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2부가 1부보다 훨씬 더 속도감 있게 읽히는 것 같아요. 그 시대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아 머릿속으로 가만가만 그려보기도 하고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연해

연해
제가 상상했던 식민지 시대는 뭔가 대놓고 엉망진창? 인 느낌이 강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요. 되게 은근하게, 하지만 치밀하게 천천히 세뇌화시키는 게 보여서 더 무서워요. '어 이 정도면 괜찮은데?'라고 생각하다가 하나둘 선이 넘어가는 게 느껴진달까요. 그렇게 서서히 속내를 드러내다가 종내는...

꽃의요정
'하얼빈' 읽을 때 이토 히로부미가 저격 당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가 가랑비에 옷 젖듯이 50년은 식민생활 했을 거 같았어요. 들은 얘기지만, 정교한 방식으로 천천히 문화적으로 스며들던 이토 히로부미가 사망한 이후의 정권이 한국을 매우 압박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못 참고 들고 일어난 거란 얘기를 듣고 소름이 끼쳤어요. 영국이 딱 그랬잖아요.
근데 전 지금도 제가 정부의 놀음에 놀아나고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러면서 아무것도 안하는...컥

연해
정말 그러네요.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대놓고 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교묘하게 하나씩, 하나씩 조종하는 움직임 같아요.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돌아갈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랄까(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어, 힝). 저는 요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데요. 꼭 식민지 시대가 아니더라도, 훗날 지금의 시대를 돌아봤을 때, 과연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AI 시대의 분기점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한참 근현대사 이야기 잘 하다가 갑자기 AI 뿌리기? 하하.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정부도, 정치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진짜 요지경입니다.

borumis
그쵸. 은근묵직하게 스물스물 스며드는 게 더 무서운 것 같아요. 너무나도 익숙한 무기력의 습관이 더 떨쳐내기 힘들죠.
Panem et circences (빵과 서커스)라고 말하잖아요. 안그래도 요즘 대체휴일이나 기타 휴일의 수를 늘리는 게 의심스럽다고.. 그리고 요즘 불경기인데 숙박비도 비싸서 연휴여도 놀러나 가겠냐고 투덜대기도 하고..;;; 삼일절 연휴에 어디 놀러가진 않고 간만에 친정집 가서 엄마가 중고로 사놓은 책들을 빌려왔습니다..;;; 뭔가 겹쳐지는 게 있어서 슬펐는데... 날씨도 따스해졌는데 창경궁에나 가볼까요..? ^^;;;;

연해
오, 창경궁 좋지요! 위에 YG님이 창경원에 대한 말씀을 살짝 해주셨지만,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로 저는 서울의 5대 궁궐 중 창경궁을 가장 좋아합니다. 평소 고즈넉한 분위기의 장소를 좋아하는 편인데, 제가 느끼기에 창경궁은 다른 고궁들에 비해 비교적 한적하다 여겨질 때가 많았거든요.
몇 년 전인가, 팀 엠티로 창경궁을 갔던 적도 있는데요. 해설 가이드님을 따라 창경궁의 역사를 알아가는 시간도 좋았어요. 인조와 소현세자, 숙종, 장희빈,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와 혜경궁 홍씨 등 다사다난했던 역사를 오랜만에 들었는데, 유독 기억에 남았던 건 소현세자 이야기였습니다. 학창 시절에 교과서로 읽을 때는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기 바빴지 감상에 빠질 여유가 없었거든요.
에고, 쓰다 보니 사담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아무튼 저는 창경궁 매우 애정하고, 추천합니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갔어요. 올해도 가려고요. 여담이지만 3월 24일 월요일, 오후 2시에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로 김금희 작가님이 북토크도 하신답니다:)
(응모는 이미 끝났지만...)

장맥주
저도 2부 정신없이 읽고 있어요. 1부도 재미있게 잘 읽었는데 2부가 아주 재미나네요. 100년 전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과 너무 달라서 신기하기도 하고요.
(덧붙임) 죄송합니다. 제가 3부를 읽고 있었군요. 3부는 더 재미있네요. ^^;;;

borumis
그쵸 저도 1부에서는 당시 세계의 전체적 흐름을 우리나라와 연관시켜 알아보고 2부에서는 근대시대의 우리나라의 여러 사람들이 살아가고 적응하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배워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3부는 더 재미있다니 기대됩니다.

연해
하하, 죄송이라뇨. 작가님:)
덕분에 3부에 대한 기대감이 더더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1부보다 2부를 읽으면서 훨씬 더 몰입감이 올라가고 있거든요. 대중교통에서 읽을 때는 내려야 할 정류장을 자꾸 놓칠 정도로, 왜 벌써 도착했나 싶을 정도로요.

YG
2부 읽으면서 도움이 될 만한 책 한 권 소개합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만화책인데요. 바로 『『도련님』의 시대』. 유명한 다니구치 지로가 그림을 그리고 세키카와 나쓰오가 글을 썼는데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모티프로 1905년부터 1911년까지 일본의 메이지 말기를 다루고 있어요.
2부에서 자주 등장하는 3월 1일의 배경이 되는 사건과 인물도 주인공 혹은 주변인물로 등장하고, 또 메이지 말기 일본의 갈림길(?)과 그에 따른 한반도의 운명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만화책입니다. 단언컨대 걸작!

『도련님』의 시대 1 - 나쓰메 소세키 편일본 만화의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수준 높은 지점을 차지한다고 할 만한 『「도련님」의 시대』는 시나리오를 쓴 세키카와 나쓰오와 그림을 그린 다니구치 지로가 무려 12년에 걸친 협업을 통해 완성한 작품이다.

『도련님』의 시대 2 - 무희 편소세키와 더불어 일본 근대를 대표하는 문인이었던 모리 오가이. 장래가 촉망되는 유학생과 가난한 이국의 무희 엘리스를 중심으로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을 알린 기념비적 소설 『무희』의 배경이 된 사건이 펼쳐진다.

『도련님』의 시대 3 - 다쿠보쿠의 일기 편생활 감정을 살린 시(時)로 일본의 국민 시인으로 추앙받는 이시카와 다쿠보쿠. 현실은 빚을 지고 청산하는 일로 파탄 직전이지만 대책 없는 소비 충동은 거스르기 어렵다. 쓰려는 소설은 쓰이지 않고 단카(單價)만 입에서 흘러나와, 창작도 생활도 여의치 않지만 마음만은 푸른 창공을 활보한다.

『도련님』의 시대 4 - 메이지 유성우 편메이지 43년(1910년), 천황 암살을 모의했다는 죄명으로 26명이 사형당하거나 수감되는 이른바 ‘대역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의 공모자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회주의자 고토쿠 슈스이, 간노 스가코를중심으로 역사의 격랑에 휘말린 불운한 청년들의 삶을 살펴본다.

『도련님』의 시대 5 - 거북한 소세키 선생 편, 완결지병이 악화되어 30분간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소세키. 생사의 경계에서 그는 격변의 시대에 자신의 몫을 살았던 오가이, 다쿠보쿠, 시키, 이치요, 후타바테이, 헌 그리고 고양이를 차례로 만나다. 근대 일본의 청춘 메이지도 저물어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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