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아이고, 간신히 2부 다 읽었네요. 3부는 내일부터.. 어젠 아버지댁에 가서 일제시대 이야기를 좀 듣고 왔습니다. 아버지의 일본 이름도 처음 들었고, 국민학교에 입학했을 때 일학년 담임이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일본 여성 선생님이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2학년 때 해방되었으니 별로 기억나는게 없겠지만 농사를 꽤 짓는데도 군량미로 전부 뺏어가는 바람에 하루에 한끼는 꼭 죽이었다고 하시네요. 어르신들 옛날에 하도 먹어서 죽과 보리밥 싫어하신다더니.. 꼬마였으므로 우리나라도 그냥 일본으로 알았던건 아니냐고 여쭸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엄연히 조선이든 대한제국이든 일본과는 다른 나라인 줄 알고 있었으나 하도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해방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시네요. 면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람까지는 친일파로 안보는 분위기였고 경찰은 친일파로 생각했다는데 당시 꼬마 이야기라 어디까지 믿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책을 읽는 바람에 아버지랑 일제시대 이야기까지 나눌 기회가 생긴거죠.
저희 애들은 잡곡밥해주면 고소하다고 좋아하는데.. 남편은 좀 옛날(?) 사람이어서 그런지 싫어하더라구요;; 당뇨 때문에 일부러 남편 위해서 귀찮지만 해주는 건데;;; 저희 부모님은 아직 그래도 갓70대여서 그런 이야기는 별로 없는데 저희 아버님은 90대, 어머님은 80대.. 이야기 배경이 완전 달라요..6.25 피난가던 이야기 들으면서 애들 눈이 휘둥그레해집니다;;
그 시절에 독립운동하신 분들, 정치하신 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전 서민들의 삶이 어땠을지가 가장 궁금해요. 개개인마다 너무 다르겠지만, 매체에서 다루어지는 건 필터링이 어느 정도 된 이야기들이라 읽어도 그저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돌아가셔서 들을 기회가... 오늘 지하철 노약자석에서 어느 어르신들이 "나 6.25 때 아홉살이었어요." "42년생이셨어요?"하면서 한참을 육이오 얘기하면서 가시더라고요. 이 책 읽느라 못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 때 이야기도 궁금해지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일제시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이제 90대에 접어들었고 한국전쟁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70대 중반이 되셨으니 역사의 산증인들이 점점 사라져가는거죠. 이제 태어나보니 내 나라가 선진국이었다는 젊은이들과 저같이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해온 과정을 거친 중년들같이 전쟁도 겪지 않고 나라도 잃은 적 없는 비교적 평탄한(?) 삶을 누려온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되는 것인데 앞날이 그리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요.
치매에 걸리신 80대 어머님, 저희 애들은 기억 못하지만 6.25 당일 어디로 어떻게 피난가고 있었는지는 기억하시더라구요.. 그만큼 인상 깊은 기억이었을 듯.. 워낙 요즘 정신이 없으셔서.. 작년 계엄령 내린 날 깨어있지 않으셔서 참 다행입니다..;; 놀라셨을 듯;;
<2부 4장 혁명: 신생하는 세계> 257쪽 ‘흘겨보는 자‘였던 예관 신규식-’을사오적’을 처단하려다 실패한 후 음독자살을 시도하고 그 후유증으로 한쪽 시력을 잃어 평생 흘겨보는 듯한 눈초리를 가지게 됐다고 한다- 도 신해혁명 소식을 듣고 비로소 국망의 타격에서 벗어났다. 263쪽 일본의 도쿠토미 소호는 메이지의 열혈 청년들에 비하면 다이쇼기의 청년은 “패기가 없는 모범청년, 입신출세열에 들뜬 성공청년, 및 아무 일에도 무관심한 무색청년 (…) 성공이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부자가 되는 것”이 고작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267쪽 종교와 정치와 경제, 이 셋이 모두 바뀌지 않는다면 진정한 ‘혁명’은 없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이번주도 주말에 몰아읽기를 시전중입니다. 2부2장 약육강식을 읽는 중에, <불쌍한 동무>라는 책을 최남선이 번역했다는 내용이 있길래 이게 무슨 책일까, 혹시 레미제라블 아닌가? 궁금해져서 찾아봤더니 아 생각지도 못했던 책이네요. <불상한동무>.. 네.. <플란더스의 개>였을 줄이야.. 저도 어렸을 때 만화를 보고 동심을 파괴당한 아픈 기억이 있는데요, 1910년대 조선의 어린이들 마음도 똑같이 울렸겠지요.. 아, 레미제라블은 1914년 벽초 홍명희 선생이 <너참불상타>라는 제목을 붙여 초역을 했다고 합니다. 책 제목이 참으로 적절하네요.
