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서평단&북클럽 모집

D-29
안녕하세요.^^ 모임을 시작한 지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delispace님 말씀을 들어보니 "쪼개는"이라는 표현이 해즐릿한테 정말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글을 읽고 연상되는 소리나 이미지를 이야기하니 좋습니다. ㅎㅎ 어떤 독자는 해즐릿의 문장이 "칼칼하다"고 했는데 그 표현이 "쪼개는"처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Rhong 님과의 대화에서 나온 "의식의 흐름"은 번역가로부터 답변이 오는대로 공유하겠습니다.
번역가님 답변 또한 엄청 기대됩니다! 뒤늦은 질문인데도 잘 전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우리가 실제로 아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아주 평범하다. 우리는 무지만으로 그 사람들을 괴물이나 유령으로 만든다. 요컨대 우리는 소문이나 추측만으로 특정한 결점에 비현실적 관념을 씌우고,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의 특정 자질이나 행동을 두고 스스로를 약오르게 만든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p.74
우리는 하찮은 지금 여기에서 호흡하며 저 너머 욕망의 대상에게서 고상한 존재 양식을 빌리고, 흐릿한 시야에서 사라지는 풍경 속에, 어렴풋한 저 너머의 희미한 공간에 미지의 가치를 지닌 형상들을 채운다. 한편 막연한 기대감은 희망과 소원과 매혹적인 공포로 채색된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p.56,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사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고 스스로를 기만한다. 자신이 과거에 이러저러한 사람이었다고 상상하다가, 교묘한 잔꾀나 기묘한 망상으로 그간 상상하던 사람이 되고 싶고, 급기야는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p59,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안녕하세요, borasoop님. ^^ 발췌하신 부분이 제가 노란색 형광펜으로 표시한 부분과 같습니다. 이런 우연의 일치는 기분을 돋우고 내일의 추억을 만드는 법이죠. 해즐릿은 유년 시절의 기억 상자를 열어 여러 장면들을 나열합니다. 저는 그 가운데 "아침 햇살에 고개 숙인 잎을 보고 마음 아파했던 일도 생각난다"는 문장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문장인데도 제 뇌리를 건드리는 무엇인가가 있었어요. 가물거리고 아련한 그 무엇은 무엇일까, 이렇게 자문하면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를 읽었습니다. (아직까지 그 무엇은 찾지 못했습니다. ^^)
장소와 사물이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아 보이는 이유는 그것들을 비방하는 데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공간적으로 가까워지고 잘 알게 될수록 그 사람에게 이롭다. 그 사람에 대해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잘못 전해진 사실들을 걷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p.74,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윌리엄 해즐릿은 MPTI라면 T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을 보며 F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故신영복 선생님이 윗집 아이가 뛰는 소리가 아는 아이라면 덜 시끄럽게 들린다고 하신 말씀도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T인 저는 이 부분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도 멀리 떨어져 있어야 좋아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윌리엄 해즐릿이 어떤 의도로 썼는지 알겠지만요^^ 그리고 저는 아는 아이라면 더 충고할 것 같아요….하하하.
