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도서관에 갔다가 재미로 찍어봤습니다. 쪽수는 비슷한데 새폴스키의 승리로군요. 같이 찍진 못했지만 권보드래님 책은 아래 세 권의 벽돌책과는 두께로는 경쟁이 힘들겠네요.
호라이즌은 전자책으로 읽어서 몰랐는데, 저렇게 두꺼운 책이었군요.
저는 저 책에 압사 당했을 거예요. ㅠ
이런 정성스러움 너무 좋은데요(꺄). 저도 전자책으로만 읽다가 실물로 마주하면 새삼 놀라곤 합니다. 새폴스키님이 다시 등장해서 반갑네요. 벽돌 책 모임에 많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아직까지는 <행동>이 가장 좋았습니다:)
3·1 운동에 대한 염상섭의 평가는 두 가닥이다. 하나는 3·1 운동을 통해 개선된 바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내용이다. 무단통치가 문화정치로 치장을 바꾸었지만 일본의 경제·문화적 지배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으며, 넓게는 세계적으로도 해방의 과제가 전연 달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염상섭은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백성이 3·1 운동을 통해 "그래도 우리가 민족적으로 살아 있다는 것을 중외(中外)에 선포하였고" "아직은 죽지 않았다는 입증을 하는 데서 마음 든든한 정신적 결속을 얻었"다고 평가한다. 말하자면 3·1 운동은 폐색과 해방이라는 이중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평가의 골자라 할 수 있겠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어릴 적부터 독립운동가들은 고립된 영웅처럼 보였다. 외롭고 때로는 무서워 보이기마저 했다. 만세 외친 대가로 고문당하고 난자당했다는 유관순의 일화는 어린 마음에 악몽 같았다. 그가 그렇게 기억되길 즐길까 싶었다. 개발독재 시절 본격화된 유관순 신화는 한편으로는 민족주의적 숭고의 선양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에의 공포를 조장한 은밀한 덫이 아니었는지. 그 고통의 반복적 현시는, 섣불리 정치에 뛰어들지 말라는 경고는 아니었을는지. 나는 위대한 운동가들을 고립과 소외에서 구출해 내고 싶다. 인간으로 마주 대하되 여전히 숭고하게 느끼고, 그 단처와 약점을 받아들이면서 그럼에도 경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옥관빈·윤치호·이광수······· 그런 문제적 생애를 다 추방하고 나면 내 자아가 얼마나 앙상해질까 싶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이 문단 너무 좋습니다. 완독했습니다.
저두요.. 문장을 메모해뒀는데.. 다시 봐도 천천히 오래 보고 완전히 받아들이고 싶어지는 문단이었어요. <나가는 글> 마저..너무 좋네요.
이미 청춘이나 매일신보를 통해 한글 글쓰기의 규범 형성 과정을 목격했고 실제 글쓰기의 실천을 고무받은 청년들이 스스로 매체를 창안하는 길을 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고 하겠다. 473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당시 문화 계에 대한 회고와 증언에서 「백조』의 인상이 절대적인 것 등의 여러 정황이 예의 '학생 기질'과 연관되어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 다. ...... 이 시대를 설명하려 한 임화 조차 『백조』에 대해서는 "낭만적 세기말의 잡다한 경향, 상하 자면 "허무주의 다다이즘, 낭만주의, 유미주의, 악마주의, 감성주의 등등"의 혼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482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다양한 문학 사조가 섞여 있었을 만큼 다양성이 공존했던 시대였는데, 그 경향이 '학생기질' 로써 문학을 접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일관성이 없었다는 부정적인 측면보다 어리고 자유로운 이들이 모여 자유롭게 꿈꾸었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어지네요
'31운동세대'라는 명칭 역시 당시로서는 극소수에 불과했던 고등교육 수혜 집단을 특권화하는 효과가 있다. 483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마치 4.19 세대 문학의 전개에 있어 서울대 문리대가 각별한 역할을 수행했듯 3.1운동 이후 문학의 추이에 있어서는 휘문고보가 특별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싶어한달까. 487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그러나 '죽음'이 문학적 주제의 핵심이 된 순간, 개체들이 저마다의 자유와 공허 속에서 씨름해야 했던 시절은 근대 한국에서 오래 가지 않는다. 3.1 운동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죽음을 직시하면서도 신생에의 의지와 공동체적 감성, 개조에의 의지를 키워내게 됐기 때문이다. 495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그의 말대로 3.1 운동의 소망을 이어 정치,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길은 적어도 물리적으로는 훨씬 안전한 길이었다. 498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수북강녕에서 열리는 <마티스x스릴러> 북토크 참석하러 왔다가 근처 진관사를 구경하는데 마침 이곳에서 발견되었다는 태극기가 있습니다. 일장기에 덧칠해서 만든 것으로 삼일운동 쯤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책에 나왔던 곳 아닌가요? 와
독림기념과에서도 본거 같아요~ 수북강령 처음들어봐서 검색하러 갑니다
진관사에는 발견되었다는 태극기를 비롯한 실물이 안 보였거든요. 아마도 독립기념관으로 옮겨놓았나봅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보신 것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 이 책에서도 진관사 이야기가 나왔었나요? 전 기억이.. ㅋㅎ 서점 수북강녕은 곧 서울 도심쪽으로 이사간다고 하십니다. 수북강녕과 진관사를 한꺼번에 방문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이들 중 누구도 일본어 글쓰기를 최종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이광수는 1910년대에 <매일신보>와 <청춘>을 무대로 '조선어로 쓰는 조선 문학'을 적극적으로 개척했고, 주요한은 1918년경부터 일본어 시 창작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 우리말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염상섭은 일본에서 지방지 기자로 사회적 이력을 시작했으나 <동아일보>의 초빙을 받고 귀국했으며 김우진은 3.1 운동 직전의 분위기 속에서 일본어 대신에 한글로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김기진 역시 1923년 <개벽>에 '프롬나아드 상티망탈'을 발표하면서 정력적으로 평문과 소설을 써 나가기에 이른다. 이들은 문학청년 시기에 한때 일본어로 글을 썼고 일본 문단 진출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3.1 운동 전후 한글 쓰기에 정착한다. 근대 한글 글쓰기는 이들을 통해 비로소 새로이 규범적이고 미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이윽고 1920년대를 통해 놀라울 정도로 풍성해진 공식어로서의 한글은 "조선말로 미문을 쓸 수 없다."던 시대에서 "특수한 학문상 술어 이외에는 조선말로 쓰지 못할 말이 없도록"까지 비약했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바 독자적 자국어의 밀도를 갖추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1919년 3.1 운동 이후 민족어 글쓰기의 공간이 대폭 확대된으로써 가능케 된 상황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456,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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