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식민 말기가 올 때 까지 조선인 작가의 글쓰기에서 식민자 및 그들의 언어는 거의 재현되지 않았다. 염상섭이 예외적으로 「사랑과 죄」, 「이심(二 心)」 등 여러 장편소설에서 일본인 조역을 등장시켰으나, 일반적으로 조선인 작가 소설에서 일본인이 등장한 것은 1930년대 중반 이후다. 생각해보면 기묘한 일이다. 일본어 책과 잡지를 읽고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본인 친구들을 사귀었으면서 어떻게 그토록 식민자를 배제할 수 있었던 걸까? 왜 그렇듯 식민자의 언어를 추방해야 했던 걸까? 염상섭이 묘파한 대로 식민자 앞에서라면 일본어도 조선어도 굴욕적이었기 때문인가?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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