓰인 시기와 저자의 특징 같은 요소를 고려하시겠지만, 문장이 어떤 투로 쓰여야할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하시는지. 그리고 번역 된 문장을 다듬으실 때 참고하시는 작품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하금님과 @JJF 님의 질문에 번역가의 답변을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모임 여러분도 참고하시면 좋을 내용입니다. 번역가의 답변 📌 특별히 목표로 삼는 서술 어투는 없습니다. 해즐릿의 에세이에도 대화가 간혹 나오는데, 대화 참여자들의 관계(나이와 친분 정도)를 파악해서 존대말 사용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런 부분은 리서치를 요하기 때문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죠. 소설의 경우에는 좀 더 복잡해서 번역론/언어학 차원에서 상당히 길게 논해야 할 사항입니다. 주종 관계가 뚜렷한 경우, 가령 백작과 하인의 경우는 말투 설정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신분 문제가 아닌, 방언의 문제는 다소 까다롭습니다. 제가 원칙으로 삼는 것을 하나만 예로 들겠습니다. 원문의 대화에서 표준어와 방언이 등장할 경우, 방언 부분을 한국의 지방 사투리로 옮기는 번역가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러지 않습니다. 한국어의 사투리를 쓰면 문화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불일치 때문에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서로 마찰을 일으켜 생소하게 읽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독자의 사회, 경제, 지리적 환경에 따라 사투리 번역은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령 미국 남부 지방에서 주종 관계에 있는 백인/흑인의 말을 표준어/사투리로 번역하는 경우) 원문의 문장 자체에서 교육 정도나 출신 지역, 계층을 감지할 수는 있어도 그 자체에서 존댓말은 볼 수 없죠.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경우나 등장 인물이 상대에게 쓰는 호칭을 기준으로 존댓말로 옮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야 어색하지 않겠죠. 말단 관리가 군주에게, 직원이 사장에게 반말하는 것은 어색한 것이죠. 원문은 경어체가 아니라도 그 정도는 구분해서 옮깁니다.
이렇게 상세히 답변을 받을 수 있다니, 너무 설레는 독서 모임이네요! 번역서를 읽으면서 늘상 궁금했던 부분인데 깔끔히 정리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설레는 독서 모임"이라는 말씀이 너무 설렙니다. ^^ 모임 기간 동안 번역가에게 궁금하신 점을 남겨주시면 또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등장인물의 배경, 등장인물들간의 관계, 호칭까지 많은 것을 기반으로 결정하시는군요! 특히 방언 부분이 흥미로워요. 방언에 대해서는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그간 제가 읽었던 번역된 소설들을 방언이 있었나 찾아보며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자세한 답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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