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3월 12일은 2부 2장 '약육강식: 진화론의 갱생, 인류의 탄생'을 읽습니다. 저는 2부 2장 읽으면서 정말 한국 사회가 분단과 한국 전쟁 이후로 문화적으로는 엄청나게 퇴보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19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세계와 함께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독일, 프랑스에서 새롭게 태동하는 새로운 사상도 (일본을 경유하긴 했지만) 거의 실시간으로 접했던 것 같고, 또 그를 단순히 추종하기보다는 한국 사회 현실에 맞춰서 고민도 했었던 것 같고. 그러니 이광수가 아래처럼 얘기했을 만했죠.
나아가 이광수 같은 이는 “조선에서라고 로크나 루소가 나지 말라는 법이 있으며, 벤덤이나 밀이 나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고 오연하게 묻는다.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1917넌,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경악을 서술한 직후의 질문이다. 여러 사상가가 경합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사상계는 암중모색 중이라며 이광수는 당당하게도 “이러한 모든 문제는 반드시 서양인만 해결할 권러와 의무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부 2장, 209쪽, 권보드래 지음
아 이 부분 밑줄쳤어요. 이것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해외 사상가와 작가들이 절대적 표준으로서보다 방편적 참조를 위해 인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국문학 전공이셔서 그런지 단순히 시사적 사건들보다 문학사상의 흐름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이광수의 말, 이 부분 표시해두었는데요, 읽으면서 빙그레 웃게 되더라구요. 로크나 루소나 밴덤 쯤은 우리도 배출할 수 있다고! 겨우 23살(!)때 헤이그 밀사로 파견되었던 이위종은 만국평화회의 참석이 좌절되자 따로 기자 회견을 한 자리에서, 조선은 유럽의 스위스같은 중립국이 될 수 있는 나라라고 했다고 하던데요, 역쉬 나라가 망해가는 판국에도 당당하고 기개넘치는 우리 조상님들!
3.1운동은 각성의 과정이자 자아 형성의 과정이었다. 목표를 뚜렷하게 정하고 실현 가능성을 가늠한 후 나선 운동은 아니었지만, 전략적 숙고와 준비 끝에 결행된 어떤 사건보다 폭발적인 혁명이기도 했다. 3.1운동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은 비로소 수천 년 군주 체제와 작별할 수 있었으며, 3.1운동을 통해 태극기는 비로소 만인의 국기가 되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읽는데 수십여 페이지가 중복된 파본이네요. 누락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이런 파본이 한 권만 나오는 건지, 다른 분들 책 중에도 비슷한 파본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헉! 제껀 안 그런데요? 한쪽도 아니고 이렇게 잔뜩 중복되었다니;;;
@장맥주 저도 문제가 없는데; 이런 어쩌다가. 그래도 다행이네요. 누락이 아니라서. 도서관에다는 반납하실 때 얘기해 주셔야겠어요!
와, 레어템이닷! 그나저나 여러분 책은 무사하십니까? 저는 왜 책이 이렇게 너덜너덜해졌지요? 책이 이렇게 허약한 존재였습니까!?
책겉표지가 좀 그렇긴 하죠? 속지는 좋은 것 같긴한데.
