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직 돈이니라 오직 돈이니라"는 욕망은 용인되어야 했지만 한편 그 배금주의는 자칫 도덕과 규칙을 위협하지 않도록 제어될 필요가 있었다. (...)
성실히 노동하여 사사화(私事化)되고 가정화된 개인의 영역을 공고히 한 후, 여가에는 건전한 쾌락을 추구하고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는 공익심, 자선심을 견지함으로써 성공적인 타협을 이루는 것이 191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모범적 처세술의 요약본이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70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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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다른 지역의 식민지 기억과 비교해보면 한반도의 식민지 기억은 오히려 특별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독립한 여러 지역 중 한반도처럼 단호한 적대성으로써 식민지 시기를 기억하는 경우는 드물다. 1950~1960년대 반식민투쟁의 전면성과 폭력성에 비한다면 20세기 전반기의 반식민투쟁은 그 규모와 강도가 비교적 약했기 때문이리라.
(...) 식민 이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반식민을 요구할 수 있을까. 식민 바깥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탈식민을 갈망할 수 있을까. 인간은 경험의 지평에만 갇혀 살지 않으니 그런 일도 응당 가능하겠지만, 경험과 기억의 힘이란 막강한 터, 적어도 그것을 대신할 만한 욕망과 상상력이 필수적이리라. 이런 맥락에서 볼 때 3.1 운동은 일종의 가상적 독립이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72-173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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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공정하게 말하자면 1910년대에 시행된 대부분의 조치, 즉 토지조사사업이나 지방행정조직 재편, 조세 정비와 시구 개정과 식산 장려책 등은 식민지라는 조건이 아니었어도 근대화, 자본주의화를 위해서는 겪었음 직한 절차다. 그러나 식민지라는 조건은 이 절차를 무단적, 폭력적으로 굴절시켰고 일체의 불만이 식민권력을 향해 집중되게끔 했다.
(...) 대중적 오락이 장려되는 대신 사회적 발은 및 활동의 기회는 차단되었다. 식민지라는 새로운 조건에서는 수동적인 삶, 열등성을 감수한 삶만이 가능했으되 1910년대에는 그나마 자의적 폭력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83-184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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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3월 11일 화요일부터 2부 들어갑니다. 2부도 1부만큼, 혹은 그 이상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가득한데요. 특히 1919년 3월 1일을 둘러싼 맥락을 파악하는 데에 아주 유용합니다.
일단 2부 1장 '침묵'은 1910년 강제 병합 이후에 1919년까지 기이한 침묵에 휩싸였던, 무기력한 한반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borumis 님께서 바로 위에서 인용한 170쪽 대목이 핵심!
연해
저도 2부가 1부보다 훨씬 더 속도감 있게 읽히는 것 같아요. 그 시대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아 머릿속으로 가만가만 그려보기도 하고요.
연해
제가 상상했던 식민지 시대는 뭔가 대놓고 엉망진창? 인 느낌이 강했는데, 이 책 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요. 되게 은근하게, 하지만 치밀하게 천천히 세뇌화시키는 게 보여서 더 무서워요. '어 이 정도면 괜찮은데?'라고 생각하다가 하나둘 선이 넘어가는 게 느껴진달까요. 그렇게 서서히 속내를 드러내다가 종내는...
꽃의요정
'하얼빈' 읽을 때 이토 히로부미가 저격 당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가 가랑비에 옷 젖듯이 50년은 식민생활 했을 거 같았어요. 들은 얘기지만, 정교한 방식으로 천천히 문화적으로 스며들던 이토 히로부미가 사망한 이후의 정권이 한국을 매우 압박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못 참고 들고 일어난 거란 얘기를 듣고 소름이 끼쳤어요. 영국이 딱 그랬잖아요.
근데 전 지금도 제가 정부의 놀음에 놀아나고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러면서 아무것도 안하는...컥
연해
정말 그러네요.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대놓고 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교묘하게 하나씩, 하나씩 조종하는 움직임 같아요.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돌아갈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랄까(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어, 힝). 저는 요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데요. 꼭 식민지 시대가 아니더라도, 훗날 지금의 시대를 돌아봤을 때, 과연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AI 시대의 분기점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한참 근현대사 이야기 잘 하다가 갑자기 AI 뿌리기? 하하.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정부도, 정치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진짜 요지경입니다.
borumis
그쵸. 은근묵직하게 스물스물 스며드는 게 더 무서운 것 같아요. 너무나도 익숙한 무기력의 습관이 더 떨쳐내기 힘들죠.
Panem et circences (빵과 서커스)라고 말하잖아요. 안그래도 요즘 대체휴일이나 기타 휴일의 수를 늘리는 게 의심스럽다고.. 그리고 요즘 불경기인데 숙박비도 비싸서 연휴여도 놀러나 가겠냐고 투덜대기도 하고..;;; 삼일절 연휴에 어디 놀러가진 않고 간만에 친정집 가서 엄마가 중고로 사놓은 책들을 빌려왔습니다..;;; 뭔가 겹쳐지는 게 있어서 슬펐는데... 날씨도 따스해졌는데 창경궁에나 가볼까요..? ^^;;;;
연해
오, 창경궁 좋지요! 위에 YG님이 창경원에 대한 말씀을 살짝 해주셨지만,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로 저는 서울의 5대 궁궐 중 창경궁을 가장 좋아합니다. 평소 고즈넉한 분위기의 장소를 좋아하는 편인데, 제가 느끼기에 창경궁은 다른 고궁들에 비해 비교적 한적하다 여겨질 때가 많았거든요.
