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서평단&북클럽 모집

D-29
「성공에 관하여」에서 아주 핵심적인 문장을 수집해주셨습니다. 저는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인간사의 원리, 해즐릿 식 표현을 쓰자면 "힘의 균형추"에 관해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즐릿이 "우리는 쾌활하고 건방진 것을 재치로, 유창한 말솜씨를 논법으로, 소리를 의미로, 큰 목소리 또는 듣기 좋은 목소리를 웅변으로 곧잘 오인한다"(129쪽)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뜨끔하더군요. ^^; 그런데 해즐릿은 그러한 '오인'이 잘못됐다고 비판하지 않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좀 싱거웠을 것 같습니다.) 바로 그 '오인'이 이 책의 부제처럼 "인간 본성의 빛과 그림자"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실제로 머리가 좋은 사람은 특출한 몇 명을 빼고는 성공하지 못하는 반면 학교에서도 입학 때 두각을 나타나지 못하던 친구가 꾸준함으로 나중에는 그 성실이 쌓여 잘 되는 경우를 본 후부터예요. 가진 자는 보통 노력에 게으르죠^^ 핸디캡이 있어야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매우 공감합니다.^^ 제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산수가 더뎌서 선생님한테 자주 혼나는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수학자로 활약합니다. 해즐릿의 말처럼 "어느 정도의 미련함과 침착성"이 성장과 성공의 조건임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북클럽 마지막 날입니다. 29일 동안 함께하여 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해즐릿의 세 번째 에세이집도 그믐에서 북클럽을 진행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해즐릿의 명문장으로 인사를 대신하여 보겠습니다. ^^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실상 우리의 모든 열정의 총합이자 우리의 모든 즐거움의 총합이다." (87쪽)
어떤 유명한 변호사의 경우 흰 삼베 손수건을 흔드는 모양이 웅변으로 통하는가 하면, 어릿광대가 재치 있는 사람으로 통하기도 한다. 지혜로운 사람으로 통하려면 대개는 지혜롭게 보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대중적 인기는 곧잘 시끄러운 선동가를 웅변에 능한 애국자로 둔갑시킨다. 카멜레온의 몸이 주변색을 띠듯이 사람의 자질도 주변 사람들의 색채를 띤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성공에 관하여」, p.118,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그래도 상황이 아주 나쁘진 않아요. 아직은 서로를 잡아먹을 지경은 아니잖아요!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 p.35,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대다수 미술가들이 죽음보다는 가난을 두려워한다. 빈곤 속에서 인생을 시작해서 그런지 빈곤 속에서 끝마치리라는, 채무로 기소되지 않기 위해 죽는다는 생각이 그들을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 p.51,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지독했던 고통도 시간에 의해 부서져 결국 가라앉는다. 어떤 사물은 불현듯 옛일을 떠올려 사람을 식겁하게 하는데, 그러면 애타는 갈망이 솟구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럴 때 얼마나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고 싶어 하는가!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p.59,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우리는 무지만으로도 그 사람들을 괴물이나 유령으로 만든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p.74,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삶의 가치를 입증하고자 할 때, 거의 모든 사람이 느끼는 영원히 살고 싶다는 열망에서 출발하는 일반론은 전혀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것 같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p.83,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폭군은 별로 없는가? 우선 폭군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에 만족하는 법이 없다. 그러니 모든 쾌락의 느낌이 사라진 뒤에도 권력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자들은 어처구니없게도 행복을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한 안에 있는 수단으로 본다. (중략) 이것은 경험으로도 교정되지 않는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p.91,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오, 이미 근사한 답을 찾아주신 느낌이네요!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를 다시 읽고 인용하신 부분들 주변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정작 이 책도 열심히 읽지 못하면서... ㅎㅎ 에고, 앞의 @borasoop 님 말씀처럼 저 또한 싱숭생숭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답답한 상황입니다. ㅠ.ㅠ
<...> 이들에게는 완전히 죽지 않는 불멸의 어떤 요소가 있고, 친교를 나누며 평온하게 쇠약해지고, 인간으로 존재하는 시간의 변경에 다가가면서도, 사후에도 영속할 무언가를 이루어냈음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나는 마음이 짠했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 p.24,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여기서 '이들'은 해즐릿이 직접 만난 당시 영국 미술계 대가들, '노스코트(Northcote)'와 '놀레켄스(Nollekens)'(물론 전 전혀 몰랐던 분들이지만..)입니다. 나아가 다른 미술계 노장들까지 호명하면서 해즐릿답지 않게(?) 따뜻한 시선과 평가가 드러나는 게 참 좋았습니다. '뭐야, 이 양반이 어디서 또 대반전을 보이실라나'했다가 끝까지 내내 훈훈해서 해즐릿의 색다른 측면을 봤네요. ㅎ 여기 나온 대가들 중 만나고 싶은 분을 꼽으라면 마지막에 등장하는 코즈웨이(Cosway)입니다. 그는 "덧없는 공상의 자식"(p.45)이며, 그의 아내가 답하듯 "늘 웃고, 늘 행복"(p.50)한 사람이자, 해즐릿의 멋진 표현처럼 "영혼에는 새의 생명이 깃들었던"(p.50) 사람이니까요! ㅎ
지난 에세이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에서는 실린 에세이들이 전체적으로 '모두까기'같았는데(제가 MBTI가 INFP인데 혼자 엄청 반성했어요...ㅠㅠㅠ 특히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들에 관하여」를 읽으면서 욕하는거 좀 내 얘기같기도 하고 하면서 말이죠...ㅠㅠ), 이번 에세이는 가면쓴 이들만 증오할 뿐 인간에 대한 사랑은 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이 그래서 인상깊었습니다 ㅎㅎ 표제작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도 말해뭐해였지만..!!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들에 관하여」를 읽고 뜨끔하지 않은 독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 에세이는 거울의 반사 효과처럼 우리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재미있는 것은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만 읽으면 해즐릿이 '모두까기' 즉 양비론자의 전형 같지만, 후속작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를 읽으면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는 해즐릿이 양비론자가 아님을 보여 주는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양비론은 대개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내지 않는 쪽에서 취하는 입장이고 '비겁함의 언어'로도 불리는데, 이번 신간에서 그런 모습은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에서는 노장 미술가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고,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에서는 인생을 좋고 나쁜 실이 섞여 있는 직물에 비유하는가 하면, 「삶을 사랑한다는 것」에서는 "인간은 아예 태어나지 않는 편이 가장 좋고, 차선은 태어나자마자 죽는 것이다"라는 어느 현자의 의견을 받아들일 마음이 추호도 없다고 단언합니다. PS. 현재 해즐릿의 세 번째 에세이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앗 추신에 엄청난 내용이.. 세 번째 에세이집이라니!!! 정말정말 대환영, 기대만발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최선의 결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다. 지나친 겸손은 사실상 지나친 교만이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119,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우수함만 가지고 명성으로 가는 길은 가장 좁고 가파르며 길고 힘이 든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120,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아티초크 지금 아첨꾼과 독재자에 관하여를 읽고 있는데 159쪽 6째줄에 권은 파괴로 무장하고 겁 많은 사람의 마음에 공포로 군림한다. 이 부분이요. ‘권은‘이 아니라 ‘권력은‘ 같아서요. 이미 알고 계실까요?
오타가 맞습니다. ^^; @모임 여러분에게도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중쇄 때 반영할 예정입니다. "권은 파괴로 무장하고" → "권력은 파괴로 무장하고" (159쪽) 재미있는 여담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이 오탈자를 사무실의 막내가 처음 발견하고는 "오탈자는 책이 배송중에 흔들려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거래요" 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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