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siouxsie @도원 @밥심 『『도련님』의 시대』 추천을 한 김에, 함께 읽으면 좋을 (제가 오래전에 정리했던) 기사도 하나 소개합니다. https://blog.naver.com/semicoloni/220583609798
이런 글 좋아요~^^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3월 12일은 2부 2장 '약육강식: 진화론의 갱생, 인류의 탄생'을 읽습니다. 저는 2부 2장 읽으면서 정말 한국 사회가 분단과 한국 전쟁 이후로 문화적으로는 엄청나게 퇴보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19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세계와 함께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독일, 프랑스에서 새롭게 태동하는 새로운 사상도 (일본을 경유하긴 했지만) 거의 실시간으로 접했던 것 같고, 또 그를 단순히 추종하기보다는 한국 사회 현실에 맞춰서 고민도 했었던 것 같고. 그러니 이광수가 아래처럼 얘기했을 만했죠.
나아가 이광수 같은 이는 “조선에서라고 로크나 루소가 나지 말라는 법이 있으며, 벤덤이나 밀이 나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고 오연하게 묻는다.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1917넌,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경악을 서술한 직후의 질문이다. 여러 사상가가 경합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사상계는 암중모색 중이라며 이광수는 당당하게도 “이러한 모든 문제는 반드시 서양인만 해결할 권러와 의무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부 2장, 209쪽, 권보드래 지음
아 이 부분 밑줄쳤어요. 이것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해외 사상가와 작가들이 절대적 표준으로서보다 방편적 참조를 위해 인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국문학 전공이셔서 그런지 단순히 시사적 사건들보다 문학사상의 흐름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이광수의 말, 이 부분 표시해두었는데요, 읽으면서 빙그레 웃게 되더라구요. 로크나 루소나 밴덤 쯤은 우리도 배출할 수 있다고! 겨우 23살(!)때 헤이그 밀사로 파견되었던 이위종은 만국평화회의 참석이 좌절되자 따로 기자 회견을 한 자리에서, 조선은 유럽의 스위스같은 중립국이 될 수 있는 나라라고 했다고 하던데요, 역쉬 나라가 망해가는 판국에도 당당하고 기개넘치는 우리 조상님들!
3.1운동은 각성의 과정이자 자아 형성의 과정이었다. 목표를 뚜렷하게 정하고 실현 가능성을 가늠한 후 나선 운동은 아니었지만, 전략적 숙고와 준비 끝에 결행된 어떤 사건보다 폭발적인 혁명이기도 했다. 3.1운동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은 비로소 수천 년 군주 체제와 작별할 수 있었으며, 3.1운동을 통해 태극기는 비로소 만인의 국기가 되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읽는데 수십여 페이지가 중복된 파본이네요. 누락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이런 파본이 한 권만 나오는 건지, 다른 분들 책 중에도 비슷한 파본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헉! 제껀 안 그런데요? 한쪽도 아니고 이렇게 잔뜩 중복되었다니;;;
@장맥주 저도 문제가 없는데; 이런 어쩌다가. 그래도 다행이네요. 누락이 아니라서. 도서관에다는 반납하실 때 얘기해 주셔야겠어요!
와, 레어템이닷! 그나저나 여러분 책은 무사하십니까? 저는 왜 책이 이렇게 너덜너덜해졌지요? 책이 이렇게 허약한 존재였습니까!?
책겉표지가 좀 그렇긴 하죠? 속지는 좋은 것 같긴한데.
조선이 본격적으로 제국주의적 세계질서에 대면하게 되었을 때 사회진화론은 그 인식론적 충격을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명명법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96쪽, 권보드래 지음
진화론적 세계관에 대해서는 회의와 균열의 계기가 처음부터 존재했다. '문명'의 본질이 약육강식이라면 인간이 목표 삼아야 할 곳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97쪽, 권보드래 지음
3.1 운동은 사회진화론을 돌파함으로써 가능해졌고, 3.1 운동 이후 약육강식/적자생존은 시대에 뒤떨어진 명제로 취급받았다. 그것은 국망 이후 조선인들이 갈망해오던 변화이기도 했다. 1900년대에 사회진화론이 부국강병과 문명화를 추진하는 데 동력이 될 수 있었다면 1910년대에는 나라 잃은 상황을 수긍케 하는 자기비하의 방향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1900년대의 사회진화론은 민족과 개인의 상승 욕망을 함께 자극하는 효과가 있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99쪽, 권보드래 지음
민족, 국가를 단위로 한 1900년대식 경쟁의 구도가 투명하고 명료했다면, 벗과 경쟁해야 한다는 1910년대식 궤도는 모순 속에 착종돼 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무릇 표면이란 경계해야 할 이면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02쪽, 권보드래 지음
착종 錯綜 어긋날 착, 모을 종 어긋남이 모아진다? 사전 의미: 이것저것이 뒤섞여 엉클어짐.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해외 사상가와 작가들이 절대적 표준으로서보다 방편적 참조를 위해 인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 여러 사상가가 경합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사상계는 암중모색 중이라며 이광수는 당당하게도 "이러한 모든 문제는 반드시 서양인만 해결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09쪽, 권보드래 지음
말하자면 1900년대에 조선이 맞닥뜨린 세계는 문명론적 위계로 분할된 세계였다. 인종과 민족과 국가의 경계에 따라 엄격한 구분이 적용되는 대신 각 집단 내부는 균질한 단일체처럼 가상되는 것이 그 세계의 특징이다. 개인이나 민족 단위는 속까지 환히 비치는 투명체로되 민족국가 사이는 짙은 색 구분선이 뚜렷한 그런 지구의를 떠올려 보아도 좋겠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10쪽, 권보드래 지음
민족의 독립과 자강을 염원한다는 점에서 1900년대와 1910년대의 민족주의는 마찬가지지만, 1900년대의 '대한제국만세'가 진화론적, 문명론적 믿음에 기초해 있었다면 1910년대의 '독립만세'는 그 믿음을 회의하고 대안적 세계관을 모색하는 가운데 자라났던 것이다. (...) 여기서 '독립만세'를 부르짖기까지는 적어도 두 가지 변화를 겪어야 했다. 하나는 식민지라는 차별과 수탈의 구조를 뼈저리게 경험하는 것, 또 하나는 진화론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사고와 감성의 체계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11-212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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