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그땐 쓰레기 오물풍선은 아니었겠죠..ㅜㅜ
그럼에도 봉화는 장관이었다. 이기영이 수십 년 후 『두만강』에서 묘사해냈듯 "사면팔방으로 꽃밭처럼 불길이 타오르는데 마치 아우성을 치듯 만세 소리가 그 속에서 들끓는다. 이 근감한 횃불들은 '합방' 전에 성행하던 '쥐불놀이'보다도 더한 장관이었다". 3·1 운동에 이르기까지 의병부대가 유지됐다고 주장하는 이기영은 의병들이 이르는 "곳곳마다 만세 소리가 드높고, 산봉우리 위에는 봉화가 줄줄이 켜 있었다"고 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p. 295, 권보드래 지음
3·1 운동을 통해 공화주의의 새로운 물결과 왕도주의라는 오래된 습관 사이 관련은 복잡하지만, '죽은 황제를 애도하는', 그곳도 복제(服制)도 반포하지 않고 유락장(遊樂場) 휴무를 선포하지도 않는 식민권력에 맞서 애도를 실천한다는 자세는 민족적 일체감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으리라.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p.300, 권보드래 지음
그 이전의 이주가 주로 생활에 쫓긴 결과였다면 1910년대부터는 이주를 새로운 삶에의 출구로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1910년 봄 신채호, 1910년 12월 이회영, 1911년 4월 박은식 등 '개신유학(改新儒學)'을 지적 배경으로 하는 명망가들이 대거 북쪽으로 떠났고, 1913년에는 이동휘도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활동을 개시했지만, 젊은 청년들도 식민지로 낙착된 조국에서 다투어 벗어났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망국에 좌절한데다 아버지가 순국(殉國)한 충격을 감당해야 했던 홍명희는 20여 년 후 당시의 심경을 술회하면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죽지 못하여 살려고 하니 고향이 싫고 고국이 싫었다. 멀리멀리 하늘 끝까지 방랑하다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 것이 소원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참... 그 심정 생각하니 먹먹하네요.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아무도 모르게 죽고 싶다는 소원.
@장맥주 권보드래 선생님도 마지막에 한 번 더 강조하고 있는데, 이광수 대신에 염상섭, 심훈, 홍명희 등과 같은 대안의 목소리를 좀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인용하신 대목을 포함해서 이 세 작가가 곳곳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는 건 그런 전략의 하나 같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자꾸 감정이입을 해보곤 하는데, 원체험의 차이 때문인지 가늠이 되지를 않더라고요;)
저는 어느 즈음부터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으며 읽고 있어요. 감정이입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약간 압도되어 읽고 있습니다. 너무 큰 시대의 비극과 부조리에 압도되기도 하고, 책에 압도되기도 하고. 그래서 오히려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을 안/못 하고 있네요. 그래서 단상도 별로 남기지 않고 그냥 문장 수집만 하고 있습니다. 좋은 책 골라주셔서 감사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월요일 기분 좋게 시작하셨나요? 이제 3월 벽돌 책 함께 읽기도 후반부로 넘어갑니다. 오늘 3월 17일 월요일은 3부 1장 '시위 문화'를 읽습니다. 이번 주에 주로 읽는 3부는 '시위 문화' '평화(폭력과 비폭력)' '노동자' 여성' 같은 1919년 3월 1일 당시 주목 받지 않았던 주체(노동자, 여성)와 그 행위/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부, 2부도 흥미로웠지만, 특히 새로운 얘기가 많아서 재미있고 또 저마다 여러 생각을 하면서 읽을 거예요. 다들 읽고 또 감상 나누면서 이번 주도 벽돌 책 함께 읽어요!
물을 주고 떡을 먹이고, 시위 대중을 성원하는 움직임은 3.1운동 내내 이어졌다. 봄을 넘기고 시위가 잠잠해지고도 한참동안, 투옥자 옥바라지를 위해 돈을 모으고 그 가족을 돌보는 일도 계속됐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97, 권보드래 지음
@aida 님! 앗, 저 지금 이 대목 인용하려고 했었어요. 뭔가 가슴이 뭉클해지는 대목이고, 1987년 6월, 촛불 집회 또 최근에도 계속 반복되는 패턴이라서!
@YG ^^ 저도요.. 최근까지 이어지는 패턴의 기원처럼 뭉쿨했어요..
앗 저도 여기 밑줄쳤는데.. 안 보이는 곳곳에서 이런 뒷바라지해주는 분들이 있었으니 독립운동도 시위도 가능했던 것 같아요.
식민자 하나의 폭력을 백배의 폭력으로, 한 명의 죽음을 수십,수백,수천의 죽음으로 되갚으려 한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325, 권보드래 지음
매를 막기 위해 쳐든 피식민자의 팔조차 폭력의 징후로 보고, 호의로 뻗은 손마저 공격의 조짐으로 해석한다. 피식민자는 흔히 궐기의 순간에도 비폭력에의 의지를 간직하고 있지만 식민자는 그 차이를 분별하려 하지 않는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327, 권보드래 지음
폭력의 비대칭성에 대한 표현이 너무 절절해서..( 매를 막기 위해 쳐든 팔조차... 호의로 뻗은 손마저.. 아픈 대목이네요.. ) 합법적 폭력을 장악한 억압자를 상대하는 것은 얼만큼의 용기와 연대가 필요할런지..
‘3.1 운동 계획을 미리 입수했지만 침묵, 그 사실이 발각나자 자결한 조선인 형사’ 정도 서사로 압축 전승된 사연은 실제 종로경찰서 고등계 형사였던 신승희의 행적이 투영 굴절된 결과로 보인다. <매일신보> 1919. 5. 22에 따르면 신승희는 “독립운동 관계로 천도교에서 5,000원을 받고 3.1 독립 운동 거사 계획을 묵인한 혐의”로 체포된 후 유치장에서 자살했다고 한다. 신승희 대신 신철이라는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연은 대동소이하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3부 1장, 297쪽, 권보드래 지음
3월 1일 전설 같은 이야기 같은데, 이 일화도 이 책에서 처음 접했네요. 3월 1일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너~무 부족합니다.ㅠ.
저는 이 이야기를 다른 데서 읽긴 했는데, 신철이라고 소개했던 걸로 기억해요(두 글자 이름이었음). 손병희가 부자여서 돈 주고 입막음(?)했다는 내용이었는데, 신철 (혹은 신승희)이라는 조선인 형사는 돈을 진짜 받았는 지는 정확하지 않다고..
1919년 봄은 이렇듯 평화의 역설과 폭력의 옹호가 교차하면서 전 지구적 유토피아니즘 속에서 평화와 폭력이 재조형되던 시기였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p.329,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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