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전 스페인 독감과 연관된 소설이 생각나는게 없는데 이 소설이 해당되는군요. 이 작가의 작품은 하나도 읽은게 없네요.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영화만 재밌게 봤습니다. 이번 기회에 입문해볼까 싶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3월 13일 목요일에는 2부 3장 '제1차 세계 대전'을 읽습니다. 이 장은 앞서 감상을 남겨주신 여러분이 말씀하신 대로 문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일화가 많습니다. 1919년 3월 제1차 세계 대전 종전 직후에 일어난 이벤트인데도, 제1차 세계 대전과 삼일절 사이의 관계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는데, 이번 장은 그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1917년 발표된 서춘의 『구주전란에 대한 삼대의문」 이 잘 표현해냈듯, 평화주의를 내세운 채 전쟁을 계속하고, 자유 주의를 표방하면서 국가주의적 정책을 채용하며, 영국•프랑스. 러시아에 미국을 망라한 위력으로서 독일 한 나라를 꺾지 못하는 원인이란 도통 불가사의였다. 청년들로서는 그보다 전쟁의 영향을 정신화, 도덕화하는 노선을 선호했다. 제I차 세계대전의 전장을 체험한 예외적 조선인들과는 다른, 그러나 역시 중요한 접근법이었다. 청년 세대는 제1차 세게대전을 민주주의 대 군국주의의 대결로 해석한 베르그송식 선전을 떠올렸고, 전쟁 이후의 세계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43, 권보드래 지음
벨기에 망명정부를 위한 모금운동에 공명하고 벨기에 병사를 애도하는 시를 지으면서, 식민지 조선인들은 '전쟁 이후'와 '약육강식 이후'에 대한 갈망을 키워 나갔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46, 권보드래 지음
" 다수 민중이 소수 자본가계급의 유린하는 노예인 것을 분명히 자각하고 이것을 도괴하자는 결심과 맹서를 한 것을 구주대전의 결과 중의 하나이다. 그네는 인류의 모든 불행이 군국주의와 자본주의에서 오는 것임과 인류의 행복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자유와 평등의 신사회를 건설함에 있음을 자각한 것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48, 권보드래 지음
19세기 후반 세계와 조우했던 한반도는 제1차 세계대전과 3.1운동을 통해 비로소 세계의 의제를 동등하게 고민하는 주체가 되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49, 권보드래 지음
황기환과 김경천 같은 용감한 조선인들이 국제무대에서 투쟁한 사례를 보니 식민지 시대에도 세계 속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보아야 할지, 서글픈 식민지 청년의 운명으로 봐야할지 고민이 되네요. 1차 세계대전으로 봉건적 위계가 무너지고 국가·인종 간 간격이 좁아졌다는 것. 전통적 질서가 무너지는 격변기가 왔었다는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서춘의 『구주전란에 대한 삼대의문』으로 전쟁에 대해 얼마나 모순적인지 인식하고, 식민지 청년들이지만 세계정세를 비판한 흔적들이 남아있는 것이 신기하고 감동적이네요. 게다가 벨기에를 위한 모금운동과 연대 표현을 했었다니... 세계시민으로 보아도 부족함이 없네요. 식민지의 경험이 단순한 수동적 피해가 아닌 세계사와 상호작용하는 복합적 과정이었다고 해석하는 것을 보니, no pain no gain 일까요 ㅠㅠ
옛 군주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애통해 하기보다 곧 격변이 닥쳐올 곳을 예감하고 기원한다. ‘구세게의 장례식’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자리매김되고 있던 당시다. 유럽이 쇠퇴하고, 약육강식의 질서가 몰락하고, 제국주의적 세계 질서가 종막을 맞게 되리라고 했다. 1년여전 있었던 러시아혁명 같은 경로일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도 바야흐로 혁명을 바라보고 있는 듯 보였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54쪽, 권보드래 지음
