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파국과 유토피아가 함께 임박해 있다는 감각이 시간성에 있어 직접성의 형식을 구성한다고 하면, 대표 개념의 비판 및 재구성은 (민족) 공동체 수준에 있어 매개(mediation)의 질을 수정하고 직접성을 제고한다. 개별과 전체 사이를 잇는 매개라는 층위가 꼭 필요한가? 인민은 대표되고 재현되어야만(representation)하는가? 개별 그대로, 인민의 존재 그대로 사건의 동력이 될 수는 없는가? 그 힘 자체를 구조화한 사회는 불가능한가?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81쪽, 권보드래 지음
윌슨이 '대표' 개념의 갱신과 재구성을 제안했다면 레닌은 '대표' 개념 자체의 해체를 추진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81쪽, 권보드래 지음
선거와 의회를 핵심으로 하는 '대표' 개념이 어지간히 친숙해진 후였음에도 '민족대표 33인'은 공공연하게 다른 노선을 취했다. 따지고 보면 3·1운동 전후 '대표'임을 주장한 인물이나 단체 중 '민족대표 33인'처럼 임의성이 두드러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33인 중 적잖은 수가 후일 소극적으로 혹은 적극적으로 일본에 협력했다는 사실을 가리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다른 사례와 비교해도 '대표'의 비포괄성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p.64, 권보드래 지음
3.1 운동에 있어서의 '대표'는 이런 세계사적 격동 속에서 태어났다. 지금껏 계승되고 있는 '33인 민족대표'라는 명칭, 이것은 '대표' 개념 자체가 해체ㆍ재구성되고 있던 상황에서 시도된 숱한 실험 중 하나였다. 그 정당성이 민중봉기에 의해 추인됨으로써 '민족대표'는 1919년 4월의 상해 임시정부 구성까지 이어지는 동력이 될 수 있었다. '대표'임을 자임하는 이들이 많았던 만큼이나 '임시정부'로서 스스로를 표명한 단체가 많았던 1919년 봄, 갈래 갈래 분열됐을지도 모를 그들 흐름은 3.1 운동의 폭발에 힘입어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통일될 수 있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84쪽, 권보드래 지음
이번 장은 한국 뿐만 아니라 1919년 격동하던 세계사를 둘러보게 되었네요. 우리나라는 한국근현대사 교육 자체도 좀 아쉽지만 이렇게 다른 국가의 변화와 한국 사회와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배우는 게 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연결해서 다각도로 배우니 좋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3월 6일 목요일에는 이어서 2장 '대표'를 읽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왠지 그때도 그 자격이 미심쩍었던 민족 대표 33인의 정체부터 시작해서 1919년 3월 1일 즈음에 대표와 민주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살펴봅니다. 사실, 이번 장에서 저자가 펼치는 내용은 최소한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는 자리 잡은 요즘 한국이나 미국, 유럽의 상황에서도 깊이 숙고할 내용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미 먼저 읽으신 분들이 인용문 공유하고 계시지만, 한 번씩 숙고하고 얘기 나눠봐도 좋겠습니다.
저두 비슷해요. 저도 책상 북스탠드에 올려놓고, 새벽, 조용한 시간에 읽습니다.
진도를 못 따라갈 걸 알면서도 이번에도 참여 신청을 해버린 1인입니다. 행동, 호라이즌에 이어 큐레이션이 너무 뛰어나니 이렇게 몇장이라도 읽겠지 하는 생각이에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침대에서 나가기 전에 1장씩 읽고 있습니다. 독립의 선언이 곧 독립의 현실을 구성한다는 믿음이 3.1운동의 비밀이라는 1장 서로 타협하여 복수의 임시정부라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피하고 자발적 대표구성이 가능한 비결은 봉기 대중이라는 2장 , 제가 막연히 생각한 3.1 운동과는 너무나도 다르네요. 계속 따라가볼께요.
@Alice2023 아, 아침에 침대에서 한 장씩 읽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꼭 일정대로 완주하실 필요는 없으니 앞으로도 원래 호흡대로 천천히 함께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예로부터 봉화 올려 나라의 급변을 알리는 '봉화고변'의 예를 따라 산에 오른 농민들은 화톳불을 피우고 밤새 정상을 지켰다. "산허리를 단단히 지켜라. 돌들을 준비하였다가, 수상한 놈이 있거든, 돌로 때려 죽여라. 총도 무서울 것이 없다. 죽을 놈을 죽이면 그만 아니냐! "라며 진압 기능성에 살기둥을 대비하기도 했다. 막상 산상 봉화시위에 대해서까지 탄압의 손길이 미치는 일은 드물어서, "나무가 없을 때까지, 불이 다 탈 때까지, 목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그들은산허리에서 버티다가, 결국은 마을로 내려오고야 말았다." 봉화는 장관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59, 권보드래 지음
우리나라 사람들 근성은 알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그렇게 목에서 피가 나도록 부르짖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진작 왜 이 일을 하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압제 당하는 민족인데 까짓 거 대한독립 만세나 목청껏 부르다 죽으면 죽으리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정말 봉화고변은 장관일 것 같습니다.
아.. 저도 이부분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계엄 이후 집회에서 응원봉을 사용하는 것까지 연결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이 역사성이 있구나 생각했구요!
