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 총칼 든 헌병과 순사들에게 맨몸으로 덤벼 이빨로 물어뜯고 주먹을 휘두르다니. 이 무모한 장면을 엿보다 보면 힘(권력)과 폭력을 분별하는 영어 'power'와 'violence'보다 이 둘을 동시에 지시하는 독일어 'Gewalt'를 떠올리게 된다. 권력이 행위의 영역에 작용한다면 폭력은 육체를 대상으로 작용하는 힘이며 군력과 광포의 관계가 우연적, 부차적이라면 폭력과 공포의 관계는 필연적일 텐데, 공포라곤 없고 공포를 일으키겠다는 의지도 없는 이런 장면은 '폭력'의 문법으로 독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정적 배치로 따질 때 공포가 아니라 유쾌ㆍ 환희ㆍ 희망의 성분이 결정적인 이같은 장면은 3.1 운동의 특징적 국면 중 하나다. 공포와 희망 사이를 분노가 매개하는 가운데 봉기 대중은 '폭력이 된 권력'을 휘두르는 식민권력에 맞서 줄기차게 '폭력 너머의 힘(권력)'을 추구하고 실천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340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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