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왕(정)에 대한 식민지시기의 반응은 그야말로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 불러야 할, 수백 년 기억이 얽혀 있는 복합성을 특징으로 한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15쪽, 권보드래 지음
각주에서도 밑줄치게 만드는 작가의 글솜씨가 부럽네요. "비동시성의 동시성"- 지금 병렬독서로 밀리의 서재에서 '낯선 삼일운동'을 읽고 있는데 무명의 인물들이 생소할 뿐만 아니라 모자이크나 콜라주처럼 역사의 편린들을 모아 놓은 구성이라 읽기 좀 버거운 면이 없지 않지만 이런 혼란스럽고 복잡했던 시대에 다각적 각도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이런 '회고하고 평가할 때 겪었던 혼란은 3.1 운동 자체가 지닌 혼란의 반영'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대표' '깃발' 등 하나의 키워드를 통해 당시의 표면적이고 사건 중심의 역사적 상황을 서술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대의민주제, 의회민주제 등 간접민주주의에 대한 논제와 깃발의 도입 및 변화를 통해 군주 통치 중심의 국가에서 공론과 각성을 통한 국민의 자아 형성으로 군주가 아닌 국민=국가가 일치하는 태도가 자리잡으며 대한제국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게 되는 변천 과정, 즉 이 역사적 사건들이 시사하는 심층적인 민주주의의 과제들 또한 비춰보는 게 좋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주에 함께 읽기 시작했는데, 첫 주 감상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읽기도 수월하고,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책 읽기였을까요? :) 예고한 대로, 주말에는 쉬면서 병행(병렬) 독서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도 보고 운동도 하는 시간을 보내요. 주 중에 일정이 바빠서 뒤따라오시는 분들은 길지 않은 분량이니 주말에 따라잡기를 권해 드리고요. 저는 주말에는 함께 읽고 있는 아래 세 책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마감이 코앞인 외고도 써야 하는군요;)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 -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는가경제학에서 주로 활용하는 ‘자연실험’ 방법을 통해 대규모 건강보험 데이터를 창의적으로 분석하고,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숨겨진 인과관계를 밝혀낸다. 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적 접근으로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던 문제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작가와 작품의 도덕성을 둘러싼 여러 종류의 논의를 아우르고, 활용할 만한 기초적인 이론과 분석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다.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두 번째 아이1999년, 해리 포터 역을 맡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소년을 찾는 캐스팅이 시작됐다. 어린 배우 수백 명이 오디션을 보았고, 단 두 명만이 최종 후보로 남게 된다. 그리고 두 소년 중, ‘조금 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던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배역을 따내게 된다. 이 소설은 끝내 선택받지 못한, 일생 동안 해리 포터의 바깥을 헤매야만 했던,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해리 포터 ‘마틴 힐’의 이야기다.
와, 동시에 몇권을 읽으시는건지... 게다가 원고 마감까지...
잠을 안 주무시는 거 같습니다...
@장맥주 @오구오구 정말 하루 일곱 시간 이상 자는 게 목표인데, 실제로 자는 시간이 적긴 합니다. 여러분 이래서는 안 됩니다. 정말 잠을 잘 자야 합니다.
잠이 보약입니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와 『두 번째 아이』라는 책 제목이 정말 흥미롭습니다. 특히 해리포터는 어렸을 때, 정말 좋아해서 몇 번을 재독했는지 몰라요. 나에게는 왜 부엉이가 오지 않나, 언제쯤 오려나, 하는 막연한 상상도 자주 했고요(동심으로 봐주시어요). 뭔가 번외편 읽는 느낌일 것 같아서 제 책장에도 고이 담았답니다:)
이 책에 푹 빠져서 쭈욱 읽다보니 어느덧 2부까지 끝냈습니다. 중간에 생각의 흐름이 끊길까봐 나중에 다시 찾아볼 부분을 포스트 플래그로 붙여가며 읽었더니 벌써 책이 플래그 무더기가 되버렸네요? 그런데 왜 책등은 벌써 갈라지는 걸까요? 이건 아니잖아요? ㅠㅠ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3.1운동을 바라보게 되어서 읽을 수록 생각이 많아지네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상 일반 대중이 세계 흐름과 발맞춰 논의의 장을 펼친 첫 번째 사건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역사 전개의 공간이 넓어졌다고나 할까요? 세계 시민 정체성이 만들어진 최초의 사건이기도 한 것 같구요. 1차 세계대전 후 이상주의와 세계주의를 흡수하며 한중일 3국이 (신해혁명, 다이쇼 데모크라시 등)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의 물결에 올라탔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저자분 이 책으로 비난도 꽤나 받으셨을 듯 하네요. 생전 처음으로 우드로 윌슨의 14개 조항 전문을 찾아보았습니다. 이 아저씨, 본인이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약소국 국민에게 쉽게 깨질 꿈과 희망을 풍선 불 듯 불어 넣으셨다고 원망해야 할지, 그나마 동유럽 국가들은 독립했으니 다행이라고 보아야 할지..
