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딴 얘기를 하자면, 지난 달에 함께 읽었던 『호라이즌』. 우리끼리 읽었던 경험이 아까워서 짧은 글로 감상을 공유해 봤어요. 제가 <기획회의>에 2주에 한 번씩 쓰는 '이 주의 큐레이션.'
‘여행하는 사람’ 혹은 ‘우리 시대의 어른’
솔직히 말하자면, 여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익숙한 공간을 선호하는 데다가 여행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분주함도 설레기보다는 피곤하다고나 할까요. 한동안 일 때문에 몇 번 다녀왔던 외국도 어느 순간부터 시큰둥해지더군요. 아예 살 게 아니라면 잠깐 스치는 여행보다는 책으로 간접 경험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까요.
원거리 비행기 여행을 하면서 내놓는 많은 양의 온실 기체와 그것이 초래하는 기후 위기까지 염두에 두면 여행에 거리를 두는 일은 윤리적이기도 합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쩌면 지금의 기성세대는 비행기 여행을 거리낌 없이 즐긴 마지막 세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2월에 60명 정도가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에서 함께 배리 로페즈의 『호라이즌』(북하우스)을 읽으면서 삐딱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구와 그곳에 사는 수많은 이웃을 배려하는 일에 누구보다도 열심이라는 저자가 평생에 걸쳐서 이곳저곳 (온실 기체를 내놓으면서) 다녔던 흔적을 따라가는 일에 괜한 반감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낯선 장소 낯선 타자와의 마주침이 없었더라면 자연과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독특한 방식이 만들어질 수 없었을 테니까요. 여럿이 함께 천천히 읽고 감상을 나누고 나서, 이 책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모두가 저자처럼 여행을 다니는 기회를 누리기는 어려우니까요.

호라이즌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배리 로페즈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역작 『호라이즌』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배리 로페즈가 자신의 여행 경험을 집대성한 책으로, 그가 선보인 글 중 가장 방대하면서도 장소와 사유를 옹골차게 엮은 논픽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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