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저도 안그래도 그런 움직임이 즉각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지만 한편 정확한 정보나 중추가 없이 안 좋은 방향으로 큰 여파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일단 뒤엎은 다음에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대책이 없이 더 큰 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도 있구요. ('구체적인 개혁 방향에 대해 함구'한 것도 어찌 보면 그런 점을 보여주는 걸지도요)
<3장 깃발: 군왕과 민족과 대중> 89쪽 3월 1일 시위가 20만이 넘는 국장 상경객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 전해진 데 이어, 3월 5일 시위는 독립선언이 일회적 사건으로 끝날 수 없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천명했다. 97쪽 독살당했다는 소문이 왕에 대한 애도를 고양시킨 것은 분명하다. 98쪽 믿지 말아야 할 까닭이 없었으므로 민심은 쉽게 독살설을 받아들였다. 99쪽 왕과 왕실에 대한 묵은 기억이 어떻든지 간에 삼일운동 직전 왕에 대한 태도는 거의 만장일치의 추모와 공분이었다. 냉담한 축이 없지 않았으나 절대다수가 왕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그 상실에 민족의 비극적 처지를 겹쳐보는 시각을 택했다. 100쪽 대한제국기의 깃발을 꺼내 들더라도 그것이 옛 군주에 대한 충성으로 오인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삼일운동기 고종에 대한 추모 열기는 이렇듯 왕조의 종말을 확인한 안도감에 의해 고양됐던 듯 싶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얼마 전 읽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서울편 1>이 창경궁과 창덕궁을 주로 다루는데 거기에 마지막 왕손들이 창덕궁 낙선재에서 쓸쓸하게 살다 간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글을 읽고 얼마 안 되어 이 파트를 읽으니 자꾸 위에 수집한 글들에 눈길이 갔습니다. 삼일운동 주최 측은 고종 장례식에 모여들 사람들이 고향으로 내려가 운동을 더 전파시켜주기까지 기대하고 장례식 이틀 전에 운동을 한 걸까, 아니면 단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기회를 노린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아마 3.1 후의 후속 전개까지 내다보진 못했겠죠?
일찍이 건국 때부터 조선 왕조의 수명은 28대라는 예언이 있었는데 고종이 제28대 왕이니 "금회의 홍거에 의해 이조는 완전히 멸망"했다고도 했고, "이조도 28대에서 망하였으니 조선의 전도가 실로 암담하지만" 곧 조선 전도(全道)에서 한 명을 뽑아 "목하 지나(支那)에 있어서의 대통령과 같은 것을 두고 국사를 통제할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 왜 고종을 제26대가 아닌 제28대로 헤아렸는지는 의문이지만, 순종을 제쳐두고 고종을 '최후의 군주'로 대접하는 동시에 그의 죽음으로 조선 왕조가 완전히 멸망했다고 진단하는 시각은 여러 풍설을 통해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3·1 운동은 봉기의 터전일 뿐 아니라 공론의 토대였다. 새로운 정치적 공통감각을 형성하는 토론의 장인 동시 행동의 장이었다. 그것은 유럽에서와 같이 살롱과 카페와 공원에서 대화와 토론과 연설을 통해 형성되는 공론의 장일 수는 없었다. 언어와 사상이 무르익은 후 행동과 제도화가 뒤따르는 장기적 과정일 수 없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촛불집회와 '광장 민주주의'가 자동적으로 떠오르네요.
특히 이번 주말. 더 그렇습니다 ㅠ
1900년대든 1910년대든 국가의례에 접할 일 없던 지역의 민초(民草)들에게 '만세'는 그렇듯 비일상적 어휘였다. 그러나 서먹해하던 이들에게도 '만세'는 몇 번 부르면 입에 붙었다. 감염의 효과는 신속하고도 광범위했다. 사람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세를 불렀다. 옆 마을에서 만세성이 들리면 변소 다녀오는 길 집안에서도 따라 불렀고, 술 마신 후 비틀거리는 귀갓길에도 외쳤다. 누구는 종로 네거리에서 대성통곡하며 만세를 불렀고 다른 사람들은 춤추며 외쳤다. 이 다양한 상황을 관통하여 넘쳐흐를 듯한 희열은 공통된 정서였던 듯 보인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간난이」식 민족의 경계를 넘는 우정은 현실에도 존재했다. 3 ·1 운동이 고조기를 넘기고 있던 4월 중순, 대전 일대에서는 서울에서 일본인 70여 명이 '일본 민주국 만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다 일본으로 압송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실제로 일본인 교사가 만세시위에 동참한 일도 있었다. 전북 옥구의 영명학교 교사 및 학생들이 벌인 시위에 일본인 교사인 요코타마(横畑)와 야마 시로야(山城) 두 명이 "같이 행동하여 큰 기를 세우고 앞장"섰던 것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유럽의 제국들이 몰락하고 미국이 세계의 구원자로 등장했으며 러시아가 신생 사회주의 국가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던 당시, 세계는 바야흐로 대중 유토피아의 이념을 조형(造型)하고 있었다. 1,000만이 넘는 인명을 희생한 끝에 세계가 바야흐로 정의·인도·평화의 새 시대에 들어섰다는 믿음은 이때는 물론 20 세기 전반을 관통한 새로운 신앙이었다. 조선인들만이 순진하고 낙관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늦었지만, 열심히 따라가보겠습니다. ^^
1장을 읽고, 3.1운동 선언문의 가치는 결국 미래의 가치(와야 할 현실)를 도래한 현실로 변형시킴으로써 현재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데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비록 그것을 작성하고 발표한 사람들은 기대하지 않았다는데 또 한번의 역사의 아이러니를 찾을 수 있지만...
