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어머나, 너무 좋은자료에요. 흡혈귀 국가.... 한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흡혈귀들이 판치고 있습니다. ㅠ
우드로 윌슨의 자결의 대상이 아닌 민족임을 확인했을때.. 희망이 처박혔을 꺼 같네요. 열강의 위선을 보았겠지요.. __ 갑자기 울분이 (어떻게 이런걸 찾으셨어요, 자료 감사합니다.)
그런 '자유'를 사랑하고 혁명을 외치던 프랑스에서 위선과 무관심을 직접 목격하고, 그리고 윌슨의 이상주의에 이끌려 희생된 고국의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며 김규식이 독립운동에 뛰어들며 '자결'을 향한 의지를 굳힌 것 같아요. 이 책에서도 나왔지만 레닌의 극동 노동자 대회에서도 영향을 받았을 것 같네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김규식, 조소앙, 안재홍 같은 분들입니다. 이들을 좌도 우도 아닌 중간파로 묶어서 정리한 책이 한 권 있긴 해요. 분쟁 전문 기자로 유명하셨던 김재명 선생님께서 2000년대 초에 쓰신 책입니다. 김 선생님은 해방 후에 이들이 권력을 잡았더라면 한반도 정세가 훨씬 달라졌을 거라고 보셨죠.
한국현대사의 비극 - 중간파의 이상과 좌절이 책은 분단시대의 서막인 해방정국(1945~1948) 하에 오로지 국권회복을 통한 민족 자존, 그리고 좌우 갈등의 벽을 허물고 민족통일을 이루려 치열하게 투쟁했던 인물들에 관한 기록이다. 극좌와 극우 모두가 이들을 비판하는 속에서도 좌우합작과 남북협상을 통한 민족통일에 온 힘을 기울이는 과정을 치열하게 그리고 있다.
이런 귀한 책도 있군요.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저도 만약을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중간파가 있긴 있었군요. 정말 그랬을 것 같습니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까지는 나라 운명도 세계 정세도 혼돈의 도가니여서 그렇겠지만, 엄청나게 굴곡진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규식이라는 인물에 관심이 생기더라구요. 저는 이제껏 파리강화회의에 김규식만 대표로 파견될 줄 알았습니다. 조소앙도 중간파에 속하는군요...
@소피아 아, 이참에 정말 소개하고 싶은 책이 하나 있습니다. 역사학자 임경석 선생님의 책 세 권입니다. 첫 번째 책 『잊을 수 없는 혁명가들에 대한 기록』은 원래 <역사비평>에 연재가 되었던 글을 묶은 것인데, 너무 재미가 있어서 제가 PDF 파일을 다 구해서 제본해서 볼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책으로 묶여서 나왔고요. 훨씬 품을 넓혀서 정리한 게 『독립운동 열전』 두 권입니다. 그간 공식 독립운동사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거나, 미화되었거나, 감췄었던 내용이 들어 있어서 너무 흥미진진했던 책이었어요. 소피아 님 취향 저격할 책들이어서 강력 추천합니다. (흠, 이 정도로 벽돌 책 함께 읽고 수다 떨었으면 취향 정도는 거칠게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실례 아니겠죠?)
잊을 수 없는 혁명가들에 대한 기록남과 북으로 분단된 후, 반공이데올로기에 휘둘려 우리 현대사에서 은폐되고 왜곡된 사회주의운동사를 복원하는 데 전력하는 역사학자 임경석이 혁명가들의 초상을 그린다. 일제하 조선노동당을 주축으로 민족해방운동과 사회주의운동을 전개한 윤자영(1장), 박헌영, 김단야, 임원근(2장), 강달영(3장) 등이 그들이다.
독립운동 열전 1 - 잊힌 사건을 찾아서독립과 해방을 위해 온힘을 기울인 인물들, 개인의 일신을 위해 그들을 배신했던 이름들,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진 갖가지 사건들을 찾아 떠난다. 저자 임경석 교수는 일본제국주의에 국권을 빼앗긴 시대에 살았던 한국 사람들이 해방을 위해 투쟁한 이야기 중 기억되어야 함에도 잊힌 사건들을 34꼭지에 담아 펼쳐 보인다.
독립운동 열전 2 - 잊힌 인물을 찾아서독립과 해방을 위해 온힘을 기울인 인물들, 개인의 일신을 위해 그들을 배신했던 이름들,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진 갖가지 사건들을 찾아 떠난 책이다. 일본제국주의에 국권을 빼앗긴 시대에 살았던 한국 사람들이 해방을 위해 투쟁한 이야기 중 기억되어야 함에도 잊힌 인물들을 38꼭지에 담아 펼쳐 보인다.