왕들은 인생의 머저리들이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p.91,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delispace님이 수집한 문장에 이 사진을 덧붙여 봅니다. ^^
장소나 사물이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아 보이는 이유는 그것들을 비방하는 데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공간적으로 가까워지고 잘 알게 돌수록 그 사람에게 이롭다. 그 사람에 대해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잘못 전해진 사실들을 걷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떤 사람을 둘러싼 소문이나 상상은 실제로 만났을 때 그 사람에게 크게 실망할 정도로 그에 대한 우리의 평가를 높이 끌어올리지 않는다. 한편 편견과 악의는 언제나 결점을 실체보다 크게 과장한다. 우리가 실제로 아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아주 평범하다. 우리는 무지만으로도 그 사람들을 괴물이나 유령으로 만든다. 요컨대 우리는 소문이나 추측만으로 특정한 결점에 비현실적 관념을 씌우고,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의 특정 자질이나 행동을 두고 스스로를 약오르게 만든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p75,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호디에님과 @모임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주도 지난 주말처럼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입니다. 호디에님이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의 표제작에서 발췌하신 부분을 찾아보니 제 책에도 밑줄이 그어져 있군요. 해즐릿은 "사람은 구체적인 존재이지 멋대로 붙인 병칭이나 별명이 아닐 뿐더러 (중략) 우리는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을 어지간해선 증오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해즐릿을 단순히 냉소주의자나 양비론자로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반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부제처럼 해즐릿은 인간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내기 위해 이른바 '직진의 글쓰기'를 구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적의, 불평, 불만 등이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버지니아 울프의 말대로 해즐릿의 "모든 글을 읽고도 그를 단순하게 생각할 사람은 단언컨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이 맥락에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의 마지막 부분에서 해즐릿이 인용한 셰익스피어의 문구는 제 인상에 깊게 남아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직물에는 좋고 나쁜 실이 섞여 있다. 미덕은 결정의 채찍질이 없으면 교만해질 것이며, 죄는 미덕이 보살피지 않으면 절망할 것이다." (77쪽)
우리는 주로 삶을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여긴다. 우리가 계획하는 안일한 무언가를 위해 평범한 삶의 즐거움을 일상의 불행과 더불어 싹 무시한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사막에서 애타게 찾는 몇 안되는 오아시스를 향해 부단히 발길을 재촉하는 것만 같다. 어떤 위험이나 고생을 겪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곳에 기어코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p85,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해즐릿은 패션에 대해 혹평을 쏟아냅니다. 전 개인적으로 그가 나열한 여러 상스러움 중에서 마지막에 쓴 내용이 가장 상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약한 자들 곁에서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는 자. 그가 제왕이라고 하더라도 전 그 사람이 가장 상스럽게 느껴집니다.
해즐릿도 호디에님과 같은 입장일 것 같습니다.^^ 「패션의 관하여」의 마지막 문단은 "원래 제왕들은 하층민과 함께 있기를 좋아한다"는 버크의 말로 운을 떼면서 "제왕은 가장 나쁘고 가장 약한 자들과만 어울림으로써 자신이 가장 괜찮고 현명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합니다. PS. 위의 내용만 보면 해즐릿이 버크에 호의적인 것 같지만 다른 에세이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아첨꾼과 독재자에 관하여」에서 해즐릿은 버크가 프랑스 혁명을 비난하는 책을 쓴 대가로 왕이 하사는 연금 수령자가 되었다고 언급하면서 지성의 약점을 신랄하게 파고듭니다.
권력은 그 어떤 불리한 처지에도 놓이지 않는다. 권력은 일체이며 나뉘지 않는다. 권력은 자기중심적이고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이며 유혹이나 간청만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이권은 권력의 편이고 열정도 권력의 편이고 편견도 권력의 편이며 종교라는 명칭도 권력의 편이다. 권력은 냉혹하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다. 권력은 스스로를 인간 위에 놓기 때문에 인정人情이 작동되지 않는다. 권력은 자신의 의지에 영합하고 자신의 자만심에 아첨하는 이성 외에 다른 어떤 이성의 소리에도 귀기울이지 않는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p153-154,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해즐릿은 당대 최고의 (반론이 없는) 형이상학자였다. 단순히 돈 많고 신분 높은 사람들을 멸시하고, 가난하거나 억압받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대중의 행복과는 대조적인 소수 계급의 교만과 권력을 혐오했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p.12, 윌리엄 해즐릿의 묘비문,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사람들 앞에서 그에게 응수하지 못한 귀족에게 화끈거리는 상처였던 그는 창조주 앞에서 귀족과 맞설 것이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p.13, 윌리엄 해즐릿의 묘비문 ,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윌리엄 해즐릿에 대해 다룬 아티클 중 그를 ‘비평가들의 비평가‘라고 부르는 글이 있었는데, 이 묘비문에도 그 호칭과 비슷한 존경심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까다롭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담은 글을 쓰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금님 말씀대로 해즐릿의 묘비문에는 후대의 존경심이 담겨 있습니다. 역자에게서 원고를 처음 받아 묘비문을 읽었을 때의 감명이 생생합니다. ^^ 압권은 하금님이 문장수집을 하기도 한 "귀족에게 화끈거리는 상처였던 그는 창조주 앞에서 귀족과 맞설 것이다" 부분입니다. (해즐릿이 귀족에게만 화끈거리는 상처였던 건 아닙니다. 「아첨꾼과 독재자에 관하여」에서는 문필가와 언론인의 '매문(賣文)'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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