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0년대든 1910년대든 국가의례에 접할 일 없던 지역의 민초(民草)들에게 '만세'는 그렇듯 비일상적 어휘였다. 그러나 서먹해하던 이들에게도 '만세'는 몇 번 부르면 입에 붙었다. 감염의 효과는 신속하고도 광범위했다. 사람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세를 불렀다. 옆 마을에서 만세성이 들리면 변소 다녀오는 길 집안에서도 따라 불렀고, 술 마신 후 비틀거리는 귀갓길에도 외쳤다. 누구는 종로 네거리에서 대성통곡하며 만세를 불렀고 다른 사람들은 춤추며 외쳤다. 이 다양한 상황을 관통하여 넘쳐흐를 듯한 희열은 공통된 정서였던 듯 보인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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