@오구오구 @연해 저도 가끔 10대나 20대 친구들 만나서 얘기 나눌 일이 있을 때, 일제 강점기 얘기하면 다들 친일파가 되었을 것 같다고 얘기해요. 사실, 저도 먼저 그런 얘길 꺼냅니다; :)
저도 이 부분이 참 조심스럽습니다. 친일파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약간의 머뭇거림이 있기는 한데요. 저는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실리를 악착같이 챙길 만큼 사리에 밝은 편도 아니고, 독립운동을 할 정도로 용감하게 앞장서는 사람도 아니라서, 그 중간 어디쯤 어정쩡하게 걸쳐있는 사람. 그러다 엉망진창인 현실을 견디다 못해 홀로 조용히 자멸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사실 회사에도 비슷한 마음으로 일하는 것 같은데요. 가끔 뭔가가 불꽃처럼 솟아오르려다가도, 현실에 다시 안주합니다. 사회 초년생 때는 불의를 보면 이리저리 부딪치기도 하고, 남들처럼 조용히(가만히) 좀 살면 안 되겠냐고 엄마에게 핀잔도 자주 듣곤 했더랬죠. 전 직장도 비슷한 이유로 과감하게(?) 그만뒀고, 후회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때랑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현실적인 부분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가 없고, 이상주의가 지나치면 얼마나 독인지도 알 것 같고(언행일치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럭저럭 제 한 몸 건사하는 사회인 1 정도가 되어가는 중. 하지만 이런 경우는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된 영화지만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에서 극중 형의 모습처럼, 제가 사랑하는 이들이 누군가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다면(영화에서는 살아있었다는 게 반전이었지만, 어쨌든) 친일파든 독립운동이든, 어느 쪽으로든 확실히 돌아설 것 같아요. 제가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을 처단(?)하는 방향으로요. 좀 지독한가요? 이래저래 고단한 세상살이, 하지만 책 읽는 건 좋아요. 한 줄기 빛이랄까(헷).
아뇨. 실제로 전쟁에서 몸을 던져서 총알을 받고 싸우는 군인들도 실은 이데올로기나 어떤 나라나 원대한 어떤 것에 대한 충정보다는 같은 전장에서 함께 하던 전우들을 위해 싸우는 일들이 더 많다고 하니까요. 멀고 추상적인 국가보다는 가까운 동지나 가족의 고통이 더 와닿을 것입니다.
@YG 링크해주신 책들 목차 훑어보았는데.. 제 취향이 맞는 거 같습니다. ㅎㅎㅎ 우선 <독립운동 열전 1>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3월 1일의 밤>과 <이완용 평전>을 완독한 후에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세 권 모두 전자책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도서관에도 없네요.. YG님이 추천해주시는 책들 중 논픽션 벽돌책들은 도서관에 없을 때가 많은 듯.. ㅜㅜ
도서관에 갔다가 눈에 띈 책입니다. 이 그믐방이 아니었다면 눈에 띄었을지 모르겠어요.
한국인은 참지 않아 - 10대가 알아야 할, 우리가 바꾼 역사임진의병, 동학 농민 운동, 항일 의병, 3·1 운동, 광주 학생 독립운동,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 그리고 촛불 집회를 통해 ‘참지 않는’ 한국인이 저항의 기술을 숙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 본다. 참지 않는 우리 한국인들은 그동안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맞서 싸워 왔을까?
<2장 대표: 자발성의 기적> 63쪽 33인중 상당수가 2월말에야 독립선언서 서명을 제안받았고 그중 일부는 선언서를 일독해본 일도 없이 서명에 동의했지만 그런 비체계성과 즉흥성에도 불구하고 ‘민족대표‘로서의 자기 결의 자체가 전국적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79쪽 이들은 부정확한, 그러나 현재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강렬하게 실어나르는 소문에 의해 스스로를 일으켰고 그럼으로써 현실을 바꾸는 동력을 만들었다. 84쪽 지금껏 계승되고 있는 ‘민족 대표’라는 명칭, 이것은 ’대표’ 개념 자체가 해체 재구성되고 있던 세계적 상황에서 일어난 숱한 실험 중 하나가 성공한 결과였으며, 그 성공을 가능케 한 것은 봉기 대중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선언서를 일독해보지도 않았다는 문구에 하루 전 읽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 떠올랐습니다. 독특한 책이었고 몽테뉴가 자신이 쓴 글도 기억하지 못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끝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마지막 파트인 ‘대처요령’은 설렁설렁 넘어갔습니다. 처음엔 쉬어보였는데 의외로 쉽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부정확한 소문에 따라, 나쁘게 말하면 부하뇌동했다는 뜻도 되어 최근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태가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ㅠㅠ 영화나 소설을 통해 범죄나 혁명이 굉장히 계획적인 것처럼 묘사되는 것을 많이 봐서 그런지 현실에서도 그러리라 짐작하지만 어쩌면 제대로된 계획이 없거나 감정적으로 즉흥적으로 발생, 진행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많이 보는 모습 같거든요. 3월 1일의 밤, 이 책은 마치 소설 같이 읽힙니다. 그러기 쉽지 않은 내용인데 재밌게 잘 쓴 것 같아요. 참, 33인의 대표 중 내가 기억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곰곰히 떠올려봤는데 딱 두명 손병희, 한용운만 생각났고, 최남선도 있지 않았나 했는데 없네요.
@밥심 네, 실제 역사는 우연이 아주 많은 영향을 끼쳤죠. 최남선은 독립 선언서 초안을 쓴 걸로 유명합니다. 당대의 천재 문인이었다니까요. 요즘으로 따지면 누구랑 비유할 만할까요? :)
최남선을 포함해서 3월 1일에 일제에 저항하면서 만세를 부르고 나섰던 이들의 친일 행적을 알고 있는 처지라서,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합니다. 한때 저렇게 독립과 대의에 앞장섰던 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또 1920년대, 1930년대, 1940년대 무려 20년 넘게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한 명 한 명씩 좌절하고 결국 사익을 좇아가는 모습. (사실, 저도 그때로 돌아가면 친일파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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