조선이 본격적으로 제국주의적 세계질서에 대면하게 되었을 때 사회진화론은 그 인식론적 충격을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명명법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96쪽, 권보드래 지음
진화론적 세계관에 대해서는 회의와 균열의 계기가 처음부터 존재했다. '문명'의 본질이 약육강식이라면 인간이 목표 삼아야 할 곳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97쪽, 권보드래 지음
3.1 운동은 사회진화론을 돌파함으로써 가능해졌고, 3.1 운동 이후 약육강식/적자생존은 시대에 뒤떨어진 명제로 취급받았다. 그것은 국망 이후 조선인들이 갈망해오던 변화이기도 했다. 1900년대에 사회진화론이 부국강병과 문명화를 추진하는 데 동력이 될 수 있었다면 1910년대에는 나라 잃은 상황을 수긍케 하는 자기비하의 방향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1900년대의 사회진화론은 민족과 개인의 상승 욕망을 함께 자극하는 효과가 있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99쪽, 권보드래 지음
민족, 국가를 단위로 한 1900년대식 경쟁의 구도가 투명하고 명료했다면, 벗과 경쟁해야 한다는 1910년대식 궤도는 모순 속에 착종돼 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무릇 표면이란 경계해야 할 이면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02쪽, 권보드래 지음
착종 錯綜 어긋날 착, 모을 종 어긋남이 모아진다? 사전 의미: 이것저것이 뒤섞여 엉클어짐.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해외 사상가와 작가들이 절대적 표준으로서보다 방편적 참조를 위해 인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 여러 사상가가 경합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사상계는 암중모색 중이라며 이광수는 당당하게도 "이러한 모든 문제는 반드시 서양인만 해결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09쪽, 권보드래 지음
말하자면 1900년대에 조선이 맞닥뜨린 세계는 문명론적 위계로 분할된 세계였다. 인종과 민족과 국가의 경계에 따라 엄격한 구분이 적용되는 대신 각 집단 내부는 균질한 단일체처럼 가상되는 것이 그 세계의 특징이다. 개인이나 민족 단위는 속까지 환히 비치는 투명체로되 민족국가 사이는 짙은 색 구분선이 뚜렷한 그런 지구의를 떠올려 보아도 좋겠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10쪽, 권보드래 지음
민족의 독립과 자강을 염원한다는 점에서 1900년대와 1910년대의 민족주의는 마찬가지지만, 1900년대의 '대한제국만세'가 진화론적, 문명론적 믿음에 기초해 있었다면 1910년대의 '독립만세'는 그 믿음을 회의하고 대안적 세계관을 모색하는 가운데 자라났던 것이다. (...) 여기서 '독립만세'를 부르짖기까지는 적어도 두 가지 변화를 겪어야 했다. 하나는 식민지라는 차별과 수탈의 구조를 뼈저리게 경험하는 것, 또 하나는 진화론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사고와 감성의 체계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11-212쪽, 권보드래 지음
인류적 이상과 민족적 가치 사이에 일종의 전도가 생겨나기도 한다. 그 평균적이며 전형적인 양태는 "우리도 세계 사람과 무슨 교섭을 짓자. 인류의 문명을 위하여 무슨 공헌을 하자"고 요청함으로써 민족의 존재 의의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15쪽, 권보드래 지음
일본의 경우,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과는 달리 제1차 세계대전 시 이룩한 비약적인 경제,사회적 발전이 다이쇼 사상의 근거였다. 발전하는 사회의 작관적인 사유에 힘입어 신칸트학파가 대표하는 인도주의, 이상주의가 적극 수용될 수 있었으며 유소년 인구가 장노년을 압도하는 독특한 사회 구조 속에서 자아와 내면에 대한 관심 또한 본격화될 수 있었다. 더불어 이런 자신감 혹은 낙관성이 정치로부터의 이탈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주목해둘 만하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16쪽, 권보드래 지음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라스트 사피엔스/도서 증정] 해도연 작가와 함께 하는 독서 모임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예수와 교회가 궁금하다면...
[함께읽기] 갈증, 예수의 십자가형이 진행되기까지의 이틀간의 이야기이수호 선생님의 교육 에세이 <교사 예수> 함께 읽기[올디너리교회] 2025 수련회 - 소그룹리더
인터뷰 ; 누군가를 알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읽고 답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톱클래스 20주년 특별호 <질문력> 함께 읽어요
[그믐클래식] 1월1일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수북탐독을 사랑하셨던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 벽돌책 같이 격파해요! (ft. YG)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2. <어머니의 탄생>[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스토리탐험단의 5번째 모험지!
스토리탐험단 다섯 번째 여정 <시나리오 워크북>스토리탐험단 네 번째 여정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스토리 탐험단의 두 번째 여정 [스토리텔링의 비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 속으로!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셰익스피어 - 한여름 밤의 꿈, 2025년 6월 메인책[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반가운 이 사람의 블로그 : )
소란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책과 함께 조용한 질문 하나씩[n회차 독서기록] 에리히 프롬 '건전한 사회'를 다시 펼치며, 두 번째 읽는 중간 단상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노예제가 궁금한 사람들, 주목!!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2.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1.노예선, 마커스 레디커[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