더 나아가서 보자면 프랑스혁명 전후 본격화되어 제1차 세계대전 전후 절정에 올랐던 역사적 유토피아니즘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할는지 모른다. 좌우를 막론하고 20세기 전체를 지배했던 이 사상이 가장 순도 높았던 것으로 보이는 때가 3·1 운동 전후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분노하는 대신 비애에 사로잡히는 것은 한반도 전체를 통 해 일반적 반응이었던 듯 보인다. 동래군 기장면 "선비의 딸"로서 1950~1960년대에 야당 지도자로 맹활약한 박순천. 그는 1910년 8월 "주막집 담에 붙은 네 글자의 벽보"를 보았을 때 들었던 감정을 '수심'과 '눈물'로 요약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수심에 싸여 있었고 그중에는 한숨짓는 어른들도 있었다. 나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 덧없이 울기만 하였다." 1900년대를 통해 열혈과 애국으로 타올랐던 사람들, 그들은 어째서 "덧없이 울기만" 하는 존재가 되었을까.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2장을 읽고서는, 3.1운동은 부재하는 중심, 확인되지 않은(그러나 지금의 사람들이 갈망하는) 정보가 혼돈의 개방성이라는 맥락속에서 상상할 수 없던 큰 에너지를 형성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울러 3.1운동의 민족대표에 대해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던 부분에 대해서도 2장을 통해 그 당시 시대적 상황 - 즉, '대표'개념 자체가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시대적 상황 - 이 반영된 것이며 3.1운동의 폭발은 그동안 7개로 난립되어있던 임시정부(를 표방한 단체)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통일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멸망한 왕조, 이미 죽어버린 왕에 대해 애도를 아낄 이유는 없다. 그것은 대한제국으로의 회귀를 염원하느냐의 선택과는 전연 다른 문제다. 대한제국기의 깃발을 꺼내 들더라도 그것이 옛 군주에 대한 충성으로 오인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3.1 운동기 고종에 대한 추모 열기는 이렇듯 왕조의 종말을 확인한 안도감에 의해 고양됐던 듯 싶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00, 권보드래 지음
3장을 읽어보며, 깃발에 대한 상징적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되었습니다.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민중을 모으고 단결하게 만드는 힘. 고대 군대의 깃발에서부터 현대 스포츠팀의 깃발까지... 이오지마 전투 미국 해병의 깃발부터 2006년 WBC 한일전 후 마운드에 꽂힌 깃발까지...
3.1 운동은 각성의 과정이자 자아 형성의 과정이었다. 목표를 뚜렷하게 정하고 실현 가능성을 가늠한 후 나선 운동은 아니었지만, 전략적 숙고와 준비 끝에 결행된 어떤 사건보다 폭발적인 혁명이기도 했다. 3.1 운동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은 비로소 수천 년 군주 체제와 작별할 수 있었으며, 3.1 운동을 통해 태극기는 (대한제국의 국기를 넘어) 비로소 만인의 국기가 되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13, 권보드래 지음
3장을 읽고 난 후에 머리속에 질문이 떠나질 않네요. 3.1운동을 기점으로 전국으로 번진 만세운동을 통해 태극기의 위상이 대한제국의 상징에서 대중이 피로서 새로이 그려낸 새나라(공화국)의 깃발로 승화되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3.1운동의 핵심이었던 서울, 그리고 4월 23일 국민대회의 날에서 왜 태극기가 사용되지 않았는지... 저자는 그것에 대해 문제는 제기했으나 저로서는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총독 암살 미수라는 억지 죄목으로 각계 인사 105인이 구속됐던 이 사건 이후 윤치호는 '약자로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3년여 옥살이를 겪으면서 그의 마음에서 낙관의 씨앗은 다 죽어버렸나 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주단/책증정] 장원석 제작자 추천, IMF 비화를 담은 장편소설 《밀》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천천히 읽어요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세계문학전집 느리게 읽기 (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웰다잉 오디세이 2분기의 여정
[웰다잉 오디세이 2026] 6.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4.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나누고 싶은 책 이야기 by 꼬모
편지들이 알려주는 먼 시절의 인생역정낙담과 희망이 뒤섞인 사우디 아라비아 이야기편안하게 명랑하고, 평범해서 비범한 일상과 성장여전히 재미있고 여전히 김빠지는 시리즈 신간추리로 양념 친 러브스토리 연작집
조선과 한국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김영사/책증정] 다니엘 튜더 소설 《마지막 왕국》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어크로스/책증정]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과 함께 진짜 한국 탐사하기!
우리 아버지는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책방지기의 인생책> 좋은 날의 책방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한 출판사에서 나온 이토록 다양한 책들의 향연, 오늘 당신이 고를 이야기는?
[김영사/책증정] 쓰는 사람들의 필독서!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함께 읽기[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김영사/책증정]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함께 읽기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우리의 노동 일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한국 희곡 낭독이 이렇게 재밌다니!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