반면 3.1 운동은 근 10년간 일체의 정치ㆍ사회적 조직이 금지된 상황을 뚫고 나온 봉기였으며, '민족대표 33인'은 대표를 성공하는데 성공한 사실상 최초의 사례였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62, 권보드래 지음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생각할수록 신기합니다. 그냥 물결이 소용돌이를 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났다는 거 아닙니까? 그때까지 외국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는데 우리나라만 성공했다는 것!
이때 당시 유행어가 '민족자결'이었다는 것도 주목할만 하네요. 요즘 유행하는 말들을 생각하면..?! ㅋ 요즘엔 극우가 나데서 이러다 민족자결이란 말이 다시 등판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잠시 뇌리를 스쳐... 농담입니다.ㅋ
그러게요 ㅎㅎ 극우가 태극기를 선점? 독점? 한 탓에 태극기 사용이 꺼려지는 심리적 상태가 문제라는 글을 어디서 본적이 있어요. 민족자결은 지금도 너무 중요한데... 극우님들 집회에서 미국기, 이스라엘국기까지 날리는 것을 보니.. 뭔가... 혼란스럽습니다 ㅎ
아... 저도 이 말씀 정말 공감해요. 사실 태극기를 생각하면 가장 좋았던 기억은 저 초등학생 때, 2002월드컵인데요. 그때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해요. 다들 태극기를 온몸에 휘감고 거리를 돌아다녀도 마냥 즐겁기만 했는데 말이죠. 요즘은 길에서 그렇게 다니시는 분들 보면 솔직히 무섭습니다. 자꾸 그분들의 표정을 보게 돼요. 어쩌다가 태극기가 이런 이미지가 되어버린 건지. 자랑스러운 우리 국기인데, 속상합니다.
이들은 의회제도나 대표의 정치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런 제도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그들의 생활영역에 들어와 있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궁핍과 억압과 차별에 대한 분노, 안전과 자유와 평등에 대한 갈망에서 출발하여 ‘혼돈의 개방성(chaotic openness)’속에 뛰어듦으로써 거대한 정치적 에너지를 형성했다. 의회제도 자체부터 이런 직접 봉기(immediate uprising)의 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생겨나고 변형됐다고 할 수 있으리라. 3.1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은 이같은 직접성-즉각성(immediacy)이 유례없을 정도로 고양된 시기였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79, 권보드래 지음
2장중에서는 “대표와 인민 사이 - 유토피아적 직접성의 논리” 이부분이 시간이 들고 검색도 많이 하게 되네요. 프랑스 혁명, 아이티 혁명, 세포이 항쟁과 같은 공통점을 찾은 단락이고 처음 알게된 시각이어요. “직접성”이라는 표현은 와 닿는데 시간이 좀 걸렸네요. 직접한다. 맡기지 않고 내가 한다. 일제강점기 10년차이고 무단통치는 제게 일본 헌병의 이미지부터 떠오릅니다; 현재의 이익집단과는 달리 독립이라는 목적이 같은 단체들이 생겨나더라도 억압의 시대이니 체제가 있기도 어려웠을때, 독립선언은 독립이다. 현실이 될수도 있다. 내가 외치자. 모두가 그런 마음이었을지. 지금의 숱한 단체들이 우리/그들의 성격이 강하다면, 당시는 모든 사람 마음에 억압과 차별의 무게가 넘칠듯 차올랐기에 우리/우리 의 성격이 강했을 것 같고, 자발적 대표들은 누구라도 성공해라, 내가 잡혀간다 그런 맘이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직접성의 힘으로 유토피아와 멸망 사이의 선택을 하는 레닌은 독재의 위험을 보지 못했고, (검색해서 찾아본) 이상주의자 로자 룩셈부르크도 결국 독일사민당 우파에게 죽는군요. 그래도 3.1운동의 힘으로 임의의 민족대표 33인에서 여럿 단체가 의회와 선거제도를 경유하지 않고도 임시정부로 이어졌다는 놀라는 결과로 2장이 마무리되어 좋네요.
2장 읽으면서 '대표'라는 개념을 둘러싼 아주 다양한 관점을 접하면서 새삼 고민이 깊어진 분도 있으셨죠? 제가 좋아하는 정치학자 가운데 데이비드 런시먼이 있어요. 이 분이 대표라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민주주의와 어떻게 결합했고, 또 어떤 갈등을 빚었는지를 상세하게 논한 책을 한 권 펴낸 적이 있습니다. 국내에도 소개가 되어 있어요. 이참에 한 번 메모해 뒀다가 나중에 관심이 생기면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런시먼은 (국내에서는 아니고 미국에서는 화제였던) 뜬금없는 책에서도 이름이 등장합니다. 혹시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 읽어보신 분 있으신가요? 모르몬교 광신도 아버지, 어머니와 그런 부모에게 동조하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오빠로부터 벗어나서 공부를 통해서 자기만의 자유를 찾는 여성 타라의 이야기입니다. 이 타라가 영국으로 가서 공부하게 되는데, 그 지도 교수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런시먼이더군요. :)
대표 - 역사, 논리, 정치대표 개념의 고대 로마적 기원에서 출발해 근대 민주주의 혁명의 시기에 그것이 수행한 역할을 통해 대표 개념의 역사적 뿌리를 검토하며, 정치학은 물론이고 법학과 연극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하는 대표 개념의 여러 변형태들을 검토한다.
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타라 웨스트오버의 첫 저술이자, 회고록이다. 아이다호주 벅스피크의 유년 시절부터 케임브리지에서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얻기까지 남다른 배움을 여정을 다룬다. 2018년 2월 출간되자마자 미국 출판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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