몇 년 전인가, 팀 엠티로 창경궁을 갔던 적도 있는데요. 해설 가이드님을 따라 창경궁의 역사를 알아가는 시간도 좋았어요. 인조와 소현세자, 숙종, 장희빈,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와 혜경궁 홍씨 등 다사다난했던 역사를 오랜만에 들었는데, 유독 기억에 남았던 건 소현세자 이야기였습니다. 학창 시절에 교과서로 읽을 때는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기 바빴지 감상에 빠질 여유가 없었거든요.
에고, 쓰다 보니 사담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아무튼 저는 창경궁 매우 애정하고, 추천합니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갔어요. 올해도 가려고요. 여담이지만 3월 24일 월요일, 오후 2시에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로 김금희 작가님이 북토크도 하신답니다:)
(응모는 이미 끝났 지만...)
장맥주
저도 2부 정신없이 읽고 있어요. 1부도 재미있게 잘 읽었는데 2부가 아주 재미나네요. 100년 전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과 너무 달라서 신기하기도 하고요.
(덧붙임) 죄송합니다. 제가 3부를 읽고 있었군요. 3부는 더 재미있네요. ^^;;;
borumis
그쵸 저도 1부에서는 당시 세계의 전체적 흐름을 우리나라와 연관시켜 알아보고 2부에서는 근대시대의 우리나라의 여러 사람들이 살아가고 적응하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배워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3부는 더 재미있다니 기대됩니다.
연해
하하, 죄송이라뇨. 작가님:)
덕분에 3부에 대한 기대감이 더더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1부보다 2부를 읽으면서 훨씬 더 몰입감이 올라가고 있거든요. 대중교통에서 읽을 때는 내려야 할 정류장을 자꾸 놓칠 정도로, 왜 벌써 도착했나 싶을 정도로요.
YG
2부 읽으면서 도움이 될 만한 책 한 권 소개합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만화책인데요. 바로 『『도련님』의 시대』. 유명한 다니구치 지로가 그림을 그리고 세키카와 나쓰오가 글을 썼는데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모티프로 1905년부터 1911년까지 일본의 메이지 말기를 다루고 있어요.
2부에서 자주 등장하는 3월 1일의 배경이 되는 사건과 인물도 주인공 혹은 주변인물로 등장하고, 또 메이지 말기 일본의 갈림길(?)과 그에 따른 한반도의 운명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만화책입니다. 단언컨대 걸작!
『도련님』의 시대 1 - 나쓰메 소세키 편일본 만화의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수준 높은 지점을 차지한다고 할 만한 『「도련님」의 시대』는 시나리오를 쓴 세키카와 나쓰오와 그림을 그린 다니구치 지로가 무려 12년에 걸친 협업을 통해 완성한 작품이다.
『도련님』의 시대 2 - 무희 편소세키와 더불어 일본 근대를 대표하는 문인이었던 모리 오가이. 장래가 촉망되는 유학생과 가난한 이국의 무희 엘리스를 중심으로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을 알린 기념비적 소설 『무희』의 배경이 된 사건이 펼쳐진다.
『도련님』의 시대 3 - 다쿠보쿠의 일기 편생활 감정을 살린 시(時)로 일본의 국민 시인으로 추앙받는 이시카와 다쿠보쿠. 현실은 빚을 지고 청산하는 일로 파탄 직전이지만 대책 없는 소비 충 동은 거스르기 어렵다. 쓰려는 소설은 쓰이지 않고 단카(單價)만 입에서 흘러나와, 창작도 생활도 여의치 않지만 마음만은 푸른 창공을 활보한다.
『도련님』의 시대 4 - 메이지 유성우 편메이지 43년(1910년), 천황 암살을 모의했다는 죄명으로 26명이 사형당하거나 수감되는 이른바 ‘대역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의 공모자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회주의자 고토쿠 슈스이, 간노 스가코를중심으로 역사의 격랑에 휘말린 불운한 청년들의 삶을 살펴본다.
『도련님』의 시대 5 - 거북한 소세키 선생 편, 완결지병이 악화되어 30분간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소세키. 생사의 경계에서 그는 격변의 시대에 자신의 몫을 살았던 오가이, 다쿠보쿠, 시키, 이치요, 후타바테이, 헌 그리고 고양이를 차례로 만나다. 근대 일본의 청춘 메이지도 저물어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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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오, 만화책 추천 너무 좋네요~~~~ 만화 좋아합니다.
꽃의요정
오~저희 집에 10년째 책꽂이에만 꽂혀 있는 명작이네요! 만화책은 금방 잘도 읽는데 왜 이 책은 사 놓기만 하고 손이 안 가는지~~ @YG 님이 추천해 주셨으니 벚꽃이 지기 전에(피기 전에 아님 주의) 꼭 읽고 말겠어요!!
stella15
오, 부럽삼! 전 맨 마지막에도 선택하지 않는 게 만화라서...ㅠ
오구오구
그 책꽂이의 책, 제가 가져가 읽고 싶네요 ㅎㅎ 도서관에도 없고 알라딘도 절판으로 보이더라구요. 온라인 중고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어요~
꽃의요정
전 예전에 민음사 창고대방출? 이럴 때 산 거 같아요. 올해 민음사 창고 대방출 노려 보세요~! 일본 관련 책들은 인기가 없어서 남아 있을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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