‘혁명’은 인간의 욕구가 비정치적 사적 생활로 다 충족될 수 없음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위축된 생애, 경제・사회・정치적 제약에 짓눌린 생애에 ‘혁명’이란 실로 매력적인 촉발이요 선동적인 자극이었다. (…) “우리들의 목적은 실업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정치적 혁명”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즉, 1900년대의 열렬한 애국주의를 등지고 ‘양민’의 세계에 굴종해야 했던 변화를 한번 더 뒤집어 놓은 제3의 변신이었다. 사회・정치적 제약에 짓눌린 생애에 ‘혁명’이란 실로 매력적인 촉발이요 선동적인 자극이었다. (…) “우리들의 목적은 실업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정치적 혁명”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즉, 1900년대의 열렬한 애국주의를 등지고 ‘양민’의 세계에 굴종해야 했던 변화를 한번 더 뒤집어 놓은 제3의 변신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63쪽, 권보드래 지음
판단키에 따라 혁명의 핵심은 반역도 충성도 파괴도 건설도 될 수 있다. 전제가 입헌으로, 입헌이 공화로 변화하는 것이 혁명인 것과 마찬가지로 “부속국이 독립국으로” 되고 “식민지가 자립하게” 되는 것도 혁명이다. (…) ‘인상주의에 대한 사실주의’, ‘유물론에 대한 이상주의’라는 우열 관계를 설정하고 그 항목 간 전이를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는 점이 흥미로운데, 그러니까 여기서 ‘혁명’은 맑스・레닌주의적 함의와는 무관하게 일체의 본능 및 욕망의 해방을 가리킨다. 사회혁명이 곧 자아혁명일 수 있는 까닭도 그것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64쪽, 권보드래 지음
꼬리에 꼬리를 이어 혁명이 쉰 때가 없나니 세인은 혁명을 예외로 아나 기실은 혁명이 예외가 아니요, 혁명 없는 때 즉 당시가 예외라.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66쪽, 권보드래 지음
별반 주목받지 못했던 종교 개혁과 산업혁명이 정치혁명 못잖은 자격으로 부상하면서 ‘혁명’은 명실공히 역사의 보편 원리가 된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67쪽, 권보드래 지음
“독립이라는 문구로서 만반을 표현할 수 없는 약점”이 있고 “운동하는 방법도 독립 두 자만으로는 표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3.1 운동’이라는 명칭은 다분히 해방 이후의 결과다. ‘3.1’이라고 하여 사건의 내용보다 날짜를 앞세우는 명칭부터 암유적 수사가 3.1 운동을 지배해왔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모든 사건이 그러하듯 3.1 운동 역시 후속의 언어와 행위에 의해 끊임없이 다시 개시되고 경험되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77-278/족, 권보드래 지음
‘개조’와 ‘혁명’을 겹쳐 보며 전 세계의 변화를 기대했던 청년들의 심리는 배반당했다. ‘혁명’과 3.1 운동 사이의 거리, ‘혁명’과 파리평화회의 이후 실제 세계 사이의 격차 - 3.1 운동 후 조선인들이 맞닥뜨린 질문은 그 간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의 문제였다. 1920년대 다양한 정파와 입장의 분기는, 이 같은 ‘혁명’의 불만족 또는 잉여에서 비롯된 결과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78쪽, 권보드래 지음
제1차 세계대전은 실로 크나큰 변화를 불러왔다. 노동문제와 여성문제가 급부상하면서 8시간 노동제와 여성참정권이 정착하기 시작했고, 민족간.인종간 평등이 쟁점화되면서 민족국가 체제가 전 지구적 현실로 발돋움했으며, 계급간 투쟁과 화해가 재조명되면서 유럽내 지각변동이 잇따랏다. 식민지 조선 또한 3.1운동 이후 9시간 30분 노동제를 맞이했고 여성의 계몽과 해방을 논하게 되었으며, 반제국주의 정서를 선명히 하면서 개조주의 . 사회주의 . 무정부주의를 받아들였다. 19세기 후반 세계와 조우했던 한반도는 제1차 세계대전과 3.1운동을 통해 비로소 세계의 의제를 동등하게 고민하는 주체가 되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49, 권보드래 지음
저는 전쟁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인지 이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무조건 전쟁 이후의 삶은 피폐하고 퇴보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오히려 재편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면도 이끌어 냈으니 전쟁을 결코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도 하는가 봅니다. 혹시 전쟁 이후 세계의 변화를 주목한 책이 있다면 좀 추천해 주시죠.
