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운동 이전, 전근대적 왕조-가족-촌락 유대가 끊기고 1900년대식 애국주의도 불가능해졌던 1910년대에, 개인은 저마다의 생물학적 실존을 움켜쥐고 홀로 남겨졌던 바 있다. 전근대에도 1900년대에도 속박되지 않았던 도시 청년들, 특히 유학생들이 그러했다. 당연히 '죽음'을 화두로 한 1910년대의 문학 텍스트는 적지 않다.(...)
그러나 '죽음'이 문학적 주제의 핵심이 된 순간, 개체들이 저마다의 자유와 공허 속에서 씨름해야 했던 시절은 근대 한국에서 오래 가지 않는다. 3.1 운동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죽음을 직시하면서도 신생에의 의지와 공동체적 감성, 개조에의 의지를 키워내게 됐기 때문이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492-495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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