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더 나아가서 보자면 프랑스혁명 전후 본격화되어 제1차 세계대전 전후 절정에 올랐던 역사적 유토피아니즘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할는지 모른다. 좌우를 막론하고 20세기 전체를 지배했던 이 사상이 가장 순도 높았던 것으로 보이는 때가 3.1 운동 전후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48쪽, 권보드래 지음
실제로 파리평화회의 이후 잠시 잊힌 듯 보였던 국가 간 이권다툼은 더 극심한 형태로 분출되었다. (...) 프로이트는 당시의 코스모폴리탄적 분위기에 대한 혐오를 감추지 않으면서, 그것은 유토피아의 현현이 아니라 병리적 증후에 불과했다고 쓴다. 과연 20세기의 역사는 '진보'와 '유토피아'의 사상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했다. 대중 정치와 유토피아의 이념이 결합할 때의 무시무시한 부작용은 오늘날 세계가 짐 지고 있는 역사적 과제 중 하나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48쪽, 권보드래 지음
3·1운동으로 독립에 성공했다면 조선은 어떤 나라를 만들었을까? 군주제와 공화제 사이 정체뿐 아니라 소유와 세금, 노동과 군대, 교육과 보건 등 제반 정책을 결정하는 데 어떤 원칙과 방법을 동원했을까? 누가 인민을 대표해 그 원칙과 방법을 구성해 나갔을까? 과연 식민통치 시절에 비해 더 나은 세상이 되었을까? 일본인과의 차별은 당장 해소되었겠으나 식민통치에 대한 주된 불만, 즉 세금 증가와 강제 노역, 폭압적 통치 질서 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까?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p.122, 권보드래 지음
저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3, 4장을 읽어보렵니다.
마치 만세라는 두 가지 성음에 여러 가지 복잡한 의사가 포함된 것처럼 어린애의 울음소리에는 희망과 요구, 불쾌와 평화의 모든 의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희망과 요구, 불쾌와 평화의 모든 의사' 3.1운동을 통해 불후의 생명력을 획득한 '만세'란 민태원의 비유마따나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와 흡사할지 모른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27, 권보드래 지음
그랬던 '만세'가 3.1운동을 통해 민중의 발성장치로, 불만과 요구와 열망을 실어나르는 음향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25, 권보드래 지음
'만세’가 저마다의 불만과 희망을 표현했듯 ‘독립’은 그런 불만과 희망이 해결된 미래상을 지시했다. 인민은 고통스런 현실이 철폐되길 소망했고 또한 현재의 부조리를 보상할 만한 새나라를 꿈꾸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25, 권보드래 지음
한반도 남녘을 기준으로 노동법이 제정된 것은 훨씬 후일, 한국전쟁 중인 1953년이다. 그럼에도 식민통치하 조선에서는 공업화와 더불어 노동운동의 거대한 진전이 있었고, 노동조건의 개선도 더디게나마 이루어졌다. 3·1 운동 후 몇 년 안 돼 "[노동시간] 12시간을 초월하는 공장이나 회사는 어디에 가든지 존재치 아니" 한다고 했으니, 8시간 노동제가 정착하진 못했을지라도 가혹한 노동조건은 조금이나마 완화됐던 것으로 보인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1부 4장 만세: 새 나라를 향한 천 개의 꿈> 134쪽 ‘만세‘를 부르면 빼앗겼던 경작권을 되찾게 된다니, 그뿐 아니라 그 땅을 온전한 내 소유로 할 수 있다니. 137쪽 “대구의 선인들은 그렇게도 떠들고 있는데 고령의 인간들은 어째서 독립만세를 부르지 않는가”고 힐문하는 등 지역별 자의식을 발동시킨 예는 일일이 거론키 어려울 정도로 흔하다. 148쪽 프로이트의 진단마따나 파리평화회의의 영웅 윌슨의 심리나 난만했던 국제주의나 모두 ‘현실의 무시’, ‘현실 세계로부터의 소외‘에 발판한 일시적 착각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나라를 잃은 후 '망국멸종'의 시대 인식은 새로이 현실 적응력을 갖춰야 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65쪽, 권보드래 지음
그러나 폭압은 멸망이나 멸종과는 달랐다. ... 온순한 '양민'이 될 수 있다면 식민지인으로서의 생활은 견딜 만할 듯 보였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궁핍과 억압은 언제나 익숙한 조건이었을 터, 조심스레 걷고 조용히 숨 쉬면 나라 뺏기고도 살 수 있으려나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불만이야 치솟았겠지만 언론, 집화, 결사의 공간이 궤멸되고 애국, 계몽의 지도자 대부분이 사라진 상황에서 다른 모색은 쉽지 않았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68쪽, 권보드래 지음
온순하고 선량한 백성, 제 앞가림에 착실한 백성, 성실히 일하고 근검히 저축하며 휴일에는 공원 산보로 만족해하는 백성 - 무엇보다 정치나 세계 대세 같은 허황한 화제에 유혹되지 않고 개인과 가족을 지상가치로 삼는 백성이 식민권력의 이상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69쪽, 권보드래 지음
이 문장을 읽고 식민시대의 이상적인 백성상에 딱 맞는 저 자신을 발견했네요. ㅜㅜ
저도 그렇습니다. ㅠ.ㅠ
저도 이 문장을 읽으면서 착하고 온순한 것이 지배받기에는 딱 좋은 조건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장맥주 아유, 뭐 그렇게까지 자책들을 하고 그러시나요. 어찌보면 그건 일본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바라는 거고, 그래야 잘 굴려 먹을 수 있으니까. 우리나라가 근성이 있어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하는 깡이 있잖아요.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다는 것처럼. 솔직히 윤치호에게서 볼 수 있듯이 나라를 살렸던 건 지식인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그 아는 지식 때문에 나라를 말아 먹으려고 했지. 근성이 있어야 합니다. 근성! 나라 없으면 나도 없다는 근성! 우리가 가오가 없지 근성이 없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근성이 없습니다! 가오도... 흑흑...
장맥주님 꼭 막내같으십니다. 😆
저두 근성 가오 일절 없습니다. (아, 근데 가오는 일본어의 얼굴에서 파생된 것인가요?)
맞아요 그 가오. 제가 예전에 찾아본적 있거든요. 원래 일본어 가오에서 파생되어서 가오잡다라는 말은 표정을 관리한다는 뜻이었는데, 이게 변해서 폼을 잡다 라는 의리로 쓰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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