와, 이런 자료가 있었네요. 오래 전 <레미제라블>의 번안 소설이 있더군요. 옛날 작가 민태원이 번안한. 번안 가요가 있는 것처럼. 기본 골격은 원작 그대로 하되 이름이나 지명을 바꿔 썼죠. 당시 일간지에 연재했다는데 인기가 꽤 많았다고 하더군요. 이런 소설이 몇 작품이 더 있습니다.
애사 - 한국의 번안 소설 8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일본의 구로이와 루이코의 신문 연재소설 <아아, 무정(噫無情)>을 바탕으로 다시 번안한 작품. 1910년에 「매일신보」에 연재된, 순 한국어 문장의 번안 소설이다. 당시 서양의 고전 명작으로 시야를 넓히면서 신문 연재소설의 위상을 다지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유로운 영혼 장팔찬을 통해 <레미제라블>과 장 발장, 그리고 세계 문학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와.. 제목이 정말.. 향토적 느낌이 풀풀~^^;; 저희 아이들도 아직도 플란더스의 개를 권장도서로 읽더라구요. 애들 다 눈물 펑펑..
어머, 처음 접하는 자료입니다~
번안 제목이 기가 막히다는..
고무신으로 가득 찬 수레 위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 장면이란 독특한 장관이었으리라. 마땅히 높은 데가 보이지 않을 때는 지붕위에 올라서기로 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91, 권보드래 지음
산상 봉화시위는 주로 촌락공동체에서 출현한 현상이다. 지역별 편차는 크다. 충청도의 시위는 거반 야간의 봉화시위였을 정도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93, 권보드래 지음
무척이나 추워 겨울 날씨 같았다는 1919년 3월, 학생들은 한복으로 갈아입고 미투리 신은 채, 상복 입은 군중 속에 섞여들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300, 권보드래 지음
3월 5일 학생시우 전날 "미투리에 들메 하고 나올 것" 이라고 적은 쪽지가 돌았다는 회고도 있다. 들메 : (벗어나지 않도록)신을 발에 동여매는 일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99, 권보드래 지음
비록 '민족대표 33인' 중에는 불참했으나 3.1운동은 유림 세력이 전국적 음역을 확보한 사회적 목소리를 낸 마지막 사건이기도 했다. 오래된 사상과 낡은 테크놀로지를 가지고,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시대의 폭력에 최선을 다해 항거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303, 권보드래 지음
대신 선전 작업에 주력하기로 하고 85원을 헐어 풍선을 사서 격문을 살포할 것을 결정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315, 권보드래 지음
풍선 선전이 이때부터 있었군요...
그땐 쓰레기 오물풍선은 아니었겠죠..ㅜㅜ
그럼에도 봉화는 장관이었다. 이기영이 수십 년 후 『두만강』에서 묘사해냈듯 "사면팔방으로 꽃밭처럼 불길이 타오르는데 마치 아우성을 치듯 만세 소리가 그 속에서 들끓는다. 이 근감한 횃불들은 '합방' 전에 성행하던 '쥐불놀이'보다도 더한 장관이었다". 3·1 운동에 이르기까지 의병부대가 유지됐다고 주장하는 이기영은 의병들이 이르는 "곳곳마다 만세 소리가 드높고, 산봉우리 위에는 봉화가 줄줄이 켜 있었다"고 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p. 295,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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