"잊을 수 없는 혁명가들에 대한 기록"은 POD (print on demand)인가봐요. 알라딘 서점에선 붉은 색으로 [단한권]이라고 나와 있길래 깜짝 놀랐어요..^^;;
따지고 보면 3·1 운동 전후 '대표'임을 주장한 인물이나 단체 중 '민족대표 33인'처럼 임의성이 두드러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33인 중 적잖은 수가 후일 소극적으로 혹은 적극적으로 일본에 협력했다는 사실을 가리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다른 사례와 비교해도 '대표'의 비포괄성이 눈에 띈다는 뜻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최린은 "천도교와 예수교의 사람들이 30명쯤 모여 보니 이들로 조선민족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매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민족대표 33인'이라는 자칭(自稱)이 드높은 자발성의 결과인 동시 안이한 정치 의식의 발로였을 가능성을 보여주 는 진술이라 하겠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3월 1일 서울 하늘에 태극기는 휘날리지 않았다. 어떤 깃발도 날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당대 문자나 시각자료에서, 즉 신문조서나 사진 등에서 이 날짜에는 태극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88쪽, 권보드래 지음
서울에서 벌어진 며칠 후의 대규모 시위, 즉 학생들이 주도한 3월5일 남대문역 앞 시위에서는 여러 종류의 깃발이 동원됐다. 이날 시위는 3.1 운동을 지속화, 장기화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89쪽, 권보드래 지음
왕과 왕실에 대한 묵은 기억이 어떻든지 간에 3.1 운동 직전 왕에 대한 태도는 거의 만장일치의 추모와 공분이었다. 냉담한 축이 없지 않았으나 절대다수가 왕의 죽음을 애통해 하고 그 상실에 민족의 비극적 처지를 겹쳐 보는 시각을 택했다. (...)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상실을 전제한 위에서의 애도, 더 이상 공화의 경쟁자이거나 억압자일 수 없게 된 왕을 민족 자체와 동일시하면서 형성된 추모의 의식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99쪽, 권보드래 지음
옛 왕조를 민족의 상징으로 승인하는 심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3.1 운동을 통해 그런 심리는 민족의 새로운 주체성을 발견하는 방향으로 변화해갔다. 물론 그런 진행이 처음부터 의식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전개가 미리 토의되고 준비되지는 않았다. 3.1 운동을 통해 국가와 정부가 탄생했으나, 그 실제는 3.1 운동을 통해 어떤 각성과 변화가 이루어졌는지 명확히 이해, 정리하지 못한 채 3.1 운동의 결과로서의 대중 심리를 수용한 측면이 크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0년간 3.1 운동을 회고하고 평가할 때 겪였던 혼란은 3.1 운동 자체가 지닌 혼란의 반영이기도 하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00쪽, 권보드래 지음
세계적으로 군주정이 붕괴하고 있던 1910년대에, 그러나 공화정은 무조건 선진적이요 왕정은 무조건 후진적이라고 전제하지 않는 이상, 한반도에서 정체(政體)의 결정은 본격적 토의와 조정이 필요한 과제였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05쪽, 권보드래 지음
3월 1일의 서울, 그리고 4월 23일 국민대회 날 서울에서 태극기가 목격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 둘만큼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주도면밀하게 준비된 사건은 3.1운동에서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 인력이나 사려의 부족 때문에 미처 태극기를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두 사건의 주동자들은 공히 태극기의 사용을 꺼리거나 적어도 주저했다고 생각할 수 있음직하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06쪽, 권보드래 지음
요컨대 3.1 운동에 있어 태극기의 위상과 의미는 통념보다 불안정했던 것이다. 한편으로 1900년대와 1910년대를 통해 국기의 의미 자체가 변화했기에 태극기는 3.1 운동에서도 등장할 수 있었다. 즉 군주의 통치권을 표상하는 측면이 약화되면서 국가-국민의 일체화 쪽으로 그 중심축이 옮아갔기에 태극기는 1910년 강제병합 후에도 민족 상징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 3.1 운동기에 '독립만세'로써 보충된 태극기는 바로 그런 일련의 변형을 상기시키는 바 있다. 대한제국에 빚지고 대한제국을 기억하면서도 그 못지않게 강렬하게 신생(新生)에의 열망을 품고 있는 '만세 태극기'라면 말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07쪽 , 권보드래 지음
3.1 운동은 봉기의 터전일 뿐 아니라 공론의 토대였다. 새로운 정치적 공통감각을 형성하는 토론의 장인 동시 행동의 장이었다. ... 언어와 사상이 무르익은 후 행동과 제도화가 뒤따르는 장기적 과정일 수 없었다. 총칼에 맞서 봉기를 조직하면서, 선전전을 펼치고 임시정부를 만들어 가면서, 3.1 운동의 대중은 언어와 행동이 하나된 식민지의 공론장을 개척했다. 그들은 독립이 박두했다는 소문에 고무돼 만세 부르며 일어나, 그 이후의 몇 달을 거쳐 이후의 정치체제와 그 속에서 살아가게 될 자기 자신을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3.1 운동은 각성의 과정이자 자아 형성의 과정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12쪽, 권보드래 지음
10년간의 침묵 끝에 연대와 공공성의 세계를 다시 만난 대중은 그 사이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민감하게 포착해냈다. 천도교와 기독교라는 종교 조직의, 또한 근대학교 및 학생층의 선도적 역할을 보면서, 옛 황제와 황실이 수동적이지만 안전한 생애로 도피해 있는 동안 어떤 주체가 부상했는지를 절감했으며, 오래된 지배 계층이 무력화되고 보수화되어 향촌에서조차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졌음을 깨달았다. 3.1 운동을 통해 대중은 (망명) 공화국을 추동해냈고 또한 스스로 공화국의 (잠재적) 국민이 되었다. 지금은 식상할 만큼 익숙한 태극기, 그것은 3.1 운동을 통해 대중이 피로써 새로이 그려낸 새 나라의 깃발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15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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