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을 읽고, 3.1운동 선언문의 가치는 결국 미래의 가치(와야 할 현실)를 도래한 현실로 변형시킴으로써 현재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데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비록 그것을 작성하고 발표한 사람들은 기대하지 않았다는데 또 한번의 역사의 아이러니를 찾을 수 있지만...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롱기누스

장맥주
“ 더 나아가서 보자면 프랑스혁명 전후 본격화되어 제1차 세계대전 전후 절정에 올랐던 역사적 유토피아니즘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할는지 모른다. 좌우를 막론하고 20세기 전체를 지배했던 이 사상이 가장 순도 높았던 것으로 보이는 때가 3·1 운동 전후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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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분노하는 대신 비애에 사로잡히는 것은 한반도 전체를 통 해 일반적 반응이었던 듯 보인다. 동래군 기장면 "선비의 딸"로서 1950~1960년대에 야당 지도자로 맹활약한 박순천. 그는 1910년 8월 "주막집 담에 붙은 네 글자의 벽보"를 보았을 때 들었던 감정을 '수심'과 '눈물'로 요약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수심에 싸여 있었고 그중에는 한숨짓는 어른들도 있었다. 나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 덧없이 울기만 하였다." 1900년대를 통해 열혈과 애국으로 타올랐던 사람들, 그들은 어째서 "덧없이 울기만" 하는 존재가 되었을까.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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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기누스
2장을 읽고서는, 3.1운동은 부재하는 중심, 확인되지 않은(그러나 지금의 사람들이 갈망하는) 정보가 혼돈의 개방성이라는 맥락속에서 상상할 수 없던 큰 에너지를 형성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울러 3.1운동의 민족대표에 대해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던 부분에 대해서도 2장을 통해 그 당시 시대적 상황 - 즉, '대표'개념 자체가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시대적 상황 - 이 반영된 것이며 3.1운동의 폭발은 그동안 7개로 난립되어있던 임시정부(를 표방한 단체)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통일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롱기누스
“ 이미 멸망한 왕조, 이미 죽어버린 왕에 대해 애도를 아낄 이유는 없다. 그것은 대한제국으로의 회귀를 염원하느냐의 선택과는 전연 다른 문제다. 대한제국기의 깃발을 꺼내 들더라도 그것이 옛 군주에 대한 충성으로 오인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3.1 운동기 고종에 대한 추모 열기는 이렇듯 왕조의 종말을 확인한 안도감에 의해 고양됐던 듯 싶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00,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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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기누스
3장을 읽어보며, 깃발에 대한 상징적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되었습니다.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민중을 모으고 단결하게 만드는 힘. 고대 군대의 깃발에서부터 현대 스포츠팀의 깃발까지... 이오지마 전투 미국 해병의 깃발부터 2006년 WBC 한일전 후 마운드에 꽂힌 깃발까지...

롱기누스
“ 3.1 운동은 각성의 과정이자 자아 형성의 과정이었다. 목표를 뚜렷하게 정하고 실현 가능성을 가늠한 후 나선 운동은 아니었지만, 전략적 숙고와 준비 끝에 결행된 어떤 사건보다 폭발적인 혁명이기도 했다. 3.1 운동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은 비로소 수천 년 군주 체제와 작별할 수 있었으며, 3.1 운동을 통해 태극기는 (대한제국의 국기를 넘어) 비로소 만인의 국기가 되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13,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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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기누스
3장을 읽고 난 후에 머리속에 질문이 떠나질 않네요. 3.1운동을 기점으로 전국으로 번진 만세운동을 통해 태극기의 위상이 대한제국의 상징에서 대중이 피로서 새로이 그려낸 새나라(공화국)의 깃발로 승화되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3.1운동의 핵심이었던 서울, 그리고 4월 23일 국민대회의 날에서 왜 태극기가 사용되지 않았는지... 저자는 그것에 대해 문제는 제기했으나 저로서는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장맥주
“ 총독 암살 미수라는 억지 죄목으로 각계 인사 105인이 구속됐던 이 사건 이후 윤치호는 '약자로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3년여 옥살이를 겪으면서 그의 마음에서 낙관의 씨앗은 다 죽어버렸나 보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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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이후 윤치호는 평생 '약자로 사는 법'을 지키면서 살았다. 3·1 운동에 부정적이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는 독립선언 때문에 수천 민중이 죽어가고 있다며 분노했고, 관계자들이 속속 망명을 떠나는 것을 보며 남은 가족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화를 냈다. "독립이 몇 달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던가?"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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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윤치호는 외국인들이 자신을 홀대할 때도 화를 꿀꺽 삼키면서 "내가 분노한다 해서 미국인들이 잃을 것이 무엇인가? 무(無)보다 못한 내 우정이 고작인 것을"이라며 씁쓸해했다. 반면 조선인에 대한 그의 반응은 혐오와 분노, 그리고 크나큰 연민이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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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이 대목에서 정말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내 안의 윤치호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었겠지요. 저런 윤치호의 심정 자체는 아주 잘 이해가 되었거든요. 그의 논리도요.

stella15
저도 그 부분을 생각해 봤는데 저는 뭐 윤치호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이 사람은 똑똑하지만 회의론자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이 똑똑하다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사는 건 아니니까..