다들 제1차 세계 대전 장을 읽으시면서 지금과 그때가 많이 겹쳐 보이시는 것 같네요. 실제로 제1차 세계 대전 후 1919년부터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때까지의 1939년까지의 20년과 1989~1991년의 소련 등 현실 사회주의 몰락부터 트럼프 1기 집권(2017년)과 그 이후의 혼란까지의 약 30년을 비교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20년의 위기'는 대공황과 파시즘/나치즘의 득세와 전쟁으로 귀결되었죠. '30년의 위기'도 금융 위기와 팬데믹과 전 세계적인 극우의 부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 끝이 어떻게 될지. 저는 우리 세대도 우리 세대지만 다음 세대가 마음에 밟혀서 정말 이 위기를 잘 극복해서 넘어갔으면 좋겠어요. '20년의 위기'는 『역사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역사학자 E. H. 카가 1919년부터 1939년까지를 분석한 『20년의 위기』(1939)로 기억됩니다. 작년(2024년) 초에 국내의 차태서 선생님이 그 책을 오마주하면서 『30년의 위기』라는 책을 낸 적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한 번 살펴보세요. 제1차 세계 대전부터 제2차 세계 대전까지의 구세계 특히 유럽에 초점을 맞춘 좋은 읽을거리도 덧붙입니다. 제목부터 살벌하죠. 『유럽 1914-1949: 죽다 겨우 살아나다(To Hell And Back)』.
20년의 위기 - 국제관계연구 입문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불과 20년 만에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게 된 1919~39년간의 위기를 분석하는 국제정치 전문서적. 현대적 의미의 국제정치학에서 고전의 하나로 꼽히는 E. H. Carr의 명저 <20년의 위기>와 <민족주의와 그 이후&gt'를 함께 옮겨 엮었다.
30년의 위기 - 탈단극 시대 미국과 세계질서국제정치학의 고전이 된 『20년의 위기』를 준거로, 양차 대전 사이 20년과 구냉전과 신냉전 사이 30년을 비교ㆍ분석하면서 우리 시대의 고유한 국제정치적ㆍ역사적 국면 변화에 집중한 책이다.
유럽 1914-1949 - 죽다 겨우 살아나다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이언 커쇼의 《유럽 1950-2017 : 롤러코스터를 타다》의 앞선 책으로 20세기 유럽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야심찬 프로젝트 제1권에 해당한다. 책의 부제 ‘죽다 겨우 살아나다’에서 드러나듯이, 저자가 그려내는 20세기 전반의 유럽은 일종의 ‘지옥’이다.
소개해 주신 책 흥미롭네요. 특히 마지막 책은 부제가 참 끌리게 만드네요. ㅋ
1차 세계대전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고, 관심도 많은 1인입니다. 현대 모든 전쟁의 기원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1차 세계대전 책들도 모으고 (읽어야 합니다!), 궁금한 것도 찾아보고, 직접 현장을 찾아가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전엔 한 번도 3.1운동을 1차 세계대전과 엮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시 약소국들은 왜 그렇게 우드로 윌슨의 별풍선같은 이상주의에 감응했을까? 1차 세계대전 중에 독립을 기대하며 연합군에 (영국군) 병력을 파병하고도 배신당한 인도 사례를 몰랐단 말인가? 이런 생각이 계속 드는데, 파리강화회의가 끝나는 시점이 1919년 9월 쯤이라고 하니 (전쟁끝나고도 일 년정도를 뒤처리;;) 실낱같은 희망이 그 기간에 계속 팽창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 읽으면서 라디오가 보급되기 전에 정보전달의 통로로 신문의 활약(?)도 되게 흥미로웠어요. - 1, 2차 세계대전 중 미디어의 차이점이라고 해도 좋을 듯.
3장 초반의 중국인 노동자들 사진 보니까, <옐로 페이스>가 생각납니다. 주인공이 훔친(?) 소설의 뼈대가 요 얘기였던 것 같은데요.
옐로페이스20대 중반의 나이에 네뷸러상, 로커스상, 영국도서상 등을 수상하며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젊은 작가로 떠오른 R. F. 쿠앙이 자신이 반짝 스타가 아니라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차세대 작가임을 전 세계 독서계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문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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