소피아
저 윤치호에 대해 아주 관심많습니다. 무려 60년 동안 일기 쓴 사람이라고 들어서 더더욱 궁금해졌구요. 작년말서점에서 "그들의 대한제국" 보자마자 읽고 싶었는데, 두께가 ㅜㅜ 바로 뒷걸음치고 장바구니에 담아뒀다가 전자책 나오자마자 구입했습니다.
60년 가까이 일기를 쓰는 동안 @stella15 님 말씀처럼 얼마나 많이 회의하고 의심했을까 생각해보면, 윤치호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습니다. 요즘이라면 "어휴 아저씨, 새털처럼 가볍게 사시지~" 할 수도 있겠지만, 저 시대에 그런게 가당키나 했을까 싶구요. 천성적으로 그게 불가능한 사람도 있구, 사실 자기 과신에 차 있는 지식인보다는 회의할 줄 아는 지식인 쪽에 더 끌리기도 합니다.

그들의 대한제국 1897~1910 - 5인의 기록으로 재구성한 있는 그대로의 대한제국사‘그들의 대한제국’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대한제국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함으로써 책에 통사적인 면모를 부여한다.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이자 대한제국사 전문가답게, 아관파천과 대한제국 수립에서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 활동, 러일전쟁과 을사늑약, 헤이그 특사 파견과 군대 해산, 의병전쟁과 일제 강제 병합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들의 맥을 차례로 짚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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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15
아유, 진짜 뒷걸음 칠만하네요.ㅠ

장맥주
다행히 <윤치호의 협력 일기>는 240쪽 짜리 얇은 책이네요.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읽어보겠습니다.

YG
@장맥주 아, 작가님 2부 2장으로 넘어가셨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적 인물과 그 대응을 평가할 때 지금 시점이 아니라 당대의 맥락에서 세심하게 살펴보는 일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야 결과론적 해석이 아니라, 그때 그와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나는,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까, 같은 질문도 의미가 있어지니까요.
그런 점에서 친일/반일과 같은 이분법 적 시각은 그 사이의 수많은 스펙트럼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쩌면 지금 시점에 더 의미가 있을 유산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결과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장맥주
네, 저도 @YG 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고요, 이 대목 읽기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다만 윤치호에 대해서는 그냥 막연하게 현실에 좌절한 회색 지성인 정도로 피상적으로 알고 있다가 그런 것만은 아니었구나 하고 알게 되어 생각이 많아졌네요. 수감 생활로 정신적으로 무너졌다는 것, 서구를 향한 분노는 참을 수 있었다는 것, 그 분노가 오히려 약자를 향했다는 것 등등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윤치호나 그 시대 인물에 대해 워낙 무지하네요, 제가. ‘윤치호의 협력 일기’라는 제목으로 나온 그의 일기 분석서도 기회 될 때 읽어보고 싶습니다. 제 안에 윤치호가 있기는 하지만 제 안에는 다른 사람도 있을 거라 믿고요. (제 안에 ‘근대적 합리주의자’ 이완용도 있지만 저는 이완용과 다른 사람임을 확신하듯이.)
그나저나 <3월 1일의 밤>은 어려운 단어도 많이 나오고, 내용도 쉽지 않은데 이상하게 술술 넘어가는 책입니다. 마감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진도가 뒤쳐진 거 같아 오전에 읽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2부 2장이었습니다.

윤치호의 협력일기 - 어느 친일 지식인의 독백60년에 걸쳐 기록한 방대한 양의 일기를 통해 윤치호의 일제 협력과정을 분석한 책. 유럽의 나치 협력자 청산과 1970년대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신화의 파괴 과정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진지하고 학술적인 본격적인 친일청산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그 실례로 윤치호의 일제 협력과정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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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15
아이고, 장맥주님 안엔 도대체 누가 몇명이 들어있는 건가요?
내안에 내가 너무도 많다고 노래한 시인과 촌장의 노래가 생각나네요. 흐흑~ 다중인격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장맥주님 한 사람만으로 족합니다. ㅎㅎ

장맥주
“ 그러나 19세기 이래 서양 사상가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참조해내고 '세계'와 '인류'라는 계기를 발견했다고 해도 한국과 일본의 문제의식은 같을 수 없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국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아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 데 일본 청년들이 반발했다면, 식민지 조선의 젊은이들은 국가가 사라진 상황에서 '그렇기 때문에' 온전한 자유가 허락될 수 없다는 문제와 싸워야 했다. 다이쇼기 일본 청년의 비정치성이 정치적 경험을 포식한 뒤 에 온 것이라면, 조선 청년들에게 있어 정치성의 탈피란 패배주의일